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시너지 효과 아직은…

입력 2016.02.02 03:05

[합병후 첫 성적표 부진]

2조6000억대 잠재부실 털어내
4분기 잠정 영업적자 891억원, 건설·패션 등 주력 사업 부진
올해 배당 성향 3%에 그쳐… '株主 친화 경영' 약속 못지켜
신성장 동력 바이오에 희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작년 9월 1일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이 삐걱거리고 있다. 출범 5개월을 맞았지만 경영 성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합병 이후 첫 성적표였던 작년 4분기 실적은 적자였다. 건설·패션 등 기존 주력 사업이 부진한 데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이번에 2조6000억원대 잠재 부실을 털어내 실적 호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시각과,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건설과 상사 부문의 실적 개선 전망이 요원해 부진 탈출이 난망하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株主 친화' 약속 못 지켜

통합 삼성물산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은 영업적자 891억원, 당기순손실 1617억원이었다. 합병 이전 실적을 포함한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적자(1490억원)를 냈다. 삼성물산은 해외 사업장의 잠재 손실(약 2조6000억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적자가 났다고 밝혔다.

2013년 수주한 호주 '로이힐 마이닝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서만 85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호주 서북부 로이힐 광산의 철광석 수출에 필요한 플랜트·철도·항만 등을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삼성물산은 저가(低價) 출혈 수주를 했다. 삼성물산의 수주 성공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의 입찰가로는 수익을 맞출 수 없어 나중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물산 사업 부문별 실적 표
패션 부문도 2014년 500억원대 영업흑자에서 지난해 90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삼성물산은 패션 부문이 합병 이후 상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메르스(MERS) 사태와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삼성물산은 통합 당시 공언했던 '주주 친화 경영'도 지키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500원, 총 838억여원을 책정했다. 합병 당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는 배당성향이 3%에 그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통합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수준의 배당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사업에 희망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을 통해 건설, 종합상사, 패션, 리조트 4개 부문을 하나로 합쳤다. 재계에선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군이 모이는 것이어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별도의 인사(人事) 교류 없이 각 사업 부문이 각개 약진하는 양상이다. 현재 4개 부문 대표가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도 적다. 원자재값 하락, 해외 건설시장 부진 등이 겹치면서 삼성물산의 주력인 건설과 상사 부문이 타격을 입고 있는 탓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설 부문에서 과거의 부실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는 것은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관건은 자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가 90% 지분을 보유한 손자(孫子) 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 복제약(바이오 시밀러) 해외 시장 진출 성공 여부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상당수 기관투자가가 합병에 찬성한 것은 바이오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 봤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바이오 사업의 성과가 삼성물산 합병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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