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유도그룹의 '핫 러너' 스마트 공장 가보니

입력 2016.03.29 17:37 | 수정 2016.03.29 17:38

3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영등포를 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1시간 30분쯤 달리자 경기 화성시 팔탄면 율암교차로에 도착했다. 교차로에서 빠져나오니 사출(射出) 및 금형(金型, 금속으로 만든 거푸집)기용 분사장치(핫 러너 시스템, Hot Runner System)를 제조, 판매하는 유도(YUDO)그룹의 본사가 나왔다.

핫 러너 시스템을 제조, 판매하는 유도그룹은 높은 수준의 스마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도그룹 직원이 기계를 조작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신영 기자
유도그룹은 모회사 격인 유도와 유도썬스(SUNS), 유도스타(STAR), 유도로보틱스(ROBOTICS), 페트원(PETONE) 등 4개의 주요 관계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팔탄면 율암리 일대 7만9000㎡(약 2만3900평) 부지에 조성된 유도그룹 본사엔 유도와 페트원 생산공장 5개, 사무실 및 연구 건물 2개 등 총 7개 건물이 있었다.

유도그룹 본사는 제조업 공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녹지 공간이 많고 조경(造景)이 잘 돼 있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사무실 건물은 외관이 성당과 비슷해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건물 입구와 길가 곳곳은 예술 작품들로 장식돼 있었다.

유도가 제조, 판매하는 핫 러너 시스템은 사출 금형의 핵심 소재다. 사출 금형은 재료를 액체처럼 녹여서 형 틀에 부은 뒤 이를 다시 굳혀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의 케이스, 막걸리병과 같은 생활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유도는 재료를 분출하는 노즐(Nozzle), 재료에 열을 가하는 히터(Heater), 몰드 베이스(Mould base, 금형을 지탱해주는 틀) 등을 만든다. 유도가 만드는 제품은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같은 전자업체나 생활용품 제조업체, 현대기아차, 닛산, 폭스바겐, 토요타 등 자동차업체들이 사용한다.

몰드 베이스를 만드는 제1공장(Cyber Factory)에 들어서니 쇠를 깎는 하얀색 기계 수십 대가 열(列)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공장 면적은 약 4200㎡(약 1290평)에 달했지만 현장 근무 직원은 7명뿐이었다. 현장 근무 직원은 제품을 지그(Jig, 절삭 공구를 정해진 위치로 이끄는 장치) 위에 올려 가공한 뒤 다음 단계로 넘기는 일만 한다.

각 제품엔 바코드를 붙여 생산 일정과 협력사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태교 유도 원천기술연구소 부장은 “제품 주문이 넘치면 일부 제품은 협력사에 재하청을 주는데 협력사가 어떤 제품을 어디까지 만들었는지 전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어떤 제품을 언제 투입해야 납기를 맞출 수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즐을 만드는 제2공장(Eagle Hall)의 한쪽 벽에는 기계 설비의 작동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모니터는 설비종합효율(OEE, Overall Equipment Effectiveness), 투입 인원, 잔업 시간 등을 수치와 그래프로 보여줘 기계가 정상 작동 중인지, 밤 사이 오류는 없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기계에 오류가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바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전달된다.

유도는 모든 자재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극소형 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 를 부착하고 자재 창고 입구에 RFID 리더기를 달아 창고에 어떤 자재가 얼마나 있는지 관리하고 있다. 자재 입출고는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직원이 한 자리에서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필요한 자재를 찾아주고 다시 집어넣는 일을 반복했다.

정부는 작년부터 스마트(Smart) 공장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도는 2000년부터 자동화 시설을 도입해 지금은 제품 제조 공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다. 스마트 공장은 스마트 수준에 따라 크게 ‘기초(이력, 추적 관리)’, ‘중간1(광범위한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점검)’, ‘중간2(IT,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실시간 자율 제어)’, ‘고도화(사물인터넷, CPS 기반 맞춤형 유연 생산)’ 등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되는데 유도는 중간1과 중간2 단계의 사이에 있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스마트 공장을 1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불량률이 30% 가까이 줄었다. /이신영 기자
국내 제조 공장 중 스마트 공장은 2% 불과

