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새책] 칼 세이건의 ‘지구의 속삭임’…“지구가 우주에 보내는 메시지”

조선비즈
  • 배정원 기자
    입력 2016.09.12 09:00

    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5명 지음 |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384쪽|2만5000원

    “메시지가 엉뚱하게 해석될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그들(외계 생명)은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칼 세이건·1934~1996)”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외계에 보낼 한 줄짜리 메시지를 정하는 작업이 있었다. 여행자란 이름을 가진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가 1977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발사됐다. 이들은 목성과 토성을 탐사한 뒤 태양계 바깥으로 튕겨 나가 영원히 우주를 떠돌 운명이었다.

    이 탐사선들에는 지름 약 30㎝의 금박을 씌운 LP레코드판, 일명 ‘골든 레코드’가 붙어 있다. 태양계 밖에서 마주칠지 모를 미지의 외계 문명에게 보내는 지구의 자기소개서다. 그 안에는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한 소리 19개, 지구 환경과 인류 문명을 보여주는 사진 118장이 수록됐다.

    이 책은 당시 골든 레코드판의 제작을 맡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총책임자)과 프랭크 도널 드레이크(기술감독), 앤 드루얀(창작감독), 린다 살츠먼 세이건(인사말 구성작가), 존 롬버그(디자인감독), 티머시 페리스(프로듀서) 등 6명의 관리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한 기록이다. 제작 과정 자체가 지구의 소개 자료로 적합하다 할 정도로 해프닝의 연속이다.

    청각 메시지로서의 인간의 말이 외계인에게 흥미롭게 여겨질 거라 생각한 세이건은 인사말을 녹음하기로 한다. 문제는 누구의 말을 담을 것인가이다. 세이건은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하루이틀 머무르며 가입국 대표들로부터 인사말을 받으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대표단 수석의 대부분이 남성이라 지구의 성비를 보여주는 데 부적합했을 뿐 아니라 당일 자리를 비운 대표도 있을 터였다. 결국 유엔 산하 우주공간위원회 위원들의 인사말을 받기로 했지만 대표들은 일장연설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간신히 편집을 마쳤으나 이번엔 당시 유엔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이 우주에 보낼 인사말을 직접 낭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요청한 적 없는 일이지만 내용이 좋아 세이건은 이것도 레코드판에 싣기로 한다. 그러고 나니 의문이 든다. 정작 보이저호를 발사한 미국의 대통령은? 결국 지미 카터 대통령의 메시지도 실린다. 아니, 그럼 상하원 의원들은? 놀랍게도 그들의 이름도 실린다. “존 테니스 미시시피주 상원의원의 이름이 왜 보이저 레코드판에 실렸는가 하고 누군가 의아해 한다면, 쿠르트 발트하임과 관료주의의 속성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대답해주면 된다.”

    이 모든 소동에도 불구하고, 익히 알고 있듯 지구와 연락이 닿은 외계 문명은 아직 없다. 그러나 지구의 ‘자소서’를 쓰기 위해 전 인류가 한마디씩 훈수를 둔 것 자체가 축제였다. 게다가 보이저호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탐사선의 예상수명은 2030년, 레코드판의 예상수명은 10억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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