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몸달았다, 한국 기업들 '두뇌 쟁탈전'

입력 2017.02.21 03:01

[AI 전문가 모시기 경쟁]

- 뇌과학 전문가 부르는 게 값
글로벌 기업들이 핵심인력 선점… 경쟁사서 스카우트… 십고초려도

- AI 조직·인력은 1급 보안
삼성, 토론토大 AI팀 비밀리 물색
현대車, GM 출신을 센터장 영입
SKT, 삼성 31세 연구원을 상무로

세계 인공지능 시장 전망
삼성전자는 올 들어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인공지능(AI) 연구진을 비밀리에 물색했다. 그동안은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전문가를 찾아왔지만, AI '대부'인 제프리 힌튼 교수가 있는 토론토대학이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자 탐색 범위를 넓힌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뇌과학 연구가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 "뇌과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별로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SK텔레콤 같은 국내 대표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한결같이 AI를 기반으로 한 비서 로봇,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뛰어든 상황. 아마존·바이두·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핵심 AI 인력을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채용 시장 전문가들은 "공과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는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인맥 '총동원'… 경쟁사서도 영입

현대자동차는 최근 AI 기반의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GM(제너럴모터스) 출신인 이진우 박사를 센터장으로 데려왔다. 이 박사는 글로벌 IT기업들 사이에서도 '영입 대상 1호'였기 때문에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이 박사와 친분을 쌓으면서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을 제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선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직접 뛰고 있다. 송 CTO는 국내외 AI 전문가 인재 목록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며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최근에는 AI 인재를 찾아 미국 하버드대·UCLA·MIT 등을 돌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고급인력 영입·조직 확보 각축전
전자상거래업체인 SK플래닛은 지난해 10~12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을 위해 네이버·카카오에 있던 음성 인식과 빅데이터 전문가 4명을 잇달아 임원으로 데려왔다. 이에 앞서 네이버·다음의 음성 인식 기술 토대를 닦은 이상호 카카오 검색 부문 부사장을 지난해 7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해왔다. 이 과정에서 서성원 SK플래닛 사장(당시 부사장)이 10차례 넘게 이 부사장을 만나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닌 십고초려(十顧草廬)로 데려온 이상호 CTO가 연쇄 '연결고리'가 되면서 네이버·카카오 시절 함께 일한 인사들을 추가로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인공지능(AI) 로봇업체‘킨드레드’소속 연구진들이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연구실에서 AI 장착 로봇을 점검하는 모습.
캐나다 인공지능(AI) 로봇업체‘킨드레드’소속 연구진들이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연구실에서 AI 장착 로봇을 점검하는 모습. 킨드레드는 구글로부터 벤처 투자 지원을 받았다. 캐나다는 최근 자국 AI 인력을 해외 기업들이 계속 영입해 가자 대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인재 영입은 '비밀작전'처럼 이뤄지기도 한다. SK텔레콤은 파격적으로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전문연구원이던 31세의 김지원씨를 상무로 영입했지만, 지난달 말에야 외부로 알려졌다. 김 상무는 신설된 AI 중장기 전략 담당 부서 'T브레인'을 이끌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미국 MIT에서 수학한 김 상무의 인맥을 활용해 추가 영입 인사들을 물색 중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평소 챙겨온 재미(在美) 한인 과학자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은 김민경 IBM 왓슨연구소 팀장을 작년 상무로 영입했으며, IBM 글로벌 솔루션 사업본부장을 지낸 구성기 상무도 데려왔다.

◇전략 노출 막으려 철저히 보안

AI 내부 조직과 인력 정보는 각 회사의 1급 보안 사항이다. KT는 올 초 'AI테크센터'를 새로 만들었지만, 규모와 인력 구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회사 내에서도 황창규 회장 등 몇 명에 불과하다. 센터장을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박사 출신 김진한 상무가 맡는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네이버가 올해 초 분사시킨 AI 연구·개발 담당 조직 네이버랩스도 마찬가지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 이사진들도 네이버랩스의 조직과 AI 인력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자칫 노출되면 네이버의 AI 전략을 경쟁사들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하다"고 말했다.

내부 인력 육성도 불이 붙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AI서비스 사업부'를 새로 만들면서 사물인터넷·인터넷TV처럼 회사 내 기존 신성장 동력 부서에서 80명을 차출해 배치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는 이달까지 사내 게시판을 통해 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에서 AI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주요 대학의 석·박사 과정 연구원들을 회사 내 AI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인력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태경 서울여대 교수는 "선진국들이 10~20년간 개발해온 것을 우리가 몇 달 만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정부와 기업이 긴 호흡으로 로드맵을 그리고 투자해야 인공지능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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