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2000년부터 10여 년간의 네이버 공시를 찾아봤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코스닥 상장 전인 2000년 12월 12.13%였다. 상장 직후인 2003년 12월 7.76%, 2004년 12월 5.5%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그의 지분율은 4.6%. 이제 경영진이 아니라면 그는 통상 보고 의무가 있는 ‘5% 이상 주주’에도 못 낀다(창업주이면서 3대주주).

그의 지분율을 자세히 살펴본 것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뇌물 수수로 사과하고 넥슨재팬 이사회에서 퇴진한 7월 29일 이후였다. 한국 대표 벤처기업을 일군 김 회장의 비리 때문에 이 의장의 경영 방식을 주목하는 글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넥슨에 입사해 ‘한국 사회가 계급 사회라는 걸 알았다’는 제보가 이어지는 걸 보면, 넥슨 사건은 68년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의 구속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네이버는 태생 때부터 삼성SDS의 지분율이 높았다. 삼성SDS 사내벤처였기 때문이다. 또 명백한 후발주자였다. 야후, 다음에 근처도 못가는 5위권 포털이었다. 이 의장은 순위를 뒤집기 위해 벤처투자 회사로부터 100억 원대 자금을 조달받았다. 최고 검색 기술을 얻기 위해 서치솔루션과, 엄청난 트래픽을 얻기 위해 한게임과 합병했다. 이 의장의 지분율은 계속 떨어졌다.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 개발사 위젯과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을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현금으로 사온 김정주 회장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2002년 홍기태라는 자본가가 경영권 분쟁을 통해 네이버 투자회사였던 새롬기술을 적대적으로 인수한다. 그는 코스닥 심사를 앞둔 네이버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유무상 증자 과정에 소외됐다며 난리를 부렸다. 알짜 벤처였던 네이버는 두 차례나 코스닥 심사에서 떨어졌다. 상장(IPO)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이 의장은 장고(長考)끝에 당시 보유한 지분 7% 중 1%를 새롬기술에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네이버 지분 1%는 당시도 엄청난 가치였고 지금은 23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두 회사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초기 벤처 시절, 네이버와 넥슨은 지분을 맞교환한다. 지분율 희석을 극도로 싫어했던 김 회장은 넥슨 주식이 아닌 자회사인 엠플레이 주식으로 교환했다. 엠플레이는 넥슨이 NXC→넥슨재팬→넥슨코리아로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사라졌다. 반면, 넥슨은 2007년쯤 네이버 주식을 처분해 6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당시 네이버 고위 임원들이 이럴 수 있냐며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의장의 지분율은 계속 낮아졌지만, 주변엔 그에 버금가는 부호들이 속속 등장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 국회의원이 된 김병관 전 웹젠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 멤버가 아닌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의 대박 스토리도 더해졌다. 그는 이해진 의장보다 2배 가량 많은 라인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 의장도 스스로 경영권이 취약하다는 점을 잘 안다. “라인이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나도 잘렸다”고 말할 만큼 불안해한다. 이 의장이 라인 일본 상장을 준비하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창업자에게 의결권을 많이 주는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 이유다. 일본엔 그런 전례가 없었고 그 계획은 무산됐다. 그는 차등의결권으로 보호받는 구글, 페이스북 창업자보다도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7월 15일 라인 기자 간담회. 기자들은 "제2의 라인 모델을 찾겠다"라는 향후 계획부터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는 불합리하다”는 지적까지 이 의장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기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무게를 실어준 것은 16년 만에 이룬 해외 진출 성공,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도 네이버를 투명하게 경영하려고 고군분투해온 점, 회사에 기여한 직원과의 성과 공유 등이 종합적인 신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주장을 무시하면 그게 기자 직무 유기다.

물론 지난 16년간의 이해진의 경영 스타일을 되짚어보는 이 글이 네이버가 ‘무결(無缺)’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두리 양식’ 형태의 포털 운영이나 인터넷 골목 상권 침해 여부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이자 한국 기자로서 늘 감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김정주 회장이 권력과 유착하며 경영해왔다는 걸 그 누구도 예상 못했듯 이 의장의 숨겨진 일이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때마침 터진 넥슨 사건은 소유의 분산과 투명 경영을 지키는 게 쉽지 않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깨닫게 했고 김정주의 친구 이해진을 바라보게 했다. 매일 일기를 쓰는 초등학생의 심정으로 2016년 오늘 “이해진의 스타일은 반짝반짝 빛났다”고 기록에 남겨두고 싶은 것이다.

[드림샷 칼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vs. 이해진 네이버 의장 <201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