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세타Ⅱ 엔진 결함 인정…그랜저HG 등 5개 차종·17만대 리콜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7.04.07 10:00

    현대·기아차가 그랜저HG, YF쏘나타 등에 탑재된 세타Ⅱ 엔진의 결함을 인정하고 17만여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했다. 2015년 미국에서 세타Ⅱ 엔진을 장착한 YF쏘나타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 이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국내에서도 리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한 세타Ⅱ 엔진을 탑재한 차량 17만1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국토부는 “현대·기아차가 자체 조사를 거친 후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강제 리콜이 아닌 자발적 리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8월 이전 세타Ⅱ 엔진이 탑재된 그랜저HG 11만2670대가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조선일보DB
    이번 리콜 대상은 ▲2010년 1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그랜저HG(2.4GDi) 11만2670대 ▲2009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YF쏘나타(2.4GDi, 2.0 터보GDi) 6092대 ▲2011년 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K7(2.4GDi) 3만4153대 ▲2010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K5(2.4GDi, 2.0 터보GDi) 1만3032대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스포티지(2.0 터보GDi) 5401대다.

    현대·기아차는 개선된 엔진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과 엔진 수급상황, 리콜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올해 5월 22일부터 리콜을 시행할 예정이다. 해당 차량 소유자는 5월 22일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서비스센터를 찾아 점검을 받은 뒤 문제가 발견될 경우 무상으로 엔진을 교환받을 수 있다.

    ◆ 엔진 內 금속 이물질에 의한 ‘소착현상’ 발생…주행 중 시동꺼짐, 화재 가능성

    이번 리콜 대상인 세타Ⅱ 엔진은 기계 불량에 따른 금속 이물질로 인해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이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엔진 내부에는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하기 위해 커넥팅 로드라는 봉과 크랭크 샤프트라는 봉이 베어링을 통해 연결돼 있다. 베어링과 크랭크 샤프트의 마찰을 줄이고 두 부품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들어 두는데,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Ⅱ 엔진은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세타Ⅱ 엔진의 결함 부위/국토부 제공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배출됐고 이로 인해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한 ‘소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소착현상이란 마찰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열이 발생해 금속 이물질이 접촉면에 용접한 것처럼 굳게 박히는 것이다.

    소착현상이 생기면 심한 소음이 발생하거나 주행 중 시동꺼짐,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세타Ⅱ 엔진이 장착된 K5가 고속도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고 올해 3월에도 K5와 K7 차량에서 주행 중 화재가 일어나거나 심한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 2년만에 결국 결함 인정한 현대·기아차…국토부 “고의 은폐 여부는 더 검토해 봐야”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실시한 세타Ⅱ 엔진 탑재 차량 리콜도 엔진 내 금속 이물질이 문제였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YF쏘나타가 커넥팅 로드와 연결된 베어링에 남은 금속 이물질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해 47만대를 리콜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판매차량의 세타Ⅱ 엔진 이물질은 앨라배마 공장의 공정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하며, 국내에서 생산한 세타Ⅱ 엔진 탑재차량은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정 불량으로 오일 구멍 주변에 금속 이물질이 박힌 모습/국토부 제공
    그러나 국내에서도 이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져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현대차도 자체 조사를 통해 결국 국내 생산차량의 세타Ⅱ 엔진에서도 금속 이물질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국토부가 조사를 의뢰한 자동차안전연구원도 2013년 8월 전에 생산된 세타Ⅱ 엔진에서 소착현상이 발생한 것을 지난달 확인했다.

    조무영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현대·기아차가 제작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인 리콜계획을 제출해 세타Ⅱ 엔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를 종료하고 시정계획의 적정성만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8월 이후에는 현대·기아차가 금속 이물질 제거를 위한 공정 개선 조치를 시행해 더 이상 결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조 과장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현대·기아차의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발조치 등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에어백 결함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현대차를 고발했지만, 이번 세타Ⅱ 엔진의 경우 회사가 결함을 일부러 숨겼다고 명백하게 판단하기 힘들다”며 “법률 검토와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고발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근 5년 가운데 세번째로 많은 리콜 규모…실제 수리대상은 5% 밑돌 듯

    현대·기아차의 이번 리콜은 최근 5년간 있었던 국내 자동차 리콜 가운데 세번째 규모에 해당된다. 2013년 현대·기아차는 브레이크스위치 결함으로 아반떼 등 19개 차종, 82만5000대를 리콜했고 2015년에는 르노삼성이 엔진마운트 파손으로 SM5와 SM3를 합쳐 39만2000대를 리콜한 바 있다.

    다만 국토부는 17만여대가 리콜 대상이지만 점검 과정을 거쳐 실제로 문제가 드러나 엔진 교환을 받게 될 차량은 전체 리콜 대상의 5%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 과장은 “2015년 미국에서 세타Ⅱ 엔진 탑재 차량 47만대를 리콜했을 때도 실제로 수리 대상이 된 차량은 전체의 3%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번 리콜도 미국의 경우와 같이 금속 이물질에 의한 문제로 인해 실시되기 때문에 엔진 교환이 필요할 만큼 문제가 되는 차량의 수도 비슷한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