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4차 산업혁명...獨 인더스트리 4.0에서 시작 '알파고 쇼크' 거치며 한국 사회 뒤흔들어

입력 2017.01.26 15:54 | 수정 2017.04.25 08:32

독일 인더스트리 4.0에서 시작 ‘기술 퀀텀 점프’를 아우르는 용어로 진화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이 핵심요소
알파고 이후 한국 사회 흔드는 용어...전문가 “기술 발전 속도에 주목해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연일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 부처 정책에도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금융계에도 강타해 관련 상품이 나올 정도다. 한국뿐만 아니다. 일본 정부 정책에도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 동력 창출 방안이 명시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조선비즈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의 기원과 진화 발전, 논쟁적 요소를 추적해 분석해봤다. 4차 산업혁명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 시작해 다보스 포럼을 통해 한국에 수입됐으며, 인공지능이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쇼크’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용어가 됐다.

◆ 4차 산업혁명 용어의 기원

2016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다. / 블룸버그 제공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뿌리부터 바꿀 기술 혁명 직전에 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은 그 속도와 파급 효과 측면에서 이전의 혁명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1월 20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2012년에 나온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서 힌트를 얻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주장했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제조업이 발달한 자국 산업 특성을 고려해 2012년 3월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하이테크 전략 2020' 플랫폼을 제시했다. 독일의 기업인 SAP, 지멘스, 보쉬 등이 두루 참가한 이 전략 연구에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인더스트리 1.0은 제조업의 기계화, 인더스트리 2.0은 대량생산, 인더스트리 3.0은 부분 자동화를 의미하며 인더스트리 4.0은 완전 자동화를 뜻한다. 인더스트리 4.0은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의 정보교환이 가능한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4세대 산업생산시스템이다. 좀더 간단하게 말하면 ‘스마트 공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Cyber-Physical System)’을 강조한다. 다양한 물리, 화학 및 기계공학적 시스템(물리 시스템·physical systems)을 컴퓨터와 네트워크 시스템(사이버 시스템·cyber systems)에 연결해 공장이 자율적, 지능적으로 제어되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이 다보스 포럼에서 이 인더스트리 4.0을 제4차 산업혁명으로 확대 해석하며 격변의 시대를 예고했다. 그는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 기술이 융합하면 그 여파가 제조업의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감소 등 현대인의 생활 전반을 뒤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쳐오면서 기계가 인간의 ‘손’과 ‘발’을 대체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두뇌’를 기계가 대체해 인간의 일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슈밥은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하는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를 바꿀 것” 이라고 단언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향후 5년간 전세계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CES 2017에서 LG전자는 다양한 로봇을 선보였다. / LG전자 제공
◆ 산업혁명 세대 논쟁

산업혁명의 세대 구분에 관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논쟁이 있다. 미래학자들이 주로 차세대 산업혁명의 도래를 이야기해 왔다.

지난해 고인이 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3의 물결’이라는 용어로 정보화 혁명을 예견했다. 그가 말하는 제1의 물결은 신석기 시대의 농업혁명이다. 제2의 물결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말한다. 제3의 물결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이 세상을 바꾸는 정보화 혁명을 의미한다. 앨빈 토플러는 책 ‘제3의 물결(2006)’을 내고 재택근무·전자정보화 가정 등의 용어를 처음 쓰기도 했다.

또다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저서 ‘3차 산업혁명(2012)’에서 에너지원과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를 기준으로 산업혁명을 구분했다. 리프킨에 따르면, 18세기 후반에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의 힘을 이용한 기계화 혁명이다. 뒤이은 187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철강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확립했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기술(IT)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뜻한다.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제3차 산업혁명’에서 에너지가 공짜가 되는 시대, 물질 상품이 사라지고 디지털 상품이 서비스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교적 최근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2014)’에서 3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결합해 한계비용이 제로인 사회가 온다고도 했다.

리프킨은 기술발전의 속도, 범위와 시스템 파급력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현재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들은 여전히 제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세대를 구분한 학자도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fsson)이 대표적이다. 그는 그의 저서 ‘제2의 기계시대(2014)’에서 기술 발전을 ‘제1·2 기계시대’로 나눴다.

