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복고풍 운동화에 1020세대 열광…휠라의 부활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7.11.24 06:05

    고급 스포츠 브랜드에서 한때 ‘한물간’ 브랜드로 전락했던 휠라가 올해 다시 도약하고 있다. 적자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10대와 20대를 겨냥해 제품 구성을 새롭게 하고 판매 채널을 다변화한 게 적중했다. 2011년에 인수한 세계 1위 골프용품 회사 아쿠쉬네트의 지분율이 작년에 50%를 넘으면서 연결기준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휠라코리아(081660)는 1991년 윤윤수 회장이 이탈리아 브랜드 휠라를 국내에 라이선스 형태로 도입하면서 설립됐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에 휠라 상표를 붙여 판매하던 휠라코리아는 지난 2007년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던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변방에 있던 휠라코리아가 한국은 물론 미국 휠라를 직접 경영하는 중심축으로 변신한 것이다. 중국 법인은 합작 투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70여 개 국가에서는 라이선스 형태로 사업을 펼치며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휠라 메가스토어 이태원점에서 열린 ‘더블 디럭스 데이’ 행사. 젊은 고객들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휠라코리아 제공
    ◆ 1020세대를 위한 ‘젊은 휠라’로 변신 성공

    휠라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급 스포츠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밀려 고전했다. 2011년만 해도 휠라코리아의 국내 부문 매출액은 4577억원, 영업이익은 546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매출액이 3062억원으로 떨어졌고 31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그러나 작년부터 ▲‘헤리티지(Heritage) 라인’을 통한 브랜드 정체성 강화 ▲홀세일(도매) 본부 신설 ▲콜라보레이션(협업) 확대 등을 시도하면서 올해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헤리티지 라인이란 휠라의 과거 인기상품과 로고를 재해석한 복고풍 상품을 말한다.

    1970년대에 선보였던 휠라 테니스화를 차용한 ‘코트디럭스’의 경우 작년 9월 출시한 후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80만 족을 넘어섰다. 운동화 히트상품의 판매량 기준이 10만족 정도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 난 셈이다

    코트디럭스는 현재까지 80만족이 판매됐다. / 휠라코리아 제공
    휠라코리아는 중국 소싱센터를 활용해 단가를 낮춰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보다 3만~4만원가량 저렴한 가격(6만9000원)에 코트디럭스를 내놨다. 때마침 복고(復古)가 유행하고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코트디럭스는 단숨에 10~20대가 열광하는 운동화로 등극했다.

    실적이 부진했던 아웃도어 사업을 철수하고 유통 방식을 소매 중심에서 도매로 확대한 것도 실적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홀세일(도매) 본부를 신설한 휠라코리아는 백화점 유통에서 벗어나 ABC마트, 폴더, 슈마커 등 젊은 층이 애용하는 신발 편집매장에 대한 도매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도매 사업을 강화하면서 유통 비용이 절감돼 원가율이 낮아졌다.

    휠라의 ‘F’ 로고를 활용한 빅 로고 상품과 펩시, 메로나, 베네피트 등과 함께한 이색 콜라보레이션 상품도 완판을 거듭하며 ‘젊은 휠라’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올겨울에는 롱 다운재킷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650% 늘며 히트상품이 추가됐다.

    휠라코리아는 1분기(별도재무제표 기준)에는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52억원, 4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도 휠라코리아가 약 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 골프용품 업체 ‘아쿠쉬네트’ 인수…글로벌 스포츠 기업 도약

    휠라코리아는 2011년에 미래에셋, 우리블랙스톤PEF, 네오플럭스 등과 함께 아쿠쉬네트 지분 100%를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휠라코리아는 인수 당시 1억 달러를 들여 지분 12.5%를 확보했고 이후 5년간 총 20.6%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지분율을 33.1%로 늘렸다.

    아쿠쉬네트는 세계 1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골프용품 업체다./타이틀리스트 제공
    아쿠쉬네트는 작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휠라코리아는 당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에셋PEF로부터 지분 20%를 공모가 대비 5%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지분율은 53%로 높아졌다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Titleist) 골프공, 풋조이(FootJoy) 골프화, 스카티 카메론(Scotty Cameron) 퍼터 등을 생산·판매하는 세계적인 골프용품 회사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과 풋조이 골프화는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아쿠쉬네트의 지분을 과반수 확보하면서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아쿠쉬네트의 작년 매출액은 15억7228만달러(약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억4084만달러(약 1600억원)다. 아쿠쉬네트를 포함한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9159억원으로 작년 전체 매출액(9671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1661억원으로 작년 전체 영업이익(118억원)보다 14배 늘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아쿠쉬네트의 자회사 편입으로 국내 유일의 스포츠 패션·용품 그룹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고 글로벌 스포츠 그룹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지주사 체제 전환…가업 승계 속도 내나?

    윤근창 휠라코리아 부사장 / 휠라코리아 제공
    휠라코리아는 올해 4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휠라코리아는 윤윤수 회장과 아들인 윤근창 부사장, 딸인 수연씨, 특수관계사 케어라인 등 6인이 보유하고 있던 휠라코리아 지분 전체(20.12%)를 휠라홀딩스(당시 에이치앰앤드디홀딩스)에 현물출자했다. 이에 따라 휠라코리아의 최대 주주는 윤 회장 및 특수관계자에서 휠라홀딩스로 변경됐다. 당시 회사 측은 “그동안 지분이 분산돼 있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주사 체제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휠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75.18%를 보유한 윤 회장이다. 대표이사로는 윤근창 부사장이 등재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부사장은 휠라홀딩스 지분 4.05%를 보유 중이다.

    1975년생인 윤 부사장은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에서 MBA를 수료했다. 2007년 휠라 미국 지사에 입사해 신발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해 온 윤 부사장은 2015년 휠라코리아에 합류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신발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코트디럭스 기획을 주도하며 ‘휠라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부사장은 아직 공식 석상에 나온 적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겸손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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