헤지펀드,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투자 등 고액 자산가에게만 열려있던 시장을 일반인에게 열어준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다크매터’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 최초 대체투자 중개 플랫폼 기업이다. 대체투자란 주식,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니라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동산펀드,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크매터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투자자와 PEF, VC 등을 이어주는 중간 역할을 하며 알음알음 제공되던 네트워크 정보를 공개적으로 오픈했다. 한국에서는 투자 기회를 찾는 기업의 투자 지원을 돕고, 회사간 네트워킹을 위해 세계 각국의 대체 투자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다크매터는 14명의 직원 뿐이지만, 고객 투자자들은 23개국에 있다. 최근에는 미국 금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7 넥스트 머니 글로벌 핀테크’에서 ‘가장 성장하는 핀테크 기업’ 부문 우승과 ‘HFM 기술 대회’에서 ‘헤지펀드를 위한 최고의 핀테크 솔루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0월25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7 미래투자포럼’의 강연을 위해 방한한 이상화 다크매터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다크매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접근하기 어려운 대체투자 분야를 소비자와 연결해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 찾아서 제공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대체투자 산업이 커지고, 정부 규제도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화 다크매터 대표가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미래투자포럼’에 참석해 인공지능과 대체투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아래는 이상화 CEO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대체투자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다크매터를 시작하기 전 BNP파리바에서 기업금융 전문가(Investment Banker)로 일했다. 사모펀드 관련 자문쪽이나 대체투자쪽을 일하다보니, 대체투자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기관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거의 하지 않거나 지인 추천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오프라인에서 인터넷으로 옮기면 모든 투자자들이 대체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봤다. 2008년 금융위기를 보고, 금융서비스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창업 당시와 바뀐 점이 있다면.

“2013년도에는 미국의 법률과 규정이 바뀌어가는 시기였다. 처음에는 대체투자를 광고하는 것이 불법이어서 어려웠지만, 바뀌면서 사업도 발전해갔다. 대체투자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 것이 거의 처음이었다고 보면 된다. 산업을 만들어가는 위치다.”

-다크매터는 인공지능(AI)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다크매터는 투자자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와 대체투자 펀드를 연결하는 데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다. 상품 조사를 하는 데도 이용한다. 인공지능이 모든 서류를 읽은 다음, 데이터를 분석해서 투자자의 투자 결정을 도와준다. 어두운 자금이나 자금 세탁 행위를 걸러내는 데도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대체투자는 오프라인으로 실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 엄청난 규모의 서류 데이터가 있는데 이걸 다 읽어야 한다.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대체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투자자들과 자산운용사들의 투명성 높이는 것인데 자산 투자는 시간 제약이 있어 투명성을 높이는 데 쏟을 시간이 많지 않다. AI를 활용하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2005년 이후 대체투자 규모가 전통투자에 비해 2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투자자들은 과거에 대체투자를 ‘굳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투자 다양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본다. ‘대안’이 아니라 ‘필수’가 된 셈이다. 20년 전에는 기관투자자가 아니면 대체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든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체투자를 꼭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산이 급상승하면서 투자 기회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벤처캐피탈 투자나 엔젤투자가 늘어나면서 비상장사라도 몇조달러를 모을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 내 상장사가 줄어들 정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체투자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이 원인이었다. 부자들은 자산가격이 폭락하자 자산을 늘렸지만, 일반인들은 타격이 컸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지만 이자는 계속 내야 해 문제가 커졌다. 미국 사람들은 그때부터 자산을 다양화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느끼고 대체투자를 늘렸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관련이 없고 시장을 따라가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당시에 예일대 기금운용에 주목하기도 했다. 예일대는 대부분을 대체자산에 분산 투자해 금융위기 타격이 적었다.”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큰 영향은 없나.

