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이주열, '트럼프 리스크'에 "지속되면 성장세에 부정적 영향"

조선비즈
  • 이윤정 기자
    입력 2016.11.11 13:35

    “불확실성 높아져…수출 타격·경제심리 위축·금융시장 변동성 높일 것”
    “美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예상대로 두 번 금리 인상 전망”
    “한은, 통화정책 여력 있어…장기시장금리 컨트롤 필요 없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 대해 “미국 차기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요인이 오래 지속된다면,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트럼프의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세계교역은 물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세율 상향 조정, 비관세 장벽 시행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가 가동되고,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 총재는 “한은은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또 출범한 이후로도 불확실성 변화를 예의주시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트럼프의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불확실하고, 정책으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정책의 강도와 그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영향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정지출 확대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며 “10월 고용지표를 포함해 여러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미 연준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역시 정부 정책 방향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다수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2017년 중 적정 금리 인상 횟수를 2회로 꼽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전망이 아직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의 내외금리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 일본과 같은 장기물 금리 타겟팅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우리나라는 통화정책 여력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시장금리를 컨트롤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이우재 인턴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신고립주의를 표방함에 따라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는 미국의TPP 탈퇴, 한-미FTA 재협상, 관세율 상향 조정, 비관세 장벽 시행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러한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세계교역은 물론이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이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지 여부 역시 불확실하다. 또 정책으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정책의 강도,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의 통상정책의 변화를 예상하지만, 구체적인 영향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단지 한은은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또 출범한 이후로도 변화를 예의주시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나갈 생각이다.

    부정적 영향만을 얘기했는데,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경기부양을 도모한다는 공약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국내 경제도 긍정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불안요인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국내 성장경로 불확실성 또한 높아졌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요인이 오래 지속된다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전반적인 성장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국내 정치상황 등의 영향을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다. 우려하는 미 차기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 적어도 지난달 전망 이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만한, 그런 성격의 불확실성이 많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해 철저히 움직임을 주시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과도하게 부각된 것 같다. 당선 수락 연설 당시 트럼프의 유화적이고 포용적인 태도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많이 완화시켰다. 또 트럼프가 감세, 재정지출 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됐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 환율보고서에 관찰대상국으로 올라가 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한국 외환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어 원화절상 우려가 커질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환율의 특정 수준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단지 환율이 쏠림 현상으로 인해 과도하게 급변동 할 경우,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양방향으로 조치하겠다는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금까지 펴낸 환율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양방향으로, 균형적 시장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한은은 이러한 입장을 미국의 새 정부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통화정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이란 정부의 정책방향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오는 12월로 보고 있다. 10월 고용지표를 포함해 여러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고용과 물가가 높아지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 왔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인상 속도 역시 정부 정책 방향에 크게 좌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2017년 중 적정 금리 인상 횟수로 2회를 꼽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전망이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미국 대선에 앞서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시장안정화 조치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최근 국내장단기 시장금리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해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연말 효과도 반영됐다. 시장안정화 조치는 필요하다면 실시할 준비가 다 돼 있다. 구체적인 수단을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시장안정화 조치는 국내시장 조정을 통한 대응이 1차적 수단이다. 이 외에도 시장안정화 조치는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준비도 돼 있어 시장불안시 적극 대응토록 하겠다.”

    -미국의 12월 정책금리 인상과 대규모 채권발행 우려가 겹치면서 한-미간 내외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 내외금리차 변동이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의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이 내외금리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자들의 자정 작용, 포트폴리오 조정 등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0월 외국인 채권 자금이 큰 폭으로 유출됐지만, 이는 일부 투자자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 채권자들의 전반적 자금 유출로 볼 상황은 아니다. 내외금리차가 외국인 투자유출입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금통위가 이러한 측면만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우리도 곧바로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우려가 있다.

    “시장금리가 대출금리로 이어진다면 가계부채 문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총량 수준과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걱정해 왔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기관 부실화 등 시스템 리스크 문제가 아니라, 취약계층의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정부도 이 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채 10년물의 금리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도 한은의 고려 대상인가.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양적·질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추구하고, 이에 더해 장기금리 목표 타겟팅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장기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금융중개기능이 저해될 가능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통화정책수단 가용 수단이 상당히 제약돼 있는 상황이고, 매입대상 국채 물량 역시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통화정책 여력이 크다고 할 순 없지만, 일본은행과는 달리 금리정책을 포함해 통화정책 여력이 아직 남아있다. 장기시장금리를 컨트롤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중앙은행의 장기시장금리 컨트롤에 대해선 효율성에 대해 의문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경기부양책의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한국도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보나.

    “(제가) 늘 주장하는 것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구조조정과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갈 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 재정정책 역시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러한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적으로 운영해야 하냐는 지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하고, 시기도 불확실하다. 때문에 그러한 액션을 취할 단계는 아니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된 원인이 저금리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저금리와 그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지난 2014년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완화했고, 이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 역시 가계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지난 2012년부터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하해 왔다. 중앙은행은 금리정책을 운영할 때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지만, 성장 모멘텀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 거시경제 리스크가 (당시엔) 훨씬 컸던 상황이다. 저금리 정책을 펼 당시엔 거시경제 리스크와 성장 모멘텀 회복을 위해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금리 정책은 금융안정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고 운영해야 한다. 물론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저금리 정책, 완화적 정책을 펴고 있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완화정책을 유지해 나가겠지만, 금융안정 또한 각별히 유의하겠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미시적인, 거시건전성 차원에서도 대응해야 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금리정책은 거시경제 리스크를 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는 거시건전성 조치로 대응하는 것이 각국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이 “최근 통화정책의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민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잠재성장률과 GDP갭률의 공개방법을 바꾸고, 공개빈도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최근 경제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리고, 고령화는 진전되고 자본축적은 둔화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졌을 것이란 지적이 있고, 금통위에서도 잠재성장률 공개 빈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경제주체들은 과거 높은 잠재성장률에 근거해 경기부양책 등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단기간에 변하진 않는다. 추정 방법과 그에 따른 수정 오차도 있다. 공개 빈도 문제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 이런 상황(최순실 국정 농단,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등)이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 있지만, 곧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잠재성장률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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