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놀린 값 서울만 연 4670억원…'공실(空室)의 경제학'

조선비즈
  • 이상빈 기자
    입력 2017.07.31 06:06 | 수정 2017.07.31 14:27

    빈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기회비용이 서울에서만 연간 46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한 해 예산의 2%에 달하는 금액이다.

    전국에 있는 오피스 빌딩과 상가, 빈집 등의 빈 공간을 모두 합치면 쉬고 있는 공간의 기회비용은 조단위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은 공실을 줄이기 위해 ‘공실세’를 도입하는 등 공실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한국은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과 민간이 주도하는 유휴 공간 활용 사업이 이제야 걸음마를 떼는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공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낮고 대응도 늦은 셈이다.

    ◆ 서울 300개 빈 사무실의 기회비용 年 4670억원…“빈 공간 계속 늘 것”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임대문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상빈 기자
    부동산관리업체 한화63시티가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 및 기타 권역에 있는 오피스 빌딩 295개를 대상으로 지난달 공실면적과 평당 임대료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실에 따른 월 임대료 기회비용은 389억1734만원이었다.

    이들 295개 빌딩에서 1년 동안 공실로 생기는 기회비용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467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 한 해 예산의 2%에 달한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9.8%다. 기업 이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공실을 고려한다 해도 10년 전인 2007년 하반기(3.1%)보다 6%가량 증가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가 줄고 고용 없는 생산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빈 사무실이든 빈집이든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만 놓고 계산해도 이 정도인데, 빈집과 빈 상가까지 계산하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진행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빈집은 2010년 79만호에서 2015년 107만호로 35%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25년까지 빈집이 13%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 영국·캐나다는 ‘공실세’ 도입해

    선진국의 경우 오랫동안 공실로 남겨둘 경우 세금을 매기기도 한다.

    영국은 건물주가 공실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8년 공실세(Empty Properties Rates) 제도를 시행했다. 공간이 빌 경우 공제했던 부동산세를 받게 한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공실을 막기 위해 올해 1월부터 6개월 이상 빈 주택에 주택 공실세(Empty Homes Tax)를 부과하고 있다. ‘분양 중’ 현수막이 걸린 캐나다 시내의 한 건물. /블룸버그 제공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도시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주거비용이 늘어나는데도 공실률이 높아지자, 올해 1월부터 6개월 이상 빈 주택에 주택 공실세(Empty Homes Tax)를 부과하기로 했다. 밴쿠버는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면서 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결국 정부가 빈집 1만800여채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목적에서 주택 공실세를 도입한 것이다.

    전은호 토지자유연구소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은 “토지 공개념이 자리 잡힌 일부 선진국은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공유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세제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걸음마 단계” 도시재생·유휴공간 사업 시작됐다

    도시재생 사업 논의가 활발해지기 전까지 빈집이나 빈 건물은 부수고 다시 짓는 대상에 더 가까웠다. 지금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도시재생 물결을 타고 유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두꺼비하우징’과 ‘민달팽이 유니온’은 빈 공간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두 단체는 서울시와 함께 2014년부터 빈집을 고쳐 청년주택이나 사회주택, 셰어하우스로 사용하는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유휴 공간을 사업화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휴공간 중개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은 서울 주요 오피스 빌딩의 빈 공간에 팝업스토어나 런칭 이벤트 등을 열어 단기 임대하는 방식의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유휴 공간 중개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은 서울 주요 건물의 빈 공간에 팝업스토어 등을 열어 수익을 내고 있다.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GFC)에 들어간 삼성 갤럭시노트7 팝업스토어. /스위트스팟 제공
    그랑서울이나 센터원, 동대문 DDP 등 서울 주요 빌딩 100여곳의 빈 공간을 대상으로 삼성, 샘소나이트, 테일러메이드 등 주요 리테일 브랜드에 최소 2일, 최대 6개월의 단기 임대를 하는 중개 사업을 하고 있다.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도 4000곳에 가까운 유휴 공간을 플랫폼으로 만들어 수익모델을 창출했다. 지난해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최근 공유 오피스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빈 공간은 아무도 쓰지 않는 공간이지만 브랜드를 넣고 마케팅 콘텐츠를 부여하면 가치가 생길 수 있다”며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이라 판단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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