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현장을 가다]⑥ 명품 전차 반열에 우뚝 'K2'... 현대로템을 가다

조선비즈
  • 윤희훈 기자
    입력 2016.10.10 12:44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에르빈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 장군은 나치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명장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롬멜 장군은 전차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올렸다.


    책 ‘신화로 남은 영웅, 롬멜’ 표지./조선일보 DB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의 가치는 느리게 움직이는 대포에 불과했다. 롬멜은 전차의 기동성을 높여 빠르게 이동하며 적진을 돌파하는 ’돌격대장'으로 발전시켰다. 이름하여 ‘전격전’(blitzkrieg, 블리츠크리크). 독일의 기술력은 롬멜 장군의 전격전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연합군의 참호는 전차를 앞세운 나치군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차의 효용 가치는 여전하다. 세계 각국은 지상군의 핵심 전력으로 전차를 개발·도입하고 있다.

    한국군 최초의 전차는 1948년 미군에서 도입한 M8 그레이하운드다. M8 그레이하운드는 장갑차에 37mm포를 장착한 것으로 사실상 전차로 보긴 어렵다. M8 그레이하운드는 6·25 전쟁 초기 북한의 T-34 전차에 모두 파괴된다. 북한군의 T-34 전차는 소련이 제공했다.

    ◆ K1으로 출발한 한국 전차 개발사...K2에서 꽃피우다

    1970년대 북한이 전차를 대량 보유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한국군도 전차 전력 증대에 나섰다. 당시 미군의 신형 전차였던 M1 에이브람스와 유사한 형태로 크라이슬러(현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설계를 맡았다.

    105mm 라이플포를 장착한 K1전차는 북한의 주력 전차인 T55와 T62를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보조 무장 장비로 12.7mm K6 기관총과 7.62mm M60 기관총을 장착했다. K1 초기 생산 모델은 전면장갑이 400~500mm 수준이었지만 후기 생산분은 600mm 급으로 발전했다. 전차는 피탄 확률이 높은 전면부의 장갑을 가장 두껍게 한다. 후기 생산분의 복합장갑(장갑판 사이에 복합소재를 채워넣은 장갑)은 현대로템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엔진 사양은 8기통 V형 수냉 디젤엔진이다. 이 엔진은 현재 사용중인 디젤 엔진 중 신뢰성이 가장 높은 모델로 꼽힌다. 1200마력으로 최고 속력 시속은 65km, 1회 주유시 주행거리는 500km다,

    이후 도입된 전차 K1A1은 K1 전차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한국은 러시아 차관을 현물로 받은 ‘불곰사업’ 때 러시아로부터 T-80U 전차 33대를 수입했다. 한국군은 T-80U를 해부해 K1전차의 105mm라이플포를 120mm포로 개선했다. 주포가 변경되면서 사격 통제장치도 우리 기술로 대부분 변경됐다. 장갑능력도 강화했다. 기본적인 주행 능력은 K1과 동일하다.

    현대로템 직원들이 K2 전차 포탑을 만들고 있다./윤희훈 기자
    K1 시리즈를 잇는 K2 ‘흑표’ 전차는 1995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2007년 시제품이 공개됐으며 양산에 들어가 2014년부터 군에 배치됐다.

    K2 전차의 주무장은 55구경 120mm 활강포다. K2 전차에 탑재된 4세대 사격통제 장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4세대 사격통제 장치는 목표탐지와 동시에 자동조준 기능을 갖췄다. 자동으로 추적하고 레이더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포수는 사격만 하면 된다. 자동 장전 시스템을 도입해 별도의 탄약수를 배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K1과 동일한 12.7mm 기관총과 7.62mm 기관총으로 보조 무장을 했다. 보병들이 전차 주변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근접방어탄도 탑재됐다. 근접방어탄은 공중에서 폭발해 파편으로 전차 주위에 있는 보병을 섬멸한다. 적외선 감지 회피 장치도 있어 적의 유도 미사일 방어 능력도 지니고 있다.

    1500마력 디젤엔진이 장착됐으며 포장도로에선 최고 시속 7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아울러 수심 4.1m까지 잠수 도하가 가능하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한국내 강을 조사한 결과, 수심 4.1m면 모든 강을 건널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 현대로템, 성공적인 K2 개발...차륜형 장갑차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한국군이 운용하는 K계열 전차를 전량 생산한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현대로템 공장에서는 K2를 비롯해 구난·교량 등 특수 목적 전차도 생산한다. 현대로템은 이곳에서 열차(철도차량)도 만든다. 현대로템 방위사업의 모태는 옛 현대정공 중기사업부다.

    9월 23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공장 내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관 앞엔 8X8 차륜형 장갑차가 세워져 있었다. 전시관 안에는 주요 생산 장비의 축소 모형과 재원, 현대로템 회사 연보가 전시돼 있었다.

