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로드맵까지 변경하며 인텔 정조준...차세대 메모리 경쟁 '점화'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6.08.12 16:13 | 수정 2016.08.12 18:41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로드맵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는 등 인텔 견제에 나섰다.

    이 회사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16'에서 "연내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Z-낸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내놓을 것"이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국내외 미디어에도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4세대 64단 적층 3D 낸드 플래시 ‘Z-낸드 SSD’를 공개했다"며 일제히 보도자료를 뿌렸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전략 로드맵을 미리 공개한 것은 인텔-마이크로 진영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인텔은 마이크론과 손잡고 신형 3D(차원) 메모리 크로스포인트를 출시해 30년 만에 메모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Z-SSD 시제품.
    ◆ 3차원 기술 자신있는 삼성, 인텔·마이크론 연합에 맞불 제품 공개

    삼성전자가 공개한 Z-낸드 SSD는 고성능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다. 이 제품은 삼성 고유의 서킷 디자인으로 만든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낸드) 칩을 쓴다. 삼성전자의 기존 SSD(PM963 NVMe)보다 연속읽기 속도가 1.6배 빠르고, 지연속도(latency)는 4배 가량 짧다. 연속읽기 속도는 초당 2.56기가바이트(GB)시, 지연속도는 7.5마이크로초(μs·100만분의 1초)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셀 하나에 비트 하나를 담을 수 있는 싱글레벨셀(single level cell·SLC)만큼의 내구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셀 하나에 3비트를 담을 수 있는 트리플레벨셀(triple level cell·TLC)처럼 집적도를 높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제품을 미리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그간 제품 양산이 확정된 제품의 정보만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Z-SSD는 삼성전자의 기존 제품 로드맵 방향과도 다른 제품이다. 정재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차기 주력 제품으로 64단 512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꼽았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이 인텔과 마이크론의 신형 메모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인텔은 상변화메모리(P램)의 한 종류로 추정되는 크로스포인트를 개발했으며, 마이크론은 지난 2월 인텔로부터 크로스포인트 샘플을 받아 SSD 개발에 나섰다. 크로스포인트를 쓴 SSD는 2017년 1분기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전격 공개한 Z-낸드는 인텔의 크로스포인트와 기능적으로 닮았다. 데이터를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셀을 수직으로 쌓은 3D 구조, D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잃어버리지 않는 비휘발성 등 Z-낸드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중간 형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IT 전문매체 EE타임즈는 삼성전자(005930)도 이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티엔 시아 삼성 상품 마케터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은 기존 TLC 플래시보다는 비싸지만 경쟁사의 제품(크로스포인트)보다는 비용 대비 효율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3D 적층 공법인 ‘V낸드’ 기술을 활용했다. 인텔의 크로스포인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썼다.

    국내 사립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크로스포인트가 "크로스포인트는 상변화메모리(P램)의 한 종류로 보인다"며 "기존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성된 반도체 구성 체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 시장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시장 급성장…"인텔 초기 손실 감수하며 덤빌 듯"

    삼성전자와 인텔이 고성능 SSD 시장 패권 다툼에 나선 것은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세계 SSD 시장은 지난 2013년 110억 달러에서 2017년에는 23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저장장치 시장에서 SSD 비중도 2010년 6.5%에서 2014년 31.5%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 중에서도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은 가장 이익률이 높고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꼽힌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전 세계 SSD 출하량 가운데 서버용 제품의 비중이 지난해 22%에서 올해 31%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버용 제품의 연간 출하량 성장률은 138%로 예상됐다.

    이런 현상은 SSD와 하드디스크의 가격차가 줄면서 가속하고 있다. 2012년에 두 제품군의 가격차는 6배 정도였지만 현재는 2.8배까지 줄었다.

    삼성전자는 SSD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10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세계 기업용 SSD 시장에서 32.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4분기에만 해도 22%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했었지만, 한 분기만에 점유율이 10.4%포인트 성장했다. 인텔은 올해 1분기 19%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의 크로스포인트가 삼성전자의 반격에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와쳐애널리시스의 짐 핸디 연구원은 "크로스포인트를 사줄 고객사를 확보할 때까지 인텔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인텔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크로스포인트를 고성능 프로세서와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파는 도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