최근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공장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생산성과 품질,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 설계, 생산 공정, 유통 공급망 관리 등 제조 과정에 정보 통신 기술을 접목한 공장을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 공장을 확산시켜 제조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 산출물 1단위 생산에 드는 노동비용)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30.2%, 14.4% 감소했지만, 한국은 오히려 1.8% 증가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국내 제조업의 영업 이익률은 1990년대 평균 6.8%에서 2010~2013년에 평균 5.7%로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제조 공장은 6만여 개다. 이 중 스마트 공장이 몇 개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곳은 작년 말 기준 1240개로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1240개 중 82.3%는 수준이 가장 낮은 ‘기초’ 단계이고 14.6%는 ‘중간1’ 단계, 3.1%는 ‘중간2’ 단계다. 고도화로 분류되는 스마트 공장은 없다.

스마트 공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계 금속이 35.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자동차부품(21.5%), 화학 섬유 의약(19.3%), 전기 전자 통신(16.1%) 등 순이었다. 매출액은 50억원 미만(39.6%), 종업원 수는 20인 이상~ 49인 이하(40.6%)인 기업이 가장 많았다.

산업부는 2020년까지 정부 예산과 대기업이 출연한 동반성장기금 등을 사용해 중소, 중견기업의 스마트 공장을 1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는 예산 352억원, 민간 자금 223억원 등 총 575억원을 투입해 약 800개 기업의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한다. 스마트 공장 구축을 위해 기계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려는 중소, 중견기업은 5000만원 한도에서 비용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모든 지원 비용을 예산으로 충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퍼지기를 기대한다”며 “실제로 스마트 공장으로 바꾼 후 생산성이 좋아졌다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 전환 후 불량률 27.6% 감소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전기에너지 분야를 연구 개발하는 경성하이테크는 지난해 스마트 공장 사업에 참여해 자재 추적, 납기 관리, 생산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생산관리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을 갖췄다. 이 시스템 덕분에 불량률은 기존보다 215% 줄이고 , 원재료 및 완제품의 재고는 29% 절감할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용 주물소재를 생산하는 대광주철도 6개월에 걸쳐 약 1억5000만원(자체 부담 35%)을 투자해 MES 시스템을 갖춘 뒤 불량률을 79% 줄였고 생산 품목도 확대했다.

단열 코팅유리를 생산하는 지앤윈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기술지원 및 컨설팅을 받고 4개월 동안 약 8500만원(자체 부담 48%)을 투자해 공정을 개선하고 양산(量産)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해외 바이어가 요구하는 수율(收率, 실제로 얻어진 분량과 이론상으로 기대했던 분량의 비율)을 맞추게 돼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 건설업체들과 약 200억원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정부와 대기업이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한 1240개 기업은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한 뒤 불량률은 평균 27.6% 줄었고 원가는 평균 29.2% 떨어졌으며, 시제품 제작 기간은 평균 7.1% 단축됐다.

“스마트 공장 국제표준화 주도해야”

전문가들은 스마트 공장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마트 공장을 표준화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표준화기구는 올해 10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호 호환이 가능한 스마트 공장 표준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국가기술표준원 주도로 스마트 공장 표준기술연구회를 구성해 표준화 로드맵 작성 작업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해외 수출이 더 쉬워질 수 있다. 이상동 한국표준협회 표준정책연구센터장은 “독일 등 선도 국가가 표준을 선점하면 무역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어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선두 그룹의 스마트 공장 성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제표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 체계를 구축하면 수주가 늘고 매출 규모가 커켜 전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생산 라인의 단순 노동 일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차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유도그룹도 최근 5년간 회사 매출이 늘면서 전체 직원 수는 늘었지만 생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스마트 공장의 수준이 100%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어서 일자리 감소가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중소, 중견기업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해 단순 노무 인력을 시스템 활용 인력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CPS(Cyber Physical System)
사이버 물리 시스템은 상품 제조 등이 일어나는 물리적인 공간과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을 연결하고 센서 등을 활용해 물리 공간을 관리,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CPS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감각을 전달하고 신체를 제어하는 신경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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