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書架)] 창업 고민 중? 도쿄의 가게를 경험하라

조선일보
  • 이지훈 세종대 교수(혼창통아카데미 주임교수)
    입력 2017.07.24 03:00

    '퇴사준비생의 도쿄'

    이동진
    도쿄는 서울의 가까운 미래라고들 한다. 누구는 5년 차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20년 차이라고도 한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은 컨설턴트와 대기업 직원 출신의 젊은 저자 4명(이동진 외·사진)이 도쿄를 발로 뛰며 쓴 트렌드 보고서이다. '사업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곳'이란 기준으로 25곳을 방문해 소개하는데, 무릎을 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경험의 편집'이다. 이 시대의 경제 행위는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사고파는 행위로 변하고 있으며, 현명한 기업들은 그 경험을 편집한다.

    이를테면 고깃집 호우잔은 매일 30분 손님 대상으로 경매를 한다. 고기 특수 부위를 대상으로 하며, 식사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그냥 주문해서 먹으면 비싸기 때문에 경매는 치열하게 진행되며 손님들은 그 과정을 즐긴다.

    센터더베이커리라는 식빵 가게는 식빵을 경험하는 2000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예컨대 부설 레스토랑에선 식빵과 함께 먹는 세계 최고급 버터 3종류와 잼 6종류의 조합을 즐길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유명 토스터 20여종이 비치돼 있는데, 고객이 가져와서 직접 식빵을 구워 먹는 재미가 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구시야모노가타리라는 튀김 가게는 손님이 원하는 꼬치를 가져와서 튀김옷을 입힌 후 직접 기름에 튀긴다. 손님들은 평소 스스로 하기 힘든 튀김 요리를 체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재료 손질이나 기름 청소 등 귀찮은 일은 가게가 대신해 준다는 점이다. 가장 재밌는 프로세스만 고객에게 넘겨준다.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를 꼽는다면 '업(業)의 재정의'이다. 쌀가게 아코메야는 20여 종의 쌀을 2~3인분 단위로 포장 판매해 다양한 밥맛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또 밥이 아니면 함께 먹기 힘든 각종 반찬류를 팔고, 쌀로 만드는 사케도 판다. 이곳에서 파는 쌀로 지은 밥과 반찬을 직접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이 가게는 쌀가게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소재로 재정의했다.

    마루노우치리딩스타일이란 책방은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과 장난기를 자극한다'는 콘셉트가 차별화 포인트다. '생일문고'라는 기획 코너가 있는데, 책 제목 없이 표지에 날짜만 적힌 책들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순서대로 꽂혀 있다. 같은 날에 태어난 저명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생일 선물로 딱이다. 잡화 코너에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소금물 스프레이 등 유머 감각 있는 제품들이 많다.

    사실 이 책의 출발 자체가 '경험'과 관계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하기 힘든 체험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을 사전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나중에 받아본다. 이 책은 일본의 트렌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사전에 펀딩을 받아 제작된 콘텐츠를 발췌한 것이다.

    취재가 꼼꼼하고,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생생함을 더한다. 책 제목은 퇴사를 염두에 두고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