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내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 한국 연구 수준 높이는 계기 될 것"

입력 2016.06.17 03:06

10년만에 아시아 지역서 개최
김철호 조직위원장 인터뷰

김철호 세계고혈압학회 조직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가 국내 고혈압 연구 역량을 배가하고 제약업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호 세계고혈압학회 조직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가 국내 고혈압 연구 역량을 배가하고 제약업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정 객원기자
국내 제약업체들이 잇따라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미 임상시험에서는 국내 병원들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신약 개발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에서만 개최되던 세계적인 의학 학술행사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오는 9월 24~29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세계고혈압학회가 열린다.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료 분야는 세계적 수준입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번 학회가 기초 연구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철호 세계고혈압학회 서울 2016 조직위원장은 지난 13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학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만으로도 의학계,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 내과과장과 진료부원장을 거친 고혈압 전문가이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세계고혈압학회는 2년마다 세계를 순회하며 열린다. 한 번은 유럽에서, 다음은 비유럽 국가에서 열리는 것이 원칙이다. 대회마다 5000여명의 의사, 연구자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학술행사다. 아시아에서는 2006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10년 만에 열린다. 김 위원장은 "1991년 아시아태평양 심장학회가 서울에서 열린 후 국내 심장학이 크게 발전했다"며 "이번 학회에서도 외국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고혈압 연구가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세계고혈압학회에서는 15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는데 그중 240여편이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그는 "특히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신약이 나와 임상시험 데이터가 크게 늘어났다"며 "해외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신약은 보령제약이 12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2010년 허가를 받은 '카나브'이다. 국내 제15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이다. 주성분은 ARB(안지오텐신Ⅱ 혈압 상승 수용체 차단제)로 혈압 상승 원인 효소의 활동을 막아 혈압을 떨어뜨린다. 발매 첫해인 2011년부터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으며, 출시 직후부터 중남미 13개국을 시작으로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에 수출됐다. 현재까지 전 세계 29개국에 약 3억2000만달러(약 3757억원)어치가 수출됐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8월 순환기내과 주간 처방률 1위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완전히 새로운 원리의 고혈압 치료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에 나온 약물을 새로운 구조로 만들어 이전에 없던 약효를 내게 하는 방식이면 우리나라 제약업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보령제약의 카나브도 약물을 새로운 구조로 만들어 신약으로 발전시켰다는 것. "10년 전 우연히 한미약품이 당뇨병 치료제의 약효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지만 반신반의했어요. 그게 이번에 엄청난 기술 수출에 성공한 것이죠. 우리나라도 전략만 잘 세우면 세계적인 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김철호(오른쪽) 세계고혈압학회 서울 2016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와 공식 후원사 계약을 맺었다.
김철호(오른쪽) 세계고혈압학회 서울 2016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와 공식 후원사 계약을 맺었다. /보령제약 제공

"카나브는 국내에서 개발돼 해외 임상시험 데이터가 부족할 뿐이지 약효나 약효 지속 시간은 다른 약에 비해 우수하다"며 "세계적인 학회에서 인정을 받으면 글로벌 임상시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 최태홍 사장도 "이번 서울 세계고혈압학회는 국산 신약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나브는 이미 세계고혈압학회에서 명성을 얻었다. 보령제약은 201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처음으로 카나브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으며, 2014년 그리스 세계고혈압학회, 유럽고혈압학회 통합학회에서는 단독 심포지엄을 진행해 국산 신약의 위상을 높였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신약만으로 특별 심포지엄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2014년 현재 세계 제약시장은 1조272억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6.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 항고혈압제는 475억달러(약 55조7800억원)로 약 5%를 차지한다. 시장 규모로는 항암제(744억달러), 당뇨병 치료제(636억달러), 진통제(598억달러)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문의약품 생산 실적에서 항생물질이 1조761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1조155억원의 혈압강하제이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려면 산업계가 대학의 연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면 자연히 대학과 병원에서도 연구가 늘어난다”며 “기초학문이 발전했는데 산업이 약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고혈압 관리에 IT(정보기술)를 결합하는 전략도 이번 학회에서 논의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서울 학회는 고혈압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도 모색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고혈압학회의 주제는 3가지다. 하나는 IT를 활용한 고혈압 관리의 변화이다. 김 위원장은 “손목시계처럼 착용하는 웨어러블 혈압진단장치가 개발돼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혈압데이터가 전송되면 어떤 약을 처방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IT 기술력을 활용하면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고혈압 관리 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사망자 수가 월등하게 많은 이유를 밝히는 것이고 셋째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혈압으로 인해 급증하는 혈관성 치매에 대한 대응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서구보다는 고혈압 환자가 적다고 하지만 산업화 이후 급속히 늘고 있다”며 “혈관성 치매나 심부전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