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발언대] 대학이 창업의 중추 역할 맡아야 한다

조선비즈
  •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학장
    입력 2016.06.09 04:00

    사회 전반적으로 창업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타이틀 아래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상금을 지원하는 TV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창업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저성장 시대를 극복해 나갈 기회요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하기 위한 창업교육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기존 소매업이나 외식업에 치중해 있던 생계형 창업에서 벗어나 IT나 기술 등 기회추구형 창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바람직한 창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 역시 창업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3년 9월, ‘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창업선도대학과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을 선정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대학들도 창업 관련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대학 내 창업교육센터를 설립하는 등 창업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다. 지난 3년간 대학의 창업 동아리수가 1230개에서 4070개로 2.3배 급증했는데 이는 대학 내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향후 대학에서의 창업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체계적인 교과과정의 마련과 재정적인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창업가로서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이를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창업가가 꼭 갖춰야 할 자질은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본질적으로 갖춰야 하는 기업가정신, 둘째 모험과 그에 따라 수반되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셋째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융합정신, 넷째 사업가능성과 여러 발생 가능한 재정적인 문제들을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분석력, 다섯째 타인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설득력과 열정이다.

    최근 장기간의 불황과 취업난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을 추구하는 성향과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와 분위기는 기업가 정신과는 대비되며 창업가 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학은 미래 기업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이 창업가로서 요구되는 정신과 태도를 배양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창업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장 먼저 화두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과과정의 부재였다. 이에 따라 여러 대학들이 효과적인 커리큘럼 개발에 힘쓰고 있다.

    창업과 관련한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명심해야 할 사항은 ‘혁신’일 것이다. 창업가로서 요구되는 자질만큼이나 창업교육에 있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창업교육이 단순히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거나 탁상공론식의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창업교육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여러 분야에서 창의적 혁신을 이룬 기업가나 경영자들로부터 실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과목의 종류나 형태, 그 운영방법에 있어서도 기존 대학에서 운영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적인 교과과정 개발의 목적이 실제 창업과의 연결인 만큼 창업의 실행을 위한 제도와 장(場)을 마련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써 학생들이 교육과정 중에 개발한 창업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콘퍼런스나 경진대회를 고려할 수 있다.

    정기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창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여 학생들을 독려하고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동안 보다 실질적인 시각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깨닫고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은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창업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 알토(Aalto) 대학 내의 알토스(Aaltoes·Aalto Entrepreneurship Society)는 좋은 벤치마크 사례가 될 수 있다. 알토스는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로 현장실습을 간 알토대 학생들이 영감을 얻어 설립한 창업동아리로 학생들이 주축이 돼 연간 100개가 넘는 행사를 주최한다.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SLUSH는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창업 콘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는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100개 이상의 동문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알토스의 사례는 창업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선행될 때 훨씬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창업의 현실성과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대학은 교육과정 내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와 엔젤 투자자(angel investor) 그룹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사업의 방향을 안내하고 아이디어가 빨리 실제 사업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엔젤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매우 초기 단계에서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자금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그룹들이 형성돼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함께 운영될 때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의 알토(Aalto) 대학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들도 앞으로 사회에서 창업 활성화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창업가의 자질을 배양할 수 있도록 가치관을 심어주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교과과정 개발은 물론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기업과 연계해 창업실습 교육과정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변화라 볼 수 있다. 성공적인 창업교육의 정착을 위해 단순히 교육적인 관점을 넘어 대학과 학생들 스스로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코노미조선 6월8일자(153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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