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문가에게 듣는다] ⑤장지향 아산연 중동센터장 "이란인에게 '경제제재 동참' 사과할 이유 없다"

조선비즈
  • 윤희훈 기자
    입력 2016.03.30 06:05 | 수정 2016.03.30 14:04

    “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한 건 창피한 일이 아니다. 제발 이란 사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제재에 동참했다. 이해해달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할 일을 한 거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이 29일 이란 등 중동 정세를 설명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와 우리 기업의 기회를 설명하던 장지향(46)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장지향 센터장은 29일 “우리나라에겐 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할 명분이 충분했다. 이란은 그동안 북한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한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장 센터장은 “이란인과 비즈니스를 할 때도 ‘원칙대로 했다’고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 이란측에서 아쉬운 말을 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낮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불거진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 대해선 “핵 협상이 타결됐지만 당분간 잡음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현재 갈등 국면은 충분히 예상한 수준”이라고 했다.

    장 센터장은 “미국은 지금 핵과 미사일을 구분해서 대응하고 있다. 이란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로우키(low-key·차분한)’로 대응했다. 역사적인 핵 협상이 무효화될 것을 우려한 듯 하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미국은 지난 1월 16일 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선포한 다음날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핵과 미사일 분리 대응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에 대해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원에서 보면 이란과 사우디는 경제 이익 앞에서 공조를 해왔다”며 “지금의 충돌 양상은 양국의 내부 정치 역학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양국 강경파들이 정치 위기를 외부 시선 돌리기로 무마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이란과 북한의 커넥션은 분명히 있다. 정부 대 정부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직 차원의 연결 고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지향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란인과의 비즈니스에선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윤희훈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이란이 최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경제 제재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이란 내부에선 아직 강경파와 온건파가 갈등하고 있다. 급진강경파인 혁명수비대는 국제 사회를 자극하고 온건파의 입지를 악화시키려고 미사일을 계속 쏠 것이다.”

    - 미국은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란 리스크’가 현실화 될 것을 우려한다.
    “오히려 미국이 상당히 봐준다는 느낌이다. 혁명수비대는 핵 협상 타결 후인 작년 10월과 11월에 탄도미사일을 쐈다. 당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역시 이란은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자 열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유럽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것 같다. 미국과 유럽의 온도차가 크게 느껴진다.
    “긴 호흡에서 보면 유럽은 이란 문제에 있어서 관용적 자세를 유지해 왔다. 2011년 이후 강경 제재에 나선 게 오히려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유럽은 이란이 제한적이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나라로 본다. 오히려 군사독재나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아랍을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다.”

    2015년 6월 4일 이란 외교부 대표단이 아산정책연구원을 방문했다. 장지향(왼쪽에서 세번째) 중동연구센터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아산정책연구원 제공
    - 이란 내부에서 강경파가 다시 득세할 가능성은?
    “이란이 국제사회로 복귀한 이상, 다시 돌아서기엔 부담이 클 것이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도 유명한 보수 강경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당분간 온건파가 힘을 받을 것이다.”

    - ‘이란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중간에 잡음과 소음은 꽤 있을 것이다. 지금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갈등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충분히 예상했던 수준이다.”

    - 이란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겐 좋은 소식이다.
    “최근 모 기업의 해외 담당 부장이 와서 ‘세미나를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센터장님 조언대로 이란에 진출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당황스러웠다. 이란의 정치 권력 구조를 분석해줬을 뿐인데 그렇게 말하더라.”

    - 기업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줬나?
    “제발 이란 사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제재에 동참했다. 이해해달라’고 말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할 일을 한 거다. 우리나라에겐 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할 명분이 충분했다. 이란은 그동안 북한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한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게 문제다.”

    일러스트=김연수 디자이너
    - 이란과 사우디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의 충돌 양상은 양국의 내부 정치 역학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양국의 강경파들이 정치적 위기를 외부 시선 돌리기로 무마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돼 경제가 영향을 받게 되면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다.”

    - 저유가 상황에 오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란은 지금 석유 장사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 한다. 저유가 상황이라고 해도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한 석유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와 ‘파워게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OPEC 차원에서 보면 사우디와 이란은 경제 이익 앞에서 공조를 해왔다. OPEC 내에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커넥션은 어떻게 관측하나? 실재한다고 보나?
    “이란과 북한의 커넥션은 분명히 있다. 정부 대 정부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직 차원의 연결 고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경우 조직의 활로를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 커넥션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장지향 센터장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중동 연구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국제개발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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