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성공 사례

오사카 사람들은 야구광(狂)으로 유명하다. 오사카에는 교세라돔을 홈 구장으로 쓰는 오릭스 버팔로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오사카 사람들은 한신 타이거스를 응원한다.

한신 타이거스 광팬들은 리그에서 우승하면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강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드는 전통이 있다. 오승환 선수를 앞세워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한 2014년에도 그랬다. 2003년과 2005년 리그 우승했을 때에는 강에 뛰어들다 익사 사고도 났다.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1985년엔 KFC 매장 앞에 있던 창업자 커넬 샌더스 인형을 외국인 선수 랜디 바스와 닮았다며 강에 던졌는데 이후 우승을 하지 못했다. 미국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를 떠올리게 하는 ‘커넬 샌더스의 저주’다. 한신 타이거스는 저주를 없애겠다며 2009년 강바닥에서 샌더스 인형을 건져 올려 명예 입단식도 열었다.

한신전기철도가 2015년 3월 16일 한신 타이거스 80주년을 기념해 오사카 우메다역에서 선보인 기념열차. 한신 타이거스 현역 선수와 레전드 선수의 사진을 전차에 래핑했다. 노란색은 한신 타이거스의 상징색이다.

◆ 팬들 소액주주로 주총 참여

이런 오사카 사람들의 야구 사랑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 한신전기철도다. 한신 타이거스가 성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나쁘면 주가가 내리는 경향도 있다.

한신전기철도는 1905년 오사카(大阪)와 고베(神戸)를 잇는 한신본선(阪神本線)을 개통했다. 일본에선 민간 철도회사인 사철(私鐵)이 부동산 개발 회사 역할도 한다. 역세권 주변 토지를 사들여 주택을 짓는 등 부동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고시엔구장 건설도 한신전기철도의 개발 사업에서 시작됐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아사히(朝日)신문은 1915년부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효고현의 나루오무라(鳴尾村)에 있던 나루오구장에서 대회를 열었다. 고교야구대회가 크게 인기를 끌자 오사카아사히신문은 나루오구장을 갖고 있던 한신전기철도에 큰 야구장을 짓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1924년 8월 1일 준공식을 갖고 고시엔구장(당시엔 고시엔 대운동장)이 문을 열었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110m(현재 잠실야구장은 100m)에 달하는 넓은 구장이었다.

한신 타이거스는 1935년 창단했다. 1934년 요미우리(讀賣)신문사가 ‘도쿄교진군(東京巨人軍·현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창단했다. 그러자 당시 일본 최대 야구장 고시엔(甲子園)을 소유하고 있던 한신전기철도가 이곳을 홈구장으로 1년 뒤 ‘오사카 타이거스’를 창단했다.

오사카 사람들이 야구를 보러 고시엔을 가려면 오사카 중심지 우메다(梅田)에서 시작하는 한신본선을 타고 가야 한다. 한신 타이거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철엔 야구 보러 가는 팬들로 꽉 들어찬다. 또 우메다에는 계열사 한신백화점(1933년 3월 영업 시작)이 있다. 한신 타이거스팬들이 전철 탑승과 쇼핑, 야구 관련 상품 구입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야구 성적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게 된다.

실제로 2013년(2013년 4월~2012년 3월) 한신전기철도 운수(運輸) 수입은 전년도보다 8억5900만엔(2.8%) 늘었다. 모회사 한큐한신홀딩스는 이에 대해 “프로야구단 고시엔 구장 입장자수가 증가한 영향으로 늘어난 수입은 6700만엔”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한신 타이거스는 리그 5위의 성적을 거뒀지만, 2013년엔 2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의 몇몇 프로야구단 팬 사이에선 ‘청문회’란 문화가 있다. 성적이 극도로 부진하면 야구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출구를 점거한 뒤 버스에 탄 감독이나 선수를 내리게 해 이유를 따져 묻는다. 2011년 8월 18일 LG트윈스팬들은 부진한 팀 성적에 분노해 잠실야구장 출입구 앞에 집결했고 당시 박종훈 감독이 확성기를 들고 나와 성적 부진에 대해 사과했다.

한신 타이거스팬들은 조금 더 고급스러운 방법을 사용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주총회’다. 팬들은 소액주주가 돼 주총에서 야구단에 관한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한다. 올 6월 14일 오사카 우메다예술극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의 모회사 한큐한신홀딩스 주주총회엔 3000명이 모였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한 남성 주주는 “가네모토 도모아키(金本知憲)의 ‘초변혁’(팀 슬로건)은 대단하다. 젊은 선수를 기용하고 잘 해내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공포 속에 진행되는 한신 주주총회가 올해는 의외로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선 한 남성 주주가 “한신 타이거스가 80주년이 됐지만 한 마디로 말해 문제가 많다. 나는 내년 시즌엔 오카다 아키노부 전 한신 타이거스 감독이 다시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경영진에 따지기도 했다.

◆ 야구단 인기에 회사가 경쟁사에 넘어가

한신 타이거스의 높은 인기는 모회사 한신전기철도의 경영권을 바꾸는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거쳐 경쟁사인 한큐(阪急)전철에 피인수된 것이다. 지역에서 한신본선은 한큐의 고베본선과 경쟁하고 있다. 또 야구와 관련해서도 한큐의 한큐 브레이브스는 한신 타이거스 창단 1년 뒤인 1936년에 창단됐으나 인기가 없었고 1988년 금융 회사 오릭스에 팀을 매각해 현재의 오릭스 버팔로스가 됐다.

한신 타이거스가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05년, 관료 출신인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46)가 이끄는 투자 펀드 ‘M&A컨설팅’(일명 ‘무라카미 펀드’)이 한신전기철도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지만 한신전기철도는 야구 성적이 좋아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그해 9월, 무라카미펀드가 한신전기철도 주식 26.67%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펀드는 2006년 5월엔 보유 지분을 46.82%까지 늘렸다.

무라카미펀드는 주식을 공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구단을 예로 들며 한신전기철도에 한신 타이거스 주식 상장을 요구했다. 구단팬을 주주로 유치하면 관객이 늘고 캐릭터 상품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무라카미가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체포됐고 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한큐에 매각하면서 한신전기철도는 한큐의 자회사가 됐다.

☞ 한신(阪神)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오사카(大阪)와 효고(兵庫)현 고베(神戸)를 묶어서 부르는 이름. 일본의 전통적인 공업 지역이다. 고시엔(甲子園) 구장은 고베와 오사카 사이의 효고현 니시노미야(西宮)에 있다.

☞ 고시엔구장
고시엔 구장이 완성된 날은 1924년 8월 1일이다. 이 해는 갑자년(甲子)이었는데,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의 첫 번째인 '갑'과 '자'가 60년 만에 만나는 상서로운 해라는 이유로 이 지역을 고시엔이라고 부르고, 야구장에 '고시엔(甲子園)'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시엔구장에선 1934년 11월 24일 일본과 미국 올스타팀이 맞붙었다. 당시 미국 올스타팀엔 베이브 루스가 참여했다.

☞ 고시엔 야구대회
'고시엔'이라고 불리는 고교 야구대회는 두 개가 있다. 3월의 선발고교야구대회는 마이니치(每日)가 주최하고 8월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아사히신문이 주최한다. 두 대회 모두 고시엔구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