“사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대체투자가 영향을 받긴 했다. 그렇지만 유입되는 자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헤지펀드의 3년 수익률을 보면 마이너스지만, 유입 자금은 계속 늘어났다. 최근에는 다양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가 많아 펀드매니저들의 관리자산(AUM)은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대체투자를 하는 이유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지, 이익률을 매우 높게 끌어올리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워런 버핏 회장의 말처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헤지펀드 수익률보다 좋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는 상당히 상승해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올라갈때 투자하지만, 기관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은 언제 하락할지 기다리고 있어 대체투자가 필요하다.”

-대체투자 수익률은 어느정도라고 보면 될까.

“워낙 범위가 넓어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채권쪽은 연 7~10%이고,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는 연 10~15%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과는 다르게 실적이 부진하면 상황을 고치거나 사업방향을 바꾸게 만들기 쉽다. 액티비스트(activist) 헤지펀드도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업 방향을 조언하는 편이다.”

-대체투자상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품은 있나.

“기억에 남는 상품은 전세계 P2P(개인간) 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다. 미국, 아프리카, 중국, 유럽의 P2P 상품에 투자가 가능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보지 않은 나라의 P2P상품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접하기 어려운 투자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기억난다.”

-대체투자가 어려운 이유로 ▲사람 중심 사고(사람이 추천해야 신뢰하는 경향)▲지리적 제약 ▲복잡해지는 규제 ▲판매자 주도 방식 등을 꼽았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 것 같나.

“기술이 발달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규제는 앞으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금융규제는 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크게 다르다면 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도 규제가 가장 엄격한 부문은 핵에너지와 금융이다.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지만, 금융쪽에 일해봤던 입장으로서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의 규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임 없이 앞으로 전진만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면 규제의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다. 규제의 내용 중 90%가 ‘불공정 거래 금지’에 초점을 맞췄고, 10%가 ‘금융 거래 등 기록을 잘 해야한다’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모든 거래를 기록하거나 블록체인으로 모든 사람이 기록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관련 규제의 필요성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미국 내 금융업종 종사자는 일년에 정해진 일수만큼 휴가를 떠나야하는 규제가 있다. 시스템 상으로 이상한 거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기술이 발전하면 이러한 규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별로 투자 성향이 크게 다른가. 한국 투자자들은 대체투자를 잘 하는 편인가.

“미국은 금융산업이 굉장히 오래됐다. 1939년에 나온 법률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투자자들도 성숙해졌다. 금융자문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중국은 최근에 개인투자자가 많아서 문제가 될 정도지만, 한국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다.

한국도 활발하고 성장한 시장이지만, 기관의 비중이 더욱 크다. 앞으로도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클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인터넷 인프라를 사용해 직접적 자문 대신 기관을 통해서 자문 사업을 할 예정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지만, 다른 대체투자는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부동산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라면 부동산 가격 조정시 타격이 크다.

미국을 보면 대부분 부동산 자산의 수혜를 본 사람들은 전후에 바로 투자한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근에는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가 주목받고 있고, 조망권을 위해 옆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권리를 사는 사람들도 나오는 등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진출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일반투자자, 기관투자자 모두 국내 상품에만 주목하고 있다. 투자를 다변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시대가 왔기 때문에 수월하게 대체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국에서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이 직접 대체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하려고 한다.”

-다크매터의 경쟁사는 어디라고 보면 될까.

“현재 다른 회사들은 대체투자 관련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대체투자 관련 정보를 보내주는 소프트웨어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준다. 아직까지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없는 상황이다. 대체투자 관련 전문가들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때 직업적으로 더욱 유리하기 때문에 굳이 안 만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체투자 경쟁자는 일반 대형 금융 기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잘 나가던 대기업도 한순간 무너지는 것을 보면 기업 경영에서 ‘why’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기술 발전보다는 금융 자체를 투명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들이 걱정 없이 대체투자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체투자는 모든 게 오프라인이었기 때문에 2~3년전만 해도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대체투자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기술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다른 금융상품으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