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공격 '암세포 킬러' 첫 허가… 제약업계 성장 돌파구 되나

입력 2017.09.18 03:00

[3세대 항암제 '면역 유전자 치료제']

T세포에 암 찾는 유전자 결합
한 번 투입하면 몸속 계속 증식… '암세포의 연쇄 살인마'로 불려
스위스 노바티스社 '킴리아'… 美 FDA, 백혈병 치료제 허가
美 카이트 파마社도 11월 받을 듯
올해 시장 815억원 규모서 2028년 9조6262억원 달할 듯
대기업·바이오기업 제휴 활발

면역 유전자 치료제 전 세계 시장 추이 그래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지난달 30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Kymriah)'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인체에 있는 면역세포에 암세포를 탐지하는 능력을 가진 유전자를 집어넣은 최초의 항암 면역 유전자 치료제이다. 미국 카이트 파마는 오는 11월 FDA로부터 또 다른 혈액암인 림프종에 듣는 면역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는 이 회사를 119억달러(약 13조4767억원)에 인수했다. 그만큼 면역 유전자 치료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말이다. 두 치료제 모두 시장에서 연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제약업계가 3세대 항암제인 면역 유전자 치료제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화학합성 신약의 허가 건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극복한 신개념 바이오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성장의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영국 1위 제약사 GSK와 일본 1위 제약사 다케다도 최근 면역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상위 제약사들과 바이오 기업들의 공동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면역 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올해 7200만달러(815억원) 규모에서 2028년 85억달러(9조6262억원)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품 출시가 본격화되는 2019~2028년 연간성장률은 무려 46.1%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암 이외의 다른 질병 치료제로도 개발이 이뤄지면 시장 규모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암세포의 연쇄살인마(serial killer)'

노바티스가 허가받은 치료제는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로 불린다. 신화에서 여러 동물의 모습을 가진 괴물 키메라처럼,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의 항원을 찾는 유전자를 결합했다는 뜻이다. 즉 공격군에 정찰 능력까지 결합한 것이다. 원래 T세포는 암세포를 발견했다는 신호를 받고서야 출동한다.

암 치료에는 외과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이어 1940년대 후반부터 1세대 화학합성 항암제가 등장했다. 하지만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해 부작용이 극심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2000년대 이후 2세대 표적항암제가 나왔다.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만 차단하는 방식이어서 부작용도 적고 재발 가능성이 낮아 인기를 끌었다.

면역 유전자 치료제 원리 그래픽
그래픽=김현지 기자

CAR-T세포 치료제는 2세대 표적항암제를 질적으로 도약시킨 형태다. 공격군으로 화학물질이 아니라 인체 면역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기능까지 장착했다. 노바티스는 펜실베이니아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킴리아를 개발했다. 암세포를 찾는 유전자에 자기증식 신호를 내는 유전자까지 추가해 한 번 투여하면 몸 안에서 계속 증식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약물' '암세포의 연쇄 살인마'로 불린다.

생산 시간, 부작용 줄인 차세대 기술 등장

노바티스와 카이트 파마에 이어 미국의 주노 테라퓨틱스도 내년 혈액암을 치료하는 CAR-T세포 치료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각사는 이후 치료 대상 질병군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후발 주자들은 선발 주자의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면역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CAR-T세포 치료제는 일일이 맞춤형 제조를 해야 한다. 말기 백혈병 환자는 수주일씩 걸리는 제조 기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실제로 노바티스의 임상시험에서는 치료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사망한 환자들도 나왔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 셀렉티스와 미국 아타라 바이오테라퓨틱스는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의 면역세포를 범용 치료제로 이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러면 평소에 약을 만들어 비축할 수 있다. 셀렉티스는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가 환자 몸에 들어가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관련 유전자를 제거했다.

T세포보다 면역거부반응이 덜한 면역세포인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이용한 CAR-NK세포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CAR-T세포와 암세포 사이에 매개 물질을 두는 방식도 개발되고 있다. 매개 물질은 인체에 들어가면 수십분 만에 분해돼 면역반응이 과도해질 시간이 없다. 그만큼 거부반응도 줄어든다.

대기업과 바이오 기업의 협력 활발

카이트 파마는 미국 암젠과, 주노 테라퓨틱스는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차세대 주자인 셀렉티스는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와 손을 잡았다.

국내에서는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셀이 간암, 췌장암 같은 고형암을 목표로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 LG화학도 관련 팀을 만들어 협력 대상 기업을 모색하는 등 초기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업체와 손잡은 국내 업체들도 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CAR-T 기술을 미국의 바이오벤처 블루버드 바이오에 588억원을 받고 기술이전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미국의 소렌토 테라퓨틱스와 국내에 합작법인 이뮨온시아를 세우고 CAR-T, CAR-NK세포 치료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앱클론은 스웨덴 기업과 함께 CAR-T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랩셀은 영국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와 건강한 사람의 NK 세포를 이용한 범용 CAR-NK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면역 유전자 치료제는 해외에서도 초기 단계여서 선두 주자와 후발 주자의 간격이 크지 않다"며 "병원에서 혈액으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므로 국내에서는 우리 기업들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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