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 리더] ①달리는 '에너자이저'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조선비즈
  • 이민아 기자
    입력 2016.04.06 11:53 | 수정 2016.04.29 16:25

    지난해 9월 기준 우리나라 금융시장 규모는 4549조원(총자산 기준)이었다. 산업의 거대함에 비해 금융권을 움직이는 여성 임원들의 수는 놀라우리만큼 적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 최초의 여성 행장이 탄생하면서 금융권 여풍(女風)이 화두였지만, 6대 금융그룹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은 여전히 3% 수준이다. 조선비즈 금융부는 유리천장을 깨면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금융인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지난 달 31일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 9층 사무실. 박정림(53) KB국민은행 부행장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미소를 지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짧은 단발머리를 한쪽만 귀 뒤로 넘긴 모습은 차가워보였지만 입을 떼자 이내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 명동 국민은행본점에 위치한 사무실 책상 위에 쌓인 A4 용지들은 흐트러짐 없이 정돈돼 있어 ‘군더더기 없다’는 인상을 줬다.

    박 부행장은 현재 KB금융그룹 내 유일한 여성 임원(부행장급 이상)이다.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에 입사해 처음 금융권에 발을 디뎠다. 조흥은행(1996년), 삼성화재(1999년) 등을 거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리스크관리전문가협회 임원직을 역임한 ‘리스크통(通)’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국민은행 여신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한계 기업 가운데 옥석가리기를 잘 해서 살릴 기업을 신중하게 가려내야한다고 말하는 도중이다./ 사진=이민아 기자

    요즘 주목하는 주요 이슈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자산 건전성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불확실성, 국내 수출 둔화 등 어찌될지 모르는 경기 상황을 대비해서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BIS비율 규제 강화를 대비해야한다. 바젤 3로 넘어가면서 BIS 비율규제 강화되는데, 국내 은행 중엔 국민은행이 유일하게 BIS비율이 16%를 넘는다. BIS비율 규제 대응이 잘 안되면 은행들이 나중에 자금 중개, 공급 역할을 못하게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기업 대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은행이 자금 중개 역할을 잘하려면 유암코, 금융위원회가 하듯 한계 기업들을 옥석 가리기 해야한다. 구조 조정을 하고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선 금융기관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 조선, 해운, 건설 철강 등 정부에서 안 좋다고 보는 산업들이 있다. 전망이 어두운 산업만 파고들 게 아니라, 긍정적 전망을 보이고 있는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지원도 필요하다.”

    국민은행은 가계 대출 비중이 높다.

    “그렇다. 일단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여신 선진화 가이드라인(담보능력 심사 위주였던 기존 은행권 대출 심사 방식에서 상환 능력 심사를 위주로 하자는 내용이 골자)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여신 그룹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구성된 국민은행의 포트폴리오를 탈피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사진=이민아 기자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관리가 잘 되고 있나?

    “작년에 여신 사후 관리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 조직, 여신 관리 프로세스(과정)와 시스템 등을 올해부터 대폭 개편했다. 구체적으로는 초기 연체 관리, 부실채권(NPL) 관리, 매각·상각한 특수채권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초기 연체 관리를 특히 강화했고, 특수채권관리 관련해서는 외주 맡기는 비율을 높였다. 이와 관련해 1분기에도 가시적 실적이 나왔다.”

    올해 주목하고 있는 대출 트렌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 평가 체제 개선이다. SK텔레콤과 협업해서 내놓는 ‘티(T) 스피드’는 고객의 통신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 상품이다. 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4~6등급의 낮은 신용 등급을 부여받는 ‘씬 파일러(thin filer)’가 주요 고객이다. 직장 경력이 짧거나 금융 관련 데이터가 없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가령 이동통신 요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고객에겐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것이다. 기존에 신용 거래 내역이 부족해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사회 초년생들이 대상이다. 국내 은행이 통신사 빅데이터를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것은 이 상품이 처음이다. 앞으로는 각기 다른 업종간의 제휴없이 정체된 시장을 돌파하기 어렵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도 지켜보고 있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 카드사, 은행 계열 저축은행 등도 뛰어들고 있지만, 제1금융인 은행에 대한 고객 선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나?

    “그렇다. 지금은 아마 모든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최고로 좋을 것으로 추측한다. 저금리 효과가 상당히 있는 것이다. 내야할 이자가 적으니 웬만하면 고객들이 연체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금리가 올랐을 때 이 자산건전성이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작년에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늘었다.

    “좋은 기업에 자금이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 대출과 기업투자금융(CIB) 관련해서 영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량 기업에는 영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 박 부행장 “완벽한 워킹맘 콤플렉스 버려라"

    어떤 질문이든 거침없이 답변하는 그는 주변 평판대로 ‘에너자이저'였다. 열정이 넘치는 그가 가정과 직장 생활의 균형을 찾기 어려운 한국의 조직 문화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궁금해졌다.

    직장과 가정은 양립하기 쉽지 않을 텐데?

    “가족들이 조금씩 양보해준 덕에 가능했다. 주말에 집 좀 안 치우면 어떤가. 엄마가 지은 밥 말고 짜장면 좀 시켜먹으면 어때서. 그 시간에 애들이랑 누워서 뒹굴면서 티비도 보고 수다떨고 그러지. 그 시간이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모든 것을 너무 잘하려고 본인을 학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성공한 여성들이 언론을 통해 ‘나는 아무리 바빠도 가족들에게 끼니 때마다 따뜻한 밥을 해줬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직장 생활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업무를 할 때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가?

    “아침에 하루 한시간은 보고를 받지 않는 시간, 즉 업무 집중 시간을 가진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어서다. 보고를 받다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고, 이를 잘 해결했는지 점검한다.”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현재 여성 임원의 수가 적다고 해서 대리, 과장 직급의 여자들이 우울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 땐 워낙 들어오는 여자 수가 적었다. 지금 들어오는 우리 직원들이나 과장급 직원들만해도 여자와 남자 성비가 비슷하다. 때가 되면 임원 성비 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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