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한국투자파트너스 부사장

국내 1위 벤처캐피털(VC) 한국투자파트너스(이하 한투파트너스)의 투자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김종필(47)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가 17년간 몸 담았던 한투파트너스를 곧 떠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여현 대표와 함께 한투파트너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김 부사장이 돌연 퇴사를 결정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현재 회사 측과 퇴사 시기, 후임자 선정 등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 중이다. 그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이 미국에서 새로운 VC를 설립할지 아니면 현지 VC에 합류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고심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 인생 2막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1970년생인 김 부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KTB네트워크 벤처투자팀, 미래에셋벤처투자를 거쳐 지난 2000년 한투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입사와 동시에 각종 투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 부사장은 36세이던 2006년부터 한투파트너스의 각종 투자 활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2008년 백여현 현 대표가 취임한 뒤로는 투자본부·PE(사모펀드)본부·중국본부 등을 총괄하는 투자그룹장을 역임해왔다.

한투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는 카카오(035720)더블유게임즈(192080)가 꼽힌다. 카카오의 경우 한투파트너스가 50억원을 투자해 760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더블유게임즈에 대해서는 100억원을 투자해 1300억원을 벌었다. 또 한투파트너스는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액션스퀘어(205500)에도 8억원을 투자해 470억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는 초고속 승진으로 이어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2년 당시 상무였던 김 부사장을 전무로 승진 발령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부사장으로 한 단계 더 승진시켰다. 한투금융에서 1970년생 직원 대부분이 부장급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셈이었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2009년 3000억원대로 업계 20위권이던 한투파트너스의 총 운용자산(AUM)은 2017년 7월말 현재 1조6852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이중 벤처펀드 AUM은 9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1위다. VC 업계에서는 한투파트너스가 올해 국내 VC 가운데 처음으로 벤처펀드 AUM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VC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의 갑작스런 퇴사 결정을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본다. 20년 이상 경력의 VC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벤처기업 육성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정부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며 “한투파트너스에 딱히 손실을 끼친 것도 없는데 돌연 물러난다고 하니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VC 업계 동료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는데 회사나 지주사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며 “한투파트너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회사와 충분히 협의해 인수인계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한투파트너스 관계자는 “김 부사장 퇴사 이후 투자그룹 운영 방식이나 후임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