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통 한약인 ‘십전대보탕’을 발효해 노화로 감퇴하는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마진열 박사 연구팀은 새로운 뇌신경세포 생성을 약 83% 개선한 효과가 있는 신물질(FSJ)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십전대보탕을 발효해 새로운 물질 FSJ를 만들었다. 십전대보탕은 인삼, 감초, 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 등으로 이뤄진 전통 한약 처방이다.
연구팀은 인지기능 효능 확인을 위한 실험에 쥐를 이용했다.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정상 쥐(정상군)와 학습·기억력 저해물질인 ‘스코