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케미족 시대] ④ "살충제 대신 계피로 모기 쫓아"…노케미 라이프 실천하는 사람들

조선비즈
  • 배정원 기자
    입력 2016.07.06 07:00

    시중에 파는 세제·치약·비누에 전 성분 표시 나와있지 않아
    기업이 파는 화학 제품 믿을 수 없어 직접 만들어 써

    김나나 대표(오른쪽)가 주부를 대상으로 천연 생활용품 만드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사진=에코살림
    지난 27일 명동에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 주부들 30여명이 모였다. 천연비누와 향초를 만들기 위해서다. 임산부인 한 회원은 얼마 전 집에 있는 화학제품을 모조리 버리고 이곳에서 천연 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사용해온 샴푸, 에센스, 수분 크림, 립스틱에 얼마나 많은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지 임신을 하면서 알게 됐다”며 “남편과 배 속에 있는 아이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천연 향초 제조법 강연자는 “과거에는 취미생활로 천연 향초를 만들어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회원들은 대부분 화학제품을 대체할 생활용품을 만들기 위해 온다”고 설명했다.

    김나나 에코살림 대표가 쓴 책의 개정판이 지난 28일 나왔다. 건강세제 만드는 레시피가 담겨있다./사진=교보문고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 눈길이 천연제품으로 향하고 있다. 천연 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방을 비롯해 온라인 카페나 모바일 앱에서 일상용품의 화학성분을 알아보고, 천연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노케미족이 늘고 있다.

    김나나 사단법인 에코살림 대표는 “옥시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업이 시중에 판매하는 세제·탈취제·치약 등 화학제품은 전 성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모른다”며 “내 가족이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만들어 쓰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에코살림 협회에서 김나나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 곳곳에는 찬밥 세제, 오렌지 살균제, 맥주세탁 세제 등 천연재료로 만든 생활용품이 놓여 있고,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파란 용기에 장미 클렌징 워터를 담고 있었다.

    -어떻게 친환경 살림 전문가가 됐나요?

    “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 화학 연구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늘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화학제품에 둘러싸여 살았죠. 그때도 가끔 두통이나 현기증이 날 때가 있었는데, 피곤해서 그런 줄 알고 넘겼습니다. 그러다가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아토피에 시달렸어요. 어디를 가도 ‘애가 화상을 입었느냐’고 물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주변의 화학 성분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뱃속 아이에게 축적됐다는 것을. 그래서 모든 화학제품을 내던지고 천연재료로 세제, 목욕용품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2년 만에 아이의 아토피는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에코 살림 수강자가 코코넛 오일을 이용해 헤어 린스를 만드는 모습/사진=에코살림
    -천연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쓸 때 혹시 주변에서 ‘유난떤다’는 소리를 듣진 않았나요?

    “맞아요. 여전히 저에게 뭘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화학제품을 30년 이상 썼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왜 괜히 공포감만 조장하느냐’고 묻더군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희 시아버님은 올해 여든이 되셨는데, 담배를 60년째 피우고 계십니다. 아직 아무렇지도 않으시죠. 하지만 그렇다고 담배가 안전한가요?’

    담배가 유해한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흡연자 모두가 폐암에 걸리는 건 아니죠. 화학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건강한 신체를 타고나 화학 물질에 큰 영향을 안 받을 수 있지만, 아이·임산부 등 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천연 세제를 한번 만들어보려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를 샀습니다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죠?”

    -네, 포장지 뒷면을 보니, 각각 용도가 비슷한 거 같기도 같더군요. 우선 베이킹소다로 욕실 청소를 해봤습니다.

    “잘못 쓰셨네요. 화장실 청소를 할 때는 베이킹소다보다는 구연산이 더 좋습니다. 베이킹소다는 주방에 기름때에 더 효과적이죠.”

    에코살림에서 만든 찬벱세제와 천연 비누 /사진=에코살림
    -그렇군요. 천연 재료를 활용하려 해도 정보가 많지 않아 어렵습니다.

    “맞아요. 많은 사람이 처음엔 어려워하지요. 더군다나 시중에 잘못된 정보도 많습니다.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때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름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산화된 ‘산성 때’와 세균이 번식하면서 암모니아가 섞인 ‘알칼리성 때’입니다. 두 가지 때는 모두 반대 성질을 띠는 물질을 이용하면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 즉 산성인 기름때에는 알칼리성 물질을, 알칼리성 때에는 산성 물질을 사용하면 때가 중화되어 쉽게 지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때를 없애는 기본 원리입니다.”

    -향초도 몸에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인공 향은 정말 몸에 해로워요. 향수, 향초, 화장품, 샴푸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죠. 심지어 임신 초기에 향수를 쓰면 불임 남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향초를 집에서 킨다면, 자동차 배기가스 옆에 앉아 미세먼지를 들이키는 수준으로 몸에 해롭습니다.”

    -그렇다면 실내 악취를 잡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를 활용하면 됩니다. 음식물 냄새나 담배 냄새, 발 냄새, 애완동물 냄새 등 산성을 띠는 악취를 화학적으로 중화해 없애줍니다. 작은 그릇에 베이킹소다를 담아 신발장이나 쓰레기통 주변에 두거나 악취가 나는 곳에 베이킹소다를 직접 뿌려도 냄새를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베이킹소다를 망에 넣은 다음 옷장에 두면 악취와 함께 습기를 흡수합니다.”

    계피를 이용해 만든 천연 향초/사진=에코살림
    -더운 날씨에 벌레가 많아지고 있는데, 살충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나요?

    “살충제는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됩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무조건 삼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계피를 이용해 집먼지진드기 퇴치제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계피에는 시나믹 알데히드, 살리식 알데히드 등 매운 향이 풍부해 침구류에 사는 집먼지진드기를 퇴치하는 데 효과적이죠. 또 몸에 뿌리는 모기스프레이도 있습니다. 모기가 싫어하는 계피에탄올을 몸에 뿌리면 모기가 다가오지 않습니다.”

    -비누, 샴푸, 손세정제, 클렌저 등 몸과 얼굴에 쓰는 제품 모두 직접 만드나요?

    “네 그럼요. 화학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창모가루와 로즈마리 아로마오일을 섞어 창모비누를 만들어 머리를 세정하고, 린스 대신 식초로 헹궈냅니다. 또 로즈워터에 호호바오일, 일랑일랑 아로마오일을 섞으면 훌륭한 헤어컨디셔너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오일로 얼굴을 닦고, 베이킹소다와 딸기분말을 섞은 치약으로 양치합니다.”

    -제품들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되죠?

    “제품마다 다른데, 화장품의 경우 3~4개월 정도로 짧기도 합니다. 분기마다 가족들이 쓸 정도의 양을 한번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클렌징오일은 1년 정도로 비교적 길고, 세제, 비누도 1~2년 정도입니다.”

    -생활에 불편함은 없나요?

    “전혀요. 제조 과정이 생각보다 단순해서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청결은 유지되나요?

    “그럼요. 사실 많은 사람이 화학 세제로 옷을 빨고, 설거지를 해야지 살균이 제대로 된다고 생각하는데, 천연 성분만으로도 충분히 청결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나친 살균·소독에 대한 집착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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