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커트 7만7000원’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2관에서 길 하나를 건너 있는 건물 1층에는 현대카드 남성 임직원 전용 미용실 ‘커트(CUT)’가 있다. 사옥에서 딱 30초 거리다. CUT는 최고경영자(CEO)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단골 ‘바버숍’인 한남동 ‘헤아(Herr)’에서 위탁 운영하는 사내 미용 시설이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겨냥한 고급 이용원, 일명 바버숍은 고급스러운 현대식 남성 전용 공간이다. 남성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구두 관리 용품, 면도 용품, 시가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CUT 매장은 검은색·갈색·흰색만으로 구성돼 세련된 느낌을 준다. 통유리 외벽을 통해 밖에서도 내부 인테리어가 훤히 보인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디자인을 맡았던 미국 유명 디자인 회사 겐슬러(Gensler)의 작품이다.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내 미용실. 정태영 부회장의 바버숍에서 위탁 경영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2일 오후 7시 쯤에도 한명의 남성 미용사가 남성 고객의 머리를 다듬어 주고 있었다. 유리벽에는 ‘HYUNDAI CARD EMPLOYEE ONLY(현대카드 직원 전용)’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정 부회장은 머리가 지저분해졌다고 느낄 때면 헤아를 찾아 머리를 정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원래는 헤아 한남동 본점을 찾는 단골 고객이었지만 요즘에는 회사 옆에 들어서 있는 사내 바버숍을 더 자주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이런 서비스를 직원들도 느껴봐야 한다면서 회사 바로 옆 오피스텔의 상가를 임대해 바버숍을 입점시켰다. 이러한 서비스를 직원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면서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디자인이나 사옥 구성 등에서 ‘멋’을 중시하는 정 부회장의 평소 철학이 담겨 있는 결정이었다.

미용 가격은 7만7000원(간단한 옆머리 정돈은 4만원)이지만 현대카드 직원은 반값만 내면 된다. 나머지 절반은 현대카드에서 보전해준다. 대개 1만원대를 오가는 남성 이발 가격에 비하면 비싼 축이다.

현대카드 직원들은 인트라넷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한다. 하루 평균 10~15명 정도의 직원이 방문해 머리를 다듬는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근무 시간 중에도 방문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남자 머리 자르는 것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무 시간 중에 30분 정도 나와서 다듬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여성 임직원들을 위해서는 CUT 바로 옆에 ‘폴리시(polish)’라는 손톱 관리 공간이 있다. 현대카드는 폴리시를 백화점과 주요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네일아트 프랜차이즈 ‘루미가넷’에 위탁 경영을 맡겨 운영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카드업권의 분위기와 달리 현대카드는 멋을 중시하는 문화 같다”면서 “다른 카드사들, 특히 은행 계열 카드사들은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