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핑족' 등에 업고 화장품도 파는 편의점...'소용량·소포장 젊은층 공략'

조선비즈
  • 박수현 기자
    입력 2017.10.22 07:10

    직장인 김주영(여·24)씨는 최근 직장을 구하면서 화장품에 부쩍 관심이 늘었다. 하지만 뷰티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어느 제품이 자신의 피부와 스타일에 맞는지 잘 몰라 주로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여러 사람이 추천한 제품을 다양하게 써보는 중이다. 가성비가 좋고 용량이 적은 제품 위주로 구매해 체험하고 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얼마 전 동료를 통해 편의점에서도 화장품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만간 ‘편의점 쇼핑’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니(본명 박혜민). 포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00만명이 넘는다. /유튜브 캡처
    일부 브랜드나 제품을 고집하기보다 입소문이 난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으려는 ‘호핑족’이 늘고 있다. ‘깡충 깡충 뛰어다닌다’는 뜻의 영어 단어 ‘hop’과 ‘쇼핑(shopping)’이 결합된 호핑은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써보기 위해 브랜드나 제품을 빠르게 갈아타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은 자주 바꾸지만 그렇다고 호핑족이 사치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소포장·소용량, 저렴한 가격의 ‘미니’ 제품을 선호한다. 기존의 트렌드가 대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한 ‘가성비(가격대비성능)’였다면, 호핑족은 그 정도 금액으로 여러 제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가성비를 추구한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10~20대 여성들은 특정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트렌드와 분위기에 따라 제품을 자주 교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또 신제품을 주변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 기업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층”이라고 말했다.

    ◆ 소용량·소포장 화장품 내놓는 편의점 빅3…화장품 매출 꾸준히 늘어

    호핑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편의점업계는 최근 화장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편의점 특유의 접근성을 활용해 화장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하고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짐에 따라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이 새로운 화장품 구매 채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화장품 편집숍과는 다른 경험을 하면서 편의점 화장품 구매를 점차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이 식품 위주의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생활용품 등 비식품군 상품을 확대하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담배를 제외한 세븐일레븐의 비식품군 매출 비중은 2014년 13.5%, 2015년 14.1%, 2016년 14.4%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 BCL과 업무 제휴를 맺고 색조 화장품 브랜드 ‘0720’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제공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올해 초 미국 화장품 브랜드 ‘립스매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국 대학가 주변 200여개 매장에선 ‘메디힐’, ‘시세이도’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총 11개 브랜드 42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뷰티 전문 플랫폼 미미박스와 손잡고 ‘CU 미미박스’를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데 이어 7월부터는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세타필’을 판매하고 있다. 이달에도 엔프라니의 로드숍 브랜드 ‘홀리카 홀리카’와 손잡고 캐릭터 ‘구데타마’ 콜라보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GS리테일의 GS25는 지난해 9월부터 아이소이의 립스틱, 보습크림, 마스크 등 편의점 전용 상품을 내놓으면서 화장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화장품 ODM업체 BCL이 10대를 공략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0720’을 비롯해 남성 화장품 브랜드인 ‘스웨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연이은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편의점의 화장품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CU의 화장품 매출 성장률은 2015년 10%에서 지난해 13%로 높아졌다. GS25의 경우 같은 기간 성장률이 16.9%에서 19.7%, 세븐일레븐은 12.3%에서 14.8%로 올랐다. 지난 3분기 화장품 매출을 보면 CU는 전년동기대비 23%, GS는 26.5%, 세븐일레븐은 21.2% 각각 증가했다.

    최유정 ​BGF리테일 생활용품팀 MD(상품기획자)는 “편의점에서 높은 품질과 인지도를 확보한 화장품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다양한 전문 업체와 협업을 통해 편의성과 재미를 더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화장품은 생활용품과 달라…편의점 한계 있을 것”

    새로운 유통망으로 주목받는 드러그스토어는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에서 이미 막강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까지 화장품 유통 시장에 뛰어들어 화장품 업체로선 ‘엎친데 덮친격’이다. 2013년 6320억원이었던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만 1조원을 돌파한 드러그스토어 CJ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지난 9월 850개를 돌파했으며, 업계 2위 왓슨스의 매장 수는 8월 기준 154개다. 롭스는 지난 7월말 현재 9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수는 전국 2만8000여개에 육박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들이 운영 중인 브랜드 로드숍 수는 전국에 약 5000~60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GS25가 단독 출시한 LG생활건강의 ‘비욘드’ 편의점 전용 소용량 제품. /GS리테일 제공
    이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잘 나가는’ 편의점과 손잡고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LG생활건강은 GS25와 협업해 지난 4월부터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를 편의점 특성에 맞춰 소용량 제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CU와 손잡고 모공관리 제품인 ‘화산송이’를 모티브로한 과자를 출시했다. CU는 상품 개발·판매 과정에서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콘초코 클래식’과 같은 초코볼 형태를 제안하고 CU의 PB상품 제조업체인 델토리를 통해 30만개 제품을 한정 생산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편의점의 주 소비자층이 20~30대로 이니스프리 소비자층과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그 폭이 뷰티채널보다 넓다”며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쉽게 노출하는 방안으로 접근성이 쉬운 편의점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재인 생활용품과는 달리 가치재인 화장품이 편의점에서 성공을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접근성과 편의성만 따지기 보다는 직접 체험해보고 브랜드와 어느 정도 친숙해진 이후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보다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제품력 면에서 기존 브랜드들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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