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49)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재산의 3분의 2에 달하는 15억원 이상을 주가 변동이 큰 코스닥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는 점, 일반 투자자는 잘 모르는 종목에 투자해 10억원 넘게 벌었다는 점 등이다. 30일엔 이 후보자가 2013년 주식을 샀다가 2015년 4월 전에 처분한 내츄럴엔도텍이 2015년 당시 이 후보자의 소속 법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커졌다.

여의도 증권가의 투자 전문가들은 대부분 "보유 종목과 매매 시점 등을 볼 때 일반 투자자는 상상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투자"라고 했다. "본인이 투자 경위를 상세하게 해명하기 전까진 기업 내부 정보나 작전 세력의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투자했다는 의혹이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내놓지 않아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투자에 관심이 큰 것은 부동산 투자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불법 없는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해명한 뒤, 추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저가 매수, 고가 매도 타이밍 기막혀"

이 후보자는 반도체 장비·수술 로봇 제조 업체인 미래컴퍼니 주식 9000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1년간 2억여 원어치를 사들였다가 올 4월 일부 팔면서 1억2000만원 차익을 챙겼다. 2만3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6만2000원으로 급등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주가가 4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닷새쯤 뒤 다시 주식을 매입했는데, 현재 주가가 7만3000원대로 뛰면서 그가 얻은 투자 수익은 총 5억원대에 이른다.

한 증권사 사장은 "이 후보자의 종목 선택이나 매매 타이밍이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임원 Y씨는 "투자 수준이 거의 귀신의 경지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코스닥 종목을 집어내고, 기막힌 매매 타이밍까지 곁들인 것"이라고 했다.

Y씨는 "미래컴퍼니 시가총액(5600억원)이 작년 3월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며 "증권가에 이 회사를 주의 깊게 보던 애널리스트(분석가)도 없었는데,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작년 초 이후 증권가의 미래컴퍼니 기업 분석 보고서는 3건에 불과하다. 애널리스트 K씨는 "더 놀라운 건 주가가 오르는 1년 반 동안 이 후보자가 확신을 갖고 이 종목을 계속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1억원에 산 아파트를 3억원에 팔 수는 있지만, 10억원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누군가에게 꾸준히 믿을 만한 정보를 들었기에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비상장 주식으로 5억원 벌어

이 후보자가 2013년 매입해 5억원 넘는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내츄럴엔도텍 비상장 주식 1만여 주도 논란거리다. 이 후보자는 2013년 2만2000원에 사들였지만, 그해 10월 코스닥 상장 후 2015년 초 주가가 9만원대로 치솟았다.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4월 '백수오 파문'으로 주가가 10분의 1로 급락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그 이전에 보유 주식을 처분해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당시 내츄럴엔도텍 사건을 이 후보자가 속한 로펌이 수임했다. 이 후보자 측은 30일 "내츄럴엔도텍 사건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로펌 측도 "이 후보자의 주식 매입(2013년)과 사건 수임(2015년)은 시기상 전혀 무관함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내츄럴엔도텍 투자는) 함께 일하는 윤모 변호사가 상장(上場) 가능성이 있다고 해 샀다"고 했는데, 윤모 변호사는 이 후보자가 속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다. 내츄럴엔도텍 내부 정보를 먼저 입수한 것이 투자 계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15년째 전업 투자를 하며 20억원을 굴리는 S씨는 "장외주식은 도박과 비슷해 대주주나 다른 내부자 정보가 없으면 우리 같은 전업 투자자도 손을 안 댄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문제 있는 투자로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닥 종목도 엄연히 합법적인 투자 대상이고, 변호사가 공직자도 아닌데 투자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K씨는 "이 후보자의 일부 종목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데다, 주식 투자를 매우 즐기는 공격적인 투기 성향 투자자라면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금융 당국에서 정확한 매매 경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에서 투자 업무를 전담하는 A씨는 "재산이 100억 가까이 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같은 사람이 삼성전자 등에 50억을 투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전업 투자자가 아닌 변호사가 이런 '기이한 투자'를 하게 된 경위가 불분명하다면 헌법재판관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