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플러스가 PS본부 산하 직원에게 하달한 '절대 하면 안되는 일' 문서.

경기도의 한 LG 유플러스 매장에 근무하는 A(29)씨는 최근까지 매일 출근하자마자 매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복장이나 면도 상태가 선명하게 나오도록 신경써야 했다. A씨는 “직영점을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가 일일이 매장에 들러 근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으니 ‘출근 인증샷’을 지시했다”면서 “오전 10시 이후에도 사진을 안 보내면 매니저가 ‘아직도 출근 안 했냐’고 채근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한 유플러스 매장에 근무하는 B(27)씨는 잠깐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점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일 안 하고 지금 뭐 하고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점장은 매장 내 설치된 CCTV를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실시간으로 직원들의 태도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직원 관리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LG 유플러스가 최근 영업직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사내 금지 조항’을 하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CCTV 감시나 폭언, 성희롱, 업무 성과 조작 등 부조리한 사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영업을 담당하는 PS본부에 내려보낸 문서에는 폭언·폭행, 성 관련 말과 행동, 휴식 방해, 비정상적 조직 운영, 성과 조작, 지위 오·남용 등 6가지 항목이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다. LG유플러스는 계도 기간을 거쳐 다음달 1일부터 이를 시행해 위반 시 예외 없이 보직해임 등 강력한 인사조치를 할 예정이다.

이번 공지를 내린 곳은 LG유플러스 내 ‘즐거운직장팀’이다. 지난해 12월 권영수 부회장 취임 후 신설된 부서로, ‘오후 5시 조기퇴근 제도’ 등을 통해 조직 문화 혁신을 담당하는 팀이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엔 수치심을 일으키는 비하 발언(“네 머리엔 X만 들었냐?”), 성 관련 비상식적 말과 행동(혼자 사는 여직원에게 “집에서 자고 가도 되냐?”, 술자리 성 관련 게임)이 포함됐다. 또한 오후 10시 이후 업무와 관련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휴무일에 업무를 지시하는 등 휴식 방해, 성과 조작, 공개된 자리에서 인사 협박, 사진 찍어 출근 보고 등도 적시됐다. 유리한 근무지 배치를 조건으로 술 접대를 강요하거나 금품을 받는 등의 부당한 요구도 포함됐다.

LG 유플러스가 PS본부 산하 직원에게 하달한 '절대 하면 안되는 일' 문서.

특히 성과 조작과 관련해서는 ‘FM(영업전문직)이 판매했음에도 판매 건당 지급액이 많은 개인사업자에게 실적을 등록하는 행위’ 등 총 9개 항목에 걸쳐 상세 유형을 공개해놨다.

해당 항목들은 사원·대리급 영업직원 30여명의 보고 사항, 오프라인·온라인 소원수리를 통해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모은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실제 지난 10월 서울의 한 매장에서 여직원(29)이 실적 경쟁 갈등으로 동료 직원에게 손찌검을 당한 일이 있었다고 전해졌고, LG유플러스 사원들의 SNS 익명게시판에는 “지난달 한 임직원이 하급자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가 보직해임을 당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즐거운직장팀 관계자는 “사내 금지 조항에 적시된 사례가 모두 우리 회사의 실제 문제점이라고 보긴 힘들다”면서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