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수출하고 영화로 만들고...네이버·카카오, 웹툰으로 한판 붙는다

조선비즈
  • 노자운 기자
    입력 2017.01.26 06:00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주인공. 휴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입고 있던 반바지를 벗어 해결한다. 화장실을 나가서 집에 갈 방법을 생각하던 주인공은 고민 끝에 갖고 있던 태블릿PC로 얼굴을 가린 채 공원을 질주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얼굴이 안 보이니 괜찮다’는 주인공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그 때, 태블릿PC 전원이 켜지며 바탕화면에 깔려있던 주인공의 얼굴 사진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속 한 장면. 배우 이광수가 주인공 조석 역을 맡았다. /KBS ‘마음의소리’ 캡처
    네이버(NAVER(035420)) 웹툰 ‘마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TV 드라마 속 한 장면이다. 웹툰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재현했다. 드라마 주연 배우들은 웹툰 주인공 조석을 비롯해 부모님과 형, 여자친구 등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그대로 살리는데 주력했다.

    국내 1, 2위 인터넷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을 무기로 진검승부에 나섰다. 마음의 소리와 같이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 등 2차 저작물로 제작하는 한편,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웹툰을 해외에 수출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 네이버는 ‘신과 함께’ 개봉 앞둬... ‘미생’·‘이끼’ 등 100여개 2차 저작물 자랑하는 카카오

    26일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웹툰 가운데 영화·드라마 등 2차 저작물로 제작된 작품은 총 18개에 달한다. 이 외에 ‘목욕의 신’, ‘신과 함께’ 등 6개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 중이거나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특히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신과 함께는 하정우·차태현·이정재 등 유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이 “특수효과에만 1000억원 이상 들 것”이라고 말한 만큼 규모가 큰 ‘대작’이 될 전망이다.

    여러 개 제작사에서 경쟁해 판권을 구입한 웹툰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많은 드라마 제작사가 ‘언터처블’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웹툰은 드라마 ‘마음의 소리’ 제작을 맡은 영화·방송 제작사 크로스픽쳐스가 TV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포도트리가 운영하는 다음 웹툰 의 경우 현재 6개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국민 사형 투표’는 지난 2015년 11월 팬엔터테인먼트와 판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영화 ‘소수의견’을 만든 김유평 프로듀서가 팬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공동 제작 중이다.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은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제작된다.

    다음 웹툰은 앞서 다수의 작품을 영화화해 성공시킨 사례를 남겼다. 지금까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웹툰은 약 500개에 달하는데, 이 중 106개 작품이 영화·드라마 등 영상물로 제작됐다. 영화 ‘이끼’(원작 윤태호)와 ‘26년’(원작 강풀), 드라마 ‘미생’(원작 윤태호) 등이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2차 저작물이다.

    이들 웹툰에 대한 저작권 및 2차 저작물 제작 권한은 100% 작가가 갖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온라인에서의 사용권만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네이버·카카오는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를 웹툰 작가들에게 연결해주고 판권 계약 등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의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경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수료보다 더 큰 효과는 다른 데서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원작인 웹툰을 다시 보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방문자 수나 페이지뷰가 올라가면 이는 광고 효과로 직결될 수 있다.

    또 이미 종영한 웹툰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를 통해 부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일례로 네이버에서 인기를 얻은 웹툰 ‘패션왕’의 경우 96회에 걸쳐 연재됐는데, 모두 열람하기 위해서는 6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영구 소장하기 위해서는 1만8000원을 내야 한다. 1000명이 이 웹툰 전편을 영구 소장한다면 총 18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데, 네이버는 이 중 30%인 540만원을 가져가게 된다.

    ◆ 네이버, 해외 웹툰 조회수 51억건...카카오는 中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경쟁은 2차 저작물 제작 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 있어서도 치열하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 7월 글로벌 웹툰 서비스 ‘라인 웹툰’을 출시해 운영 중인데, 서비스 시작 2년만인 지난해 7월 해외 이용자 수가 18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사용자 수(1700만명)를 넘어섰다. 웹툰의 누적 조회수는 51억건을 넘었다.

    라인 웹툰은 현재 영어, 중국어, 대만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등 6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기존 네이버 웹툰을 번역해 연재할 뿐 아니라 현지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도 연재한다. 현재 라인 웹툰을 통해 연재 중인 해외 작가는 284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인도네시아 작가 ‘아키 더 레드캣’의 웹툰 ‘에그노이드(Eggnoid)’와 미국인 작가 ‘인스턴트미소(Instantmiso)’의 ‘사이렌스 라멘트(Siren’s Lament)’ 등이 구독자 100만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 역시 다음 웹툰과 카카오 페이지의 연재작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북미 지역에 진출한 이래, 현재까지 총 60편의 작품을 서비스해왔다.

    텐센트 ‘큐큐닷컴’에서 연재 중인 웹툰 ‘왕의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据说我是王的女儿)’의 한 장면. /큐큐닷컴
    카카오는 특히 중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5년 4월부터 텐센트 ‘큐큐닷컴’ 등 콘텐츠 플랫폼 5개를 통해 60개 작품을 중국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에서 연재 중인 웹툰 중 ‘거울아씨전’, ‘부탁해요 이별귀’ 등 5개 작품은 지난해 3월 드라마 제작사 저장화처(浙江華策)미디어그룹과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웹툰 사업 확대에 대한 네이버·카카오 CEO의 ‘자존심 대결’도 만만찮다. 두 회사 CEO는 지난해 말 나란히 콘텐츠 사업 지원을 통한 창작 생태계 조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간 네이버를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우는데 주력해온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커넥트’ 행사에 참석, “향후 5년 동안 국내 콘텐츠와 기술 분야에 총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우선 이 중 500억원을 건강한 창작 생태계 조성과 창작자의 해외 진출을 돕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역시 같은 달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아무리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더라도 콘텐츠는 국경을 쉽게 넘나들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콘텐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해외 사업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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