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 요쓰야역 인근 스가신사 계단.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 계단에서 영화 속 남녀가 마주치는 장면을 재연하며 사진을 찍는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중국에서 지난해 12월 개봉 첫날 270만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일본 후지TV는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의 SMG와 일본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의 중국어판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리메이크 드라마는 올 상반기 중으로 중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들은 최근 중국 방영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일본 드라마 '메꽃', '나의 위험한 아내' 등은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다.
한·중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한국 콘텐츠가 빠진 자리를 일본 콘텐츠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최근 중국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화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너의 이름은'을 포함해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등 일본 영화 10여편이 개봉했다. 지난해 중국 내 일본영화 총수익은 8억위안(14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미국에 이어 2위다. 중국 인민망은 "올해는 '은혼(銀魂)' 실사판을 비롯해 중국 내 개봉하는 일본 영화 숫자가 두 자릿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중단된 상태지만, '너의 이름은'의 OST를 담당한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는 올 상반기 중국 공연을 계획 중에 있다. 이 외에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과거 작품 '초속 5센티미터' 등을 비롯해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일류(日流)는 자동차·관광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업계의 무덤으로 불렸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일본 자동차는 430만대가 팔리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브랜드별로는(1~11월 기준) 혼다가 전년 대비 28.10%, 닛산이 12.83% 증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자동차업계는 179만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6.7% 증가, 중국 자동차 산업 평균 성장률에 못 미쳤다. 지난해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내에서 일본 영화가 인기지만, 한류가 사드 문제로 추락하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도 지난해 11월부터 사드 검토에 들어가자 중국 언론들이 이젠 일본을 비판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입력 2017.01.20. 03:01업데이트 2017.01.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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