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유럽·북미 노선 취항과 해외거점 확대를 선언하며 제주항공과 진에어로 이뤄진 ‘양강(兩强) 구도’에 도전장을 던졌고 후발주자인 에어서울은 도쿄, 오사카 등 인기 노선에 본격적으로 취항하겠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들의 잇따른 도전과 신규 사업자 진출 가능성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항공기

또 현재 6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로 이뤄진 국내 저비용항공사 업계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강원 양양을 기반으로 하는 플라이양양에 이어 청주를 기반으로 한 에어로K도 저비용항공사업 진출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항공사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을 오가는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순탄한 성장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층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각자 치밀한 경영전략과 노선 운항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 티웨이항공, 내년 상장 후 유럽·북미 취항…에어서울은 인기노선 공략 본격화

티웨이항공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티웨이 블로섬(Blossom) 2025 비전선포식’을 열고 2020년부터 중·대형기를 도입해 유럽과 북미 노선에 취항하겠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2010년 국내에서 5번째로 취항을 시작한 저비용항공사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는 “그동안 저비용항공사들은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더 이상 이같은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제는 저비용으로 유럽, 북미 등 장거리 노선 지역에 가려는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임원들이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업체는 진에어 한 곳으로 호주와 하와이에 취항하고 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는 장거리 노선 취항에 필요한 대형 항공기 도입 가격이 높은 데다 일본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이 높아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꺼려왔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대형 항공기의 원가가 높지만 전략적인 노선 운영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장거리 노선 운항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선 항공기 도입을 위한 재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자본금 확충을 위해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2020년까지 항공기 보유대수를 30대까지 늘린 후 2025년에는 대형항공기 10대를 포함해 총 50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과 베트남, 중국에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출범한 에어서울은 올 하반기부터 도쿄와 오사카, 홍콩, 괌 등 인기 노선에 대한 취항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에어서울은 현재 항공기 3대로 다카마쓰와 시즈오카, 나가사키 등 일본 8개 도시와 마카오, 코타키나발루 등 동남아 3개 지역을 오가는 노선을 운영 중이다. 마카오, 코타키나발루 등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들이다.

에어서울은 올 하반기부터 오사카, 괌, 도쿄, 홍콩 등 인기 노선 취항을 시작한다. 사진은 기내에서 신규 취항노선 발표행사를 진행 중인 에어서울 승무원들

류광희 에어서울 대표이사는 “인기 노선 취항을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 발판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매년 2대씩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필리핀과 베트남, 대만 등 다른 인기 노선에 대한 취항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에어서울이 운용하는 항공기가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제작됐고 개별 모니터와 넓은 좌석 간격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 노선 취항이 시작되면 기존 사업자들에게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플라이양양 이어 에어로K도 항공사업 도전…LCC 7~8곳으로 확대 가능성

후발주자에 속하는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이 본격적인 성장계획을 밝힌 가운데 새로운 사업자들이 출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강원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양양은 지난 7일 국토부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재신청했다. 플라이양양은 자본금 150억원과 항공기 3대 이상의 구비 요건을 충족해 올해 2월 국토부에 면허를 신청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플라이양양이 재무적 위험이 있고 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퇴짜를 놨다.

플라이양양은 현재 185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320억원의 투자확약을 받아 재무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0년까지 855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2021년까지 항공기 10대를 도입해 소비자 편익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플라이양양은 이번에 국토부 승인을 받을 경우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청주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 에어로K의 브랜드 이미지

플라이양양에 이어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한 에어로K도 지난 26일 국토부에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했다. 에어로K는 정부가 제시한 자본금 요건 150억원의 3배인 45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한 데다 에어버스 A320 신형 항공기 8대를 주문하는 등 항공사업에 대한 준비를 거의 끝냈다고 밝혔다.

에어로K 측은 특히 한화그룹과 에이티넘파트너스 등 검증된 업체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섰고 청주대, 극동대 등 청주 주변지역 4개 대학과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대한 명분도 커 국토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만약 국내 LCC 사업자가 7~8곳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경쟁 심화로 업체별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곧 항공 국제여객 시장에서 공급증가율이 수요증가율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로 경쟁하는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이 심화돼 일부 업체들은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