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불확실' 15번 말한 이주열…'트럼프 리스크' 수출·내수·금융시장에 '악재'

입력 2016.11.11 13:10

'트럼프 리스크' 경계한 이주열…"불확실성 지속되면 성장세에 악영향"
"만반의 준비 필요…통화정책 여력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5개월 연속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복해서 한 말이다. '불확실'이라는 말을 15번이나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이례적으로 '트럼프 리스크'의 움직임에 대해 "지금까지는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그만큼 트럼프 리스크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셈법이 복잡해졌음을 시사한 셈이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 결정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보면,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운용해 나가는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할 우선순위 대상이 '가계부채 증가세'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으로 바뀌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로 구체화 됐다. 미국의 12월 통화정책 방향을 주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맨 앞에 위치했던 '가계부채 증가세'는 맨 끝으로 밀렸다.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 "불확실성 지속되면 성장세에 부정적 영향…만반의 준비 필요"

이 총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해 "시장의 예상과 달랐다"면서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불안요인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국내 성장경로의 불확실성 또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요인이 오래 지속된다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이 정책으로 시행되면 세계교역은 물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결론적으로) 전반적인 성장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지금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수출은 물론 내수, 금융시장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대외교역과 관련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철회나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높은 관세부과 비과세 장벽 시행 등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성격의 불확실성이 많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움직임을 철저히 주시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재는 "트럼프의 공약에는 재정지출 확대나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정책 등 국내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정책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강도,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도 트럼프 리스크의 진폭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여력을 아껴뒀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완만하나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대됐지만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점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의 회복과 함께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총재는 "시장안정화 조치는 준비가 다 돼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의 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환율 절상 압력 등에 대해서도 "그 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우재 인턴기자
◆ 美 12월 금리 인상 점친 이주열…내년 금리 인상도 전망대로 2번 예측

이 총재는 트럼프 리스크가 전세계를 덮치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이 급격히 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12월에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10월 고용지표를 포함해 여러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장해 온 물가 상황도 높아지고 있어 연준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며 "시장도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도 "대다수 연준 위원들이 2017년 중 적정금리 인상 횟수를 평균 2회 정도로 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 전망이 아직 유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우리가 곧바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 변화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과 환율 상승 요인 등이 작용하겠지만, 투자자금 유출입이 내외금리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금리 변동성이 과도해지면 공개시장운영 수단 등을 통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그 외 또다른 여러 수단을 갖고 있다.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별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다.

◆ 가계부채 리스크 후순위로 밀렸지만…"금융안정에 각별히 유의하겠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금리 정책을 신중하게 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완화적 정책을 유지하지만, 금융안정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계층의 문제"라며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수준이 높아 소비를 제약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이 어렵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급증세가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에게 고통이 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주시하고 정부 측과 면밀히 관련 정책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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