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게임에 적용하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AI를 게임에 적용해 사용자 게임 몰입도를 높이고 사용자 개개인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엔씨소프트의 AI 센터 직원이 일하는 모습.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036570), 넷마블게임즈, 넥슨코리아는 AI 기술 개발 관련 부서를 만들고 게임 개발에 활용하거나 고객 분석, 게임 시스템 강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매출 대비 R&D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 엔씨소프트(CEO스코어 조사)는 2012년부터 ‘AI 랩(Lab)’을 신설해 게임 외에도 여러 방면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AI 센터’로 규모를 확대하고 산하에 AI 랩과 자연어처리(NPL) 랩으로 구성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에 AI를 적용해 컴퓨터가 운용하는 캐릭터(NPC)가 실제로 사람이 조작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블레이드앤소울 속 주요 던전인 ‘무한의 탑’의 NPC는 사용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스킬 연계, 연속적인 공격과 방어 기술 활용 등이 특징이다. 기계학습으로 사용자들의 반응과 플레이 데이터를 활용해 기능을 높이는 중이다.

넥슨코리아는 올해 4월 ‘분석 본부'라는 조직을 신설해 AI를 게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넥슨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AI 봇 개발 등을 담당하며 올 하반기에는 이와 관련된 인력을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넥슨은 AI를 활용해 게임에서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사용자도 찾아낸다. 1인칭 총싸움게임(FPS)에서 쉽게 적을 조준하도록 도와주는 해킹 프로그램 등을 감지해 이를 차단하는 것이다.

또 신규 게임 사용자가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줄 수 있도록 A를 활용한 ‘액티브 어드바이저’도 개발 중이다. 단순 튜토리얼이 아니라 서투른 조작을 하면 이를 감지해 필요한 조작을 알려주는 형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코리아는 모두 AI를 활용한 ‘매칭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그동안 게임 회사들은 사용자가 ‘사용자 간 대결(PVP)’을 원할 때 단순히 비슷한 점수 또는 능력치를 가진 사용자끼리 연결해줬다. 최근 게임 회사들은 사용자 개인이 가진 플레이 스타일, 특정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캐릭터 특성과 전투 지역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대결을 성사시키거나 팀 대전을 함께할 동료를 추천하며 게임의 재미를 높이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 무한의 탑 던전에는 사용자 조작 패턴 등 여러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적용된 NPC가 사용자 대결 대상이 돼 몰입도를 높인다.

액티브 어드바이저, 매칭 시스템은 점차 개인 사용자가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그 개성에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특징이다. 넷마블게임즈는 맞춤형 서비스를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엔진’ 형태로 로개발 중이다. 넷마블은 2014년부터 게임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이용자 패턴과 습관을 분석해 개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진을 만드는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넷마블은 AI 활용 게임 개발과 AI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9월 12일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계열사 전체 리더 약 500명이 참가한 AI 포럼도 열었다. 넷마블 역시 하반기 공채를 AI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서 많은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방준혁 의장은 AI 포럼이 열린 자리에서 “미래 게임은 AI를 고도화한 지능형 게임이 될 것”이라며 “기존 게임이 설계된 게임에 이용자가 반응하는 방식이었다면, 지능형 게임은 이용자에게 맞춰 게임이 반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