    현대로템이 개발하는 미래형 하이브리드 전투차량과 다족형 로봇, 전투 로봇의 개념도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대로템은 개발 과정 중인 차륜형 장갑차에 이어 전동모터로 구동되는 하이브리드 전투차량 개발 구상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투차량은 우수한 연비는 물론 작전지역에서 무소음 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시관을 둘러본 뒤, 생산 라인을 찾았다. 이날 공장에선 K2 포탑을 만들고 있었다. K2포탑엔 무장부와 사격통제장비, 주요 보조 장치들이 대거 탑재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K2 한 대 가격의 70% 가량이 포탑 부위에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현대로템 관계자가 K2 전차를 설명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K2전차 1차 양산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현대로템은 2조원 규모의 2차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3차 양산 계약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K2 전차 수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2008년 터키전차 개발사업에서 독일 등 전차 기술 선진국을 제치고 기술 수출 계약을 성공시킨 바 있다.

    현대로템이 최근 공을 들이는 것은 차륜형장갑차 사업이다. 장갑차는 차륜형과 궤도형 두 종류로 나뉜다. 차륜형은 일반적인 자동차 바퀴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궤도형은 기존 전차와 마찬가지로 무한궤도(캐터필러)를 사용한다.

    현대로템은 2012년 12월 국내 경쟁입찰 과정을 거쳐 차륜형장갑차 체계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현대로템은 6X6 기본형(K806)과 8X8 보병전투용(K808) 차륜형장갑차 시제품을 개발해 현재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6륜형은 주로 전방지역 수색 정찰 용도로, 8륜형은 보병 전투병 이동 용도로 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4일 차륜형 지휘소용 차량 체계 개발 사업 수행자로도 선정됐다.

    차륜형 장갑차는 궤도형장갑차에 비해 기동성이 좋다. 험지 돌파 능력은 차륜형이 궤도형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전술 타이어와 공기압 조절 기술 등으로 최대한 극복했다고 현대로템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뢰 방호 기술을 적용해 대인 지뢰를 밟아도 운행이 가능하다. 모든 바퀴에 런플랫 기능을 적용, 바퀴가 터지더라도 시속 48km로 한 시간 가량 주행할 수 있다.

    수상 이동도 가능하다. 차륜형 장갑차는 워터제트 시스템을 탑재, 수상에서 시속 10km로 이동할 수 있다. 수상 이동시엔 차량 전면부의 덮개가 펴진다. 차량 외부엔 K4 고속유탄 기관총과 K6 중기관총을 탈·장착할 수 있다.

    현대로템 창원 공장 전시관 앞에 주차된 K808 차륜형 장갑차./윤희훈 기자
    ◆ 기동성 갖춘 차륜형 장갑차... 속도감에 깜짝 놀라

    생산공장을 둘러본 뒤, K808 장갑차를 탔다. 운전대를 잡은 현대로템 관계자는 “차륜형 장갑차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차량과 운전법이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라며 “자동차 핸들과 자동 변속기가 적용돼 운전이 편하다”고 말했다.

    후방 카메라도 달렸다. “장갑차 특성상 후진할 때 뒤를 보기 어려운데, 후방카메라를 설치해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차륜형 장갑차에 들어가는 엔진은 고속버스에 들어가는 엔진을 군용화한 모델이다. 혹한기에도 기동할 수 있도록 저온 실험 등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변속기는 독일에서 수입했다.

    공장 내 시험코스는 K808의 가속력을 체감하기 충분했다. 궤도형 차량 특유의 ‘털털거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서로 마주보게 배치된 좌석 때문에 마치 군용 레토나 차량을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밖을 볼 수 없다는 답답함은 어쩔 수 없었다.

    차량 내부에서는 반드시 헬멧이나 방탄모를 써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철골 구조물이 많아 자칫하면 찰과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K808 장갑차 운전석(상좌), K808내부(상우), K808 후면(하), 바퀴 위에 있는 프로펠러같이 생긴 부분이 워터제트다./윤희훈 기자
    수중 도하를 체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공장 내 수중 도하를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의 도하 방식은 차이가 있다. K2 전차는 잠수한 상태로 강바닥을 밟으면서 가는 방식이라면 차륜형 장갑차는 물에 떠서 유영하는 방식이다.

    차륜형 장갑차의 무게가 20톤인 것도 수중 도하 능력을 감안해 설정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장갑차가 물에 뜰 수 있는 부력 한계점이 22톤이다”라며 ”도하 능력을 고려해 무게를 정하고 장갑(적의 총포탄을 막기 위해 특수한 강철판을 덧씌웠다는 의미)을 했다”고 말했다.

    차륜형 장갑차는 2023년까지 600여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차륜형 장갑차의 수출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미국의 스트라이커 등 해외에서 개발한 유사 무기 체계와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며 “가격경쟁력이 있는 만큼 수출 실적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