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됐지만... 탈원전 정책까지 권고한 월권 논란(종합)

입력 2017.10.20 12:24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된 모습. /조선일보DB
3개월간 건설이 중단됐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이 재개될 전망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 조사를 진행한 결과 ‘건설재개’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471명 시민참여단이 낸 이 결론을 정부에 권고한다. 정부는 위원회 결론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이라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빠른 시일내에 재개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또 현재 중단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 외에도 원전 정책 방향, 원전 건설 재개시 부작용 보완책 등에 대해서 참여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정부에 권고했다. 다만 이는 당초 공론화위원회의 활동범위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압도적 차이로 공사재개 결정했지만… 원전은 축소하라고 권고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시민참여단 최종조사 결과 건설 재개쪽을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포인트 높았다. 오차범위인 ±3.6%(신뢰수준 95%)를 훌쩍 뛰어넘은 차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모든 연령대에서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건설 재개 비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공론위는 또 이와 함께 진행된 설문에서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해 원전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53.2%, 유지가 35.5%, 확대가 9.7%로 나타났다며 원자력발전을 축소 정책을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 권고안에는 ‘건설을 재개할 경우 원전의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을 가급적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보완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국무회의, 한수원 이사회 거쳐 공사 재개

정부는 지난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공사 재개 여부를 공론 과정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1조6000억원을 공사에 투입했고, 종합공정률도 29.5%(시공 11.3%)에 달한 공사 현장을 정지 시킨 것이다. 당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공약 그대로 중단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모아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론화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정된 일정 규모의 시민참여단이 공론조사를 통해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1차 전화조사에서 약 2만명의 응답을 받고, 표본에 맞춰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다. 시민참여단 후보 500명 중 478명이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2차 조사에 참가했고, 숙의 과정 이후 지난 13∼15일 종합토론회에 최종적으로 471명이 참여해 3차와 4차 조사를 진행했다.

공론조사 결과 큰 차이로 건설 재개가 결정되면서 향후 절차는 간단해졌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건설재개 권고안을 그대로 따를 방침이다. 오는 24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제안해준 공론화위원회의 뜻을 존중한다”며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조치가 차질없이 이행되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공사를 계속한다고 의결하면 한수원은 원래 공사 계획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수원 이사회에서도 별다른 충돌 없이 의결될 전망이다.

◆ 책임회피 극대화한 결과...백화점식 설문 논란

일각에서는 공론화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책임 논란을 최대한 회피하는 방향으로 유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회가 애초 목적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넘어 원전 정책과 보완 방안까지 포함한 백화점식 설문조사를 만든 결과 공사 재개에 표가 몰렸고 결국 공사는 재개하면서 원전은 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진행된 상당수 여론조사 결과보다 공사 재개의 지지율이 높았다. 공사 재개 여부 하나만 물었다면 여론조사 때처럼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설문 항목에 향후 원전 정책을 묻는 항목 등을 더하다 보니 원전을 반대하던 사람들도 이미 많은 돈이 들어간 신고리 5·6호기는 짓고 앞으로는 못 짓도록 하는 정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투표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위원회가 건설재개 결정 또는 오차범위내 결론 등에 따른 부담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양비론적 결론을 이끌어낸 셈이라 향후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건설 반대측은 벌써부터 공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의 권고안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단이 공론화기간 보여준 진중한 토론 모습과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공론화기간 우리가 목격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년 간 국민이 핵발전의 필요성과 안전성, 경제성에 대해 정보를 일방적으로 접해온 상황에서 공론화기간은 너무 짧았다”며 “시민참여단 59.5%가 건설재개를 선택한 것은 이런 문제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며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찬성 측은 일단 일제히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앞으로 이들 역시 문제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 위원회가 향후 정부의 원전 정책까지 간여한 것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력 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권고안을 내린 것은 본래 공론화위원회 활동 취지와 맞지 않는 월권 행위”라며 “원전 정책은 시민참여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전문가 등이 모여 별도의 공론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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