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시장서 동시에 흔들리는 현대·기아차…"사드 보복+모델 노후화로 위기"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7.07.04 17:06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선 지난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현지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확산된 이후 판매량이 반토막났고, 미국 시장에서도 주력모델의 노후화 등으로 두자릿수에 가까운 판매량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인 825만대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사드 보복에 3월 이후 판매량 급감…점유율도 ‘반토막’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들어 5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총 26만6228대를 판매했다. 이는 42만5561대가 판매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4% 급감한 수치다.

    지난 3월 사드 배치 후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현대차 파손 사진/웨이보 캡처
    올 초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현대차는 1월에 8만17대, 2월에 6만76대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6.4%, 12.9%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3월 사드 배치가 시작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한국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불이 붙으면서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대차의 3월 중국시장 판매량은 5만6026대로 전년동기대비 44.3% 급감했다. 4월에는 63.6% 줄어든 3만5009대, 5월에는 65% 감소한 3만5100대에 그쳤다. 6월 판매량 역시 4, 5월과 비슷한 3만5000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3월에는 판매대수가 1만6006대로 급감하면서 전년동기대비 68% 줄었다 4월과 5월에도 판매대수가 1만6050대, 1만7385대에 그치면서 전년동기대비 각각 68%, 65.3% 급감했다. 기아차의 6월 판매량도 1만6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생산라인을 계속 확대하면서 중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시장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5번째)을 비롯한 현대차와 한국,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중국시장 점유율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는 올들어 2월까지 중국 시장 점유율 4%대를 유지했지만 3월에는 2.9%, 4월 이후에는 2.2%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기아차의 경우도 2월에는 2.1%를 기록했지만 4월부터 1%로 떨어졌다.

    ◆ 美 시장도 올들어 판매실적 악화…도요타 등 경쟁사는 판매량 증가

    미국 시장에서도 올들어 현대·기아차의 판매대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동월대비 19.3% 감소한 5만4507대를 파는데 그쳤다. 기아차도 5만614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0.3% 감소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 역시 하락세다. 지난해 6월 4.4%였던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은 지난달 3.7%로 떨어졌고 기아차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4.1%에서 3.8%로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마케팅과 광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올들어 판매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슈퍼볼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 전광판에 나온 현대차 광고/연합뉴스
    현대·기아차가 동반 부진에 빠진 사이 경쟁사들은 오히려 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지난달 도요타의 판매량은 20만2376대로 전년동월대비 2.1% 증가했고 닛산과 혼다도 판매량이 각각 1.6%, 0.8% 늘었다. 지난 2015년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움츠러들었던 폴크스바겐 역시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9.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누적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34만6360대로 전년동기대비 7.4% 감소했고 기아차는 29만5736대로 9.9% 줄었다.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은 64만2096대로 8.6%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렌터카 등 법인고객을 중심으로 싼 값에 많이 파는 방식에서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제 값을 받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 판매전략을 바꾸면서 전체 판매대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단기간 내 회복 사실상 어려워…현대·기아차 “신차 중심으로 판촉 강화할 것”

    현대·기아차는 올해초 글로벌 연간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12만대 늘어난 825만대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내수시장 68만3000대, 해외시장 439만7000대 등 총 508만대, 기아차는 내수 51만5000대, 해외 265만5000대 등 317만대였다.

    그러나 세계 최대 판매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올 상반기에 부진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목표치 달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인 사드 배치가 정치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도 이렇다 할 개선책을 찾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미국 시장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판매 방식을 수정했기 때문에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전략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올 3월 출시한 현대차 위에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최근 국내 시장에서 출시한 소형 SUV 코나와 기아차의 프리미엄 세단인 스팅어도 곧 미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어렵지만 신차를 중심으로 판촉과 마케팅을 강화해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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