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부사장의 따끔한 경고…"한국 조선 안전사고 줄여야 수주 회복"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6.06.30 14:00

    “한국 조선소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안전사고를 없애야 한다.”

    데이빗 커민스 쉘(Shell) 코리아 부사장은 6월 28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 작업의 첫 번째 표준 비계(Scaffolding) 설치 기념식에서 “안전사고 방지가 한국 조선소의 수주량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데이빗 커민스 쉘코리아 부사장이 28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 작업 첫 번째 표준 비계 설치 기념식 직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쉘코리아 제공
    쉘은 작년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서 3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석유업체다. 삼성중공업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부유식원유저장하역설비(LNG FLNG)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등 여러 해양 구조물을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속되는 저유가로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축소됐지만, 유가가 회복되면 다시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커민스 부사장은 “세계적인 석유업체들이 조선소에 일감을 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안전”이라며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쉘과 같은 해외 발주업체는 납기일을 지키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 안전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 조선소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안전 문화가 정착되면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치열하게 경쟁하는 조선소·선사 한 곳에 모여 안전 강조

    이날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 기념식에는 쉘 뿐 아니라 엑슨모빌(미국), 토탈(프랑스), 쉐브론(미국), 페트로나스(말레이시아), 가스로그(그리스) 등 세계적인 선박‧해양 플랜트 발주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대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장(부사장), 김효섭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부사장) 등 조선 3사 생산 부문 총괄 책임자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는 국내 조선소의 선박과 해양 플랜트 건조 과정에 적용될 한국화된 안전 표준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안전 표준 마련을 위해 평소 경쟁관계에 있던 국내 주요 조선사, 글로벌 석유기업, 선주사가 힘을 모았다.


    28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 작업 첫 번째 표준 비계 설치 기념식에 참석한 국내 조선소, 해외 발주업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쉘코리아 제공
    비계 설치 표준은 6개 안전 표준화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먼저 완료됐다. 비계는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올라가거나 장비나 자재 등을 올려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임시 시설물이다. 그동안 조선소에서 사용한 비계 표준은 아파트 등 일반 건축물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는 선박 건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쉘 등 석유업체들과 국내 조선 3사는 비계 설치에 이어 ‘고소작업’, ‘밀폐구역작업’, ‘인양’, ‘일반 안전 관리’, ‘작업 허가 및 화기작업’에 대해서도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계 설치를 제외한 5개 프로젝트는 현재 평균 75%가량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날 기념식은 첫 번째 프로젝트 완료를 축하하면서, 안전을 강조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철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은 기념사를 통해 “선주사와 조선소가 자발적으로 안전관리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시작해 비계작업 표준을 완성했다”며 “선진화된 안전관리 기법으로 더 많은 선박 수주가 우리나라로 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루즐란 오스만 페트로나스 HSE 매니저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문화부터 시스템까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할 때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며 “표준화된 안전 설비를 갖출 경우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효율적인 작업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페트로나스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각각 1기의 FLNG 설비를 발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페트로나스 FLNG /대우조선해양 제공
    ◆ “세계 1~3위 조선소 몰려 있어 안전 표준화 작업 가능”

    조선업은 사고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무거운 쇠를 나르고, 밀폐된 장소에서 용접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높은 곳에서 작업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작업 공간이 넓어 관리자가 안전 감시활동을 하기도 어렵다.

    2015년 기준 조선업 재해율은 0.83%, 사고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은 1.07이다. 전체 업종 대비 각각 66%, 100% 높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작년에만 31명이 조선소에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조선소 근로자가 무거운 설비에 깔리거나, 높은 곳에 떨어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쉘은 2014년 10월부터 조선 3사와 국내 실정에 맞는 조선소 안전 표준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엑슨모빌, 쉐브론 등 주요 석유업체들의 참여로 논의가 확대됐고, 현재 31개 업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과 해양 플랜트가 건조되고 있어 안전 표준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조선소 안전 표준화 작업은 다른 국가에서도 시도됐지만,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다.

    쉘 관계자는 “한국은 조선업계 리더가 세 곳이나 모여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 안전 표준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한국 사례를 본 다른 나라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해외 선사 관계자들은 안전사고 예방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커민스 부사장은 “쉘은 안전이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비용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그레이엄 도즈 엑슨모빌 한국총괄사장은 “한국 안전성 표준화는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한다”며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진행 중인 ‘아돕투 스테이지(Odoptu Stage) 2’ 프로젝트 공사에 새롭게 만든 비계 표준을 적용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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