그는 1차·2차 산업혁명을 합쳐 ‘제1의 기계시대’라고 칭하고, ‘증기기관 등으로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강화한 시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2의 기계시대’는 디지털 기술이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라고 일컬었다. 이 제2의 기계시대는 클라우드 슈밥이 이야기한 3차 산업혁명이나 4차 산업혁명까지 아우르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화 과정에서 물과 증기의 힘을,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확립했다. 3차 산업혁명은 IT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자동 생산체계를 말하고, 4차 산업혁명은 IoT, 인공지능 등이 결합된 스마트 공장으로 대변된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 알파고 쇼크에 ‘지능’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4차 산업혁명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학계에서 완전히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각국에서 서로 다른 논쟁을 거치며 4차 산업이라는 용어의 개념과 정의, 범위도 진화·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독일에서 시작한 인더스트리 4.0의 기본 요소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외에 인공지능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대국을 펼쳐 5대 4로 이긴 ‘알파고 쇼크’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제4차 산업혁명은 기계의 지능화를 통해 생산성이 고도로 향상돼 산업구조의 근본이 변하는 것”이라면서 “기계가 인공지능과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등 정보기술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인지,학습,추론 능력을 구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카이스트(KAIST) 교수도 4차 산업혁명을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초지능만물혁명으로 정의한다.

과거엔 제품의 기획-디자인-생산-홍보-판매 전략이 순차적으로 수립됐지만,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초연결사회에서는 매장에서 취합되는 각종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복합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광형 교수는 “3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존 제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제조와 소비자의 욕구를 직접 연결해 혁신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범, 강성현도 학술지 ie 매거진에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데이터 사이언스(2016)’를 기고해 “3차와 4차 산업혁명을 구분하기 힘들 수 있지만, ‘지능화 의존도’가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해준다”고 분석했다.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구상한 절차에 의해 생산, 유통, 판매 절차를 자동화하는 수준인 반면, 4차 산업혁명 구성체는 서로 연결된 자원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지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윤종록 원장은 “자원을 투입해 물건을 생산하는 이전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상상력을 소프트파워를 통해 거대한 혁신으로 바꾸는 새로운 경제체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3차 산업혁명까지는 만들어진 물건이 지능화한 것은 아니었는데, 4차 산업혁명은 생산라인과 제품 모두 지능화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 일본은 로봇, 중국은 신수종, 미국은 산업인터넷에 방점

조선 DB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전면 내세우고 있다. 일본은 2013년부터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다시 부흥시킨다는 뜻의 ‘재흥(再興)전략’을 수립했다. 2016년 판 일본재흥전략은 부제로 ‘제4차 산업혁명을 향해(第4次産業革命に向けて)’를 달고, 관련 사업 진흥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로봇 강국의 전통과 2011년 동북대지진 원전 사고의 교훈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정책에서 하드웨어 로봇을 크게 강조한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일본재흥전략에서 “향후 생산성 혁명을 주도하는 가장 큰 열쇠는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IoT·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 산업에서 3조엔(약 31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산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 네 번째)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전문가 토론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중국은 신수종 사업을 4차 산업혁명 범주에 넣고 해석한다. 중국 지난 2015년 9월에 ‘중국 제조 2025’라는 정책을 제시하고 4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IT·신소재·바이오와 고정밀 수치제어기, 로봇, 항공우주·해양자원개발·첨단기술 선박, 선진형 철도, 에너지 절감·신에너지 활용 자동차, 전력·농업장비, 바이오 의약·고성능 의료장비 등 10개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1년부터 스마트 제조라는 용어로 제조혁신 네트워크(NNMI), 네트워킹정보기술연구개발(NITRD) 등의 정책을 추진했고 2012년 11월부터는 ‘산업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쓰며 산업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인터넷도 핵심 개념도 다른 나라에서 쓰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비슷하다. 클라우드와 제조업체를 연계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해석을 통해 제조업 지능화를 꾀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별로 제4차 산업혁명을 부르는 이름은 다를 수 있지만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로봇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와 중요성, 방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며 “올해 CES에서 전세계 수많은 기업이 마치 합의한 것처럼 인공지능과 IoT, 로봇 등의 기술을 내세운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①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②일본에 생긴 세계 최초 인공지능 호텔인 ‘헨나’. 사진에 보이는 직원은 모두 로봇이다. ③닥터 왓슨을 활용해 진단하는 모습. ④골프 로봇 ‘엘드릭’. ⑤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탑재 자율주행 자동차.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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