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가(企業家) 정신' 지수가 1976년 150.9에서 2013년 66.6으로 37년 사이에 절반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가 정신'은 신규 사업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의지를 뜻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한 2009년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 지수는 66.3으로 조사기간 중 가장 낮았고, 이를 기점으로 하락폭도 커졌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사용한 지표는 경제활동 참가율, 수출 증감률,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10인 이상 기준), 대규모 사업체 비중(종업원 300인 이상), GDP 대비 설비·연구개발 투자비율, 법안 가결률, 공무원 경쟁률(9급 기준) 등 7개다.
한경연은 "기업가 정신이 급락한 데는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 같은 민간 부문 지수보다 공무원 경쟁률, 법안 가결률 등 공공 부문 지수의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에서 법안 가결률은 1981년도를 100점 기준으로 할 때 2013년 17.6으로 떨어졌다.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법안 발의 건수가 증가하는데 가결률이 떨어진 것은 경제활동 규칙을 정하고 변경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국회의 입법 활동이 비생산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업(怠業) 국회가 민간 부문의 생산적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같은 기간 공무원 경쟁률 지표가 3.6배 상승한 것과 관련,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가결률 등 공공 부문 지수를 포함해 기업가 정신을 따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법안 가결률이 높아도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법안이 많이 가결된 것이라면 기업가 정신 지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법안 가결률보다는 젊고 똑똑한 친구들이 적극 창업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기업가 정신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도 "'하면 된다'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창업해서 대기업을 일구는 경우가 요즘 거의 없다"며 "'기(起)업가'로 회사를 일으킨 창업자 비중 등을 정량화해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