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정유 화학업계 '기대'와 '우려' 교차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6.11.11 14:54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내 정유와 석유화학업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이미지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트럼프 당선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꾸준히 비판하며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화석연료의 수요를 촉발시킨다는 측면에서 국내 정유 화학업계에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정유 화학업계는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않는다. 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정유사와 석유화학회사의 수익성은 마진(중간 이윤)에 달렸는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요 성장을 주도하는 신흥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업체들의 채산성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화석 연료 미는 트럼프...석탄가 상승, 달러 약세 전망은 긍정 요인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잘못된 믿음에 따른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주의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석탄 가격이 올른 것은 이런 배경이다. 석탄은 그간 환경규제로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약으로 위축된 석탄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급상승했다. 올해 1월 톤당 10달러 수준에 그쳤던 석탄 가격은 10월 톤당 40달러로 올랐다.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 업체는 반사 이익을 얻게된다. 이는 화학제품의 원료 차이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석탄을 원재료로 한 '석탄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고유가 시절에는 석탄화학의 가격 경쟁력이 높지만 지금과 같이 저유가 시대에 석탄 가격마저 오르면 석탄화학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 달러 전망과 이란 핵협상 파기 가능성도 한국 업체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두 요인 모두 유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정유 화학업계가 원료를 쌀 때 사고 제품을 비쌀 때 파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 과정을 거쳐 파는 데 보통 6주 정도가 걸린다. 원유 매입 시점에서 싸게 사서, 원유를 정제해 팔 때는 오른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2분기에 이런 방식으로 큰 차익을 냈다.

    트럼프 시대의 달러 전망은 다소 엇갈리지만 트럼프 정부가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 추세는 투기자본의 원유 선물 매수세를 부추겨 원유 가격이 오르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이란 핵협상 파기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유가가 상승 추세에 놓인다.

    ◆ "세계 경제가 변수"…중장기적으로 우려가 더 커

    원유업계는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전망도 세계 경제의 수요가 받쳐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유력 시장조사기관들은 "트럼프의 미국 위주 성장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과 국제 무역을 저해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영국 에너지 에스펙츠(Energy Aspects)는 10일 낸 보고서에서 "국가간 외교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트럼프의 공언대로, 미국이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해온 신흥국과의 자유무역 관련 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한다면 아시아나 남미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요 석유 소비국의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었다"며 "주요국 경제 성장이 둔해져 수요가 줄면 고유가든 저유가든 모두 마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상황도 국내 업체들에 악재다. 미국이 정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면, 실적의 50% 가량을 중국 수출에 기대는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KTB증권 이충재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자가 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를 예고했지만, 미국 석유, 석탄, 천연 가스 생산량이 지금의 낮은 가격 수준에서 바로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서의 불확실성 확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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