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판교에 털렸다"…신분당선 연장선 유탄맞은 광교 상권의 '눈물'

입력 2016.06.13 06:14 | 수정 2016.06.13 15:06

광교 아브뉴프랑에서 전용면적 66㎡짜리 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이주명(가명) 씨는 최근 장사를 접기로 하고 임대차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 올 초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렸지만 매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500만원, 여기에 관리비까지 따로 내는데, 더 이상은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가게를 접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011년부터 신분당선 상현역 인근에서 전용면적 46.2㎡ 음식점을 하는 고모(57) 씨도 상권 침체로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많다. 지난 몇 년간 주변에서 두세 번씩 가게 주인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도 신분당선 연장선에 대한 기대를 걸고 꿋꿋하게 버텨왔지만, 지하철이 생긴 뒤로 전보다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지하철이 뚫린 뒤로 서울 강남 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비는 상가가 늘었다”며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광교 월드스퀘어 한 점포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수현 기자
올 1월 말 신분당선이 강남~판교역에서 강남~판교~광교역까지 연장된 뒤로 경기도 광교신도시 상권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이 있는 판교나 서울 강남으로 접근하기 수월해지면서 광교 상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개통으로 이제 광교에서 판교역까지는 21분, 강남역은 34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 강남과 판교에 뺏긴 상권

상가 점포를 다 채우지 못한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거리형 상업시설 ‘월드스퀘어’는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이 아쉽기만 하다. 월드스퀘어는 지난해 9월 오픈했는데, 현재도 시계탑이 있는 1층 광장의 상가는 3분의1 정도가 비었고, 2층도 대로변으로 이어지는 상가가 아니면 두 곳 중 한 곳에는 ‘임대문의’, ‘파격 조건 상가임대’와 같은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가 수두룩하다. 월드스퀘어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분양은 대부분 마쳤지만 상가 임대율은 7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내마연공인 관계자는 “한두 달 사이 전체 월드스퀘어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20여개의 점포가 가게를 내놨다”면서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서 유동인구가 늘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월드스퀘어에서 카페를 하는 이모(32) 사장은 “판교나 강남이 체감상으로 가까워져서 그런지, 광교 상권을 찾는 유동인구가 줄면 줄었지 더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특히 액세서리와 의류점을 하는 상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료도 약세다. 월드스퀘어 1층 전용면적 33.3㎡ 안팎 점포의 경우 현재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250만~300만원에 임대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보다 월세가 50만~100만원 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평일 오후 광교 아브뉴프랑 상업시설 2층에서 내려다본 중심 광장. /김수현 기자
호반건설 계열 법인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거리형 상업시설 광교 아브뉴프랑은 월드스퀘어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에 따른 예기치 못한 상권 침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가 임대율은 90% 정도인데, 지난해 9월 말(97%)보다 하락했다. 아브뉴프랑 중심 광장 주변 1~2층 점포는 대부분 차 있지만, 경기도청 신청사 예정 부지와 가까운 후면부에는 문을 닫은 점포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아브뉴프랑 상인들은 중심 광장과 붙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김민희(38∙가명) 씨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10~20% 정도 감소했다”면서 “주변 상가도 늘어났고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으로 서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봉천동에 사는 김병문(30) 씨는 “광교에 사는 지인이 많아 아브뉴프랑에 자주 방문하는데, 예전엔 이름난 맛집이면 수십분 간 기다려야 했다”면서 “올해는 이름난 식당들도 대기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 상현역 상권, 반년 가까이 임차인 못 찾아

평일 오전 상현역 이면도로 주변 상가. /정지용 인턴기자
상현역 인근 상인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곳은 광교 중심상권만큼이나 자리를 잡지 못해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많았었다. 상현역 J음식점의 한 직원은 “지하철이 뚫리면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지금은 점심 피크 시간에도 빈 테이블이 남아돌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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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역 인근 주민 천행순(55) 씨는 “주변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나 편의시설이 없는 편인데, 지하철이 뚫리고 나니 나이 든 장년층들도 신분당선을 타고 판교에 있는 대형 상권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상현역 상권은 대로변 쪽 상가 전용 건물과 오피스텔 단지내 상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층 대로변 상가는 공실이 드물지만, 대로변 후면부나 이면도로 쪽으로 갈수록 빈 점포를 쉽게 볼 수 있다. 후면부 상가는 2층인데도 절반이 비어 있거나 아예 텅 빈 곳도 있다.

상현역 인근 대로변 상가 1층 한 점포 유리창에 ‘임대문의’가 적힌 안내 쪽지가 붙어 있다. /김수현 기자
P공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로변 뒤편 중심 사거리에 있는 1층 점포만 두세 곳이 비었는데, 반년이 가까워지도록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나가는 점포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광교 중심 상권과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추락하고 있다. 대로변 전용면적 33.3㎡짜리 1층 상가의 경우 보통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는 250만~4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권리금이 붙은 점포는 거의 없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월세가 50만~1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상현역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상가 분양가가 높아 임대료도 높게 형성된 건데,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고 장사할 수 있는 상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임차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문의는 없고, 상가 처분을 고민하는 상가 분양계약자들의 매도 문의만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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