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 막 내리나..."2년내 중국발 치킨게임 벌어진다"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7.04.06 06:25

    2년 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제2의 치킨게임(Chicken Game·죽기살기식 경쟁)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탑재한 스마트홈과 커넥티드카 수요 때문에 2021년까지 약 5년 간 사상 최대의 수퍼 사이클(super cycle·장기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해왔다.

    반도체 사이클의 비관론자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설립한 YRST(Yangtze River Storage Technology·창장춘추과기)가 올해부터 대규모 낸드플래시 설비 투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각 향배도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5일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160억달러 수준이었던 전 세계 낸드플래시 설비투자(Capex)가 올해 200억달러로 급등할 전망이다. 월터 쿤(Walter Coon) IHS 마킷 낸드플래시 담당 이사는 “올해부터 중국 YRST의 낸드 설비투자 확대가 본격화 하면서 전체 낸드 시장 설비투자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RST가 계획한 낸드 설비 투자는 올해 약 30억~40억달러 안팎, 내년은 5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 선두권 낸드 기업의 설비 투자 규모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규모다. YRST가 초반에는 생산 물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내년까지 수율을 끌어올려 2019년경에는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IHS 마킷의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 마킷의 월터 쿤(Walter Coon) 낸드플래시 담당 이사가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IHS 마킷 제공
    중국의 메모리 굴기를 이끌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7월 우한신신(XMC)를 인수해 YRST를 세운 바 있다. YRST는 이미 지난해 말 우한에 2020년까지 240억달러(약 28조원)가 투입되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착공했다. 우한 낸드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점진적으로 생산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월터 쿤 이사는 "2017년과 2018년경에 중국 YRST가 집중적인 투자를 집행할 전망이며 생산량은 2018년부터 완만하게 상승 곡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양산 기술의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르면 2019년부터 공급량을 크게 늘려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을 공급 과잉 상태로 몰아 넣을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중국 YRST가 낸드플래시 공장을 본격 가동하기 전이라도 호황기가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비축 수요에 따라 D램 가격이 폭증했으나 이 추세가 느려질 수 있고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장기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중국 PC·스마트폰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졌는데, 업체들이 충분한 재고 물량이 쌓였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수요가 줄고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도시바가 누구의 손에 넘어가느냐 역시 세계 낸드 시장 수급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월터 쿤 이사는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존 메모리 기업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보수적으로 낸드 설비 투자를 집행할 것이기 때문에 세계 낸드 시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홍하이유니그룹 등 중국계 기업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공격적인설비 투자를 감행해 메모리 치킨게임을 가속화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도시바의 경우 애플, 아마존 같은 비(非) 반도체 기업보다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이나 아마존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안정적인 낸드 공급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부품·세트 생산을 하나로 묶는 만큼 그만큼 관리에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쿤 이사는 현재 낸드 기업 중 SK하이닉스(000660)의 인수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론의 경우 오랜 M&A 역사가 있고 과거 일본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있지만 현재 재정 상황으로는 도시바 인수는 힘들어 보이고, 웨스턴디지털 역시 지난해 샌디스크 인수로 인해 자금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재정적으로 봤을 때 도시바를 인수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M&A 경험이 부족한 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HS 마킷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 2014년 792억달러(89조원)를 큰 폭으로 넘어선 1000억달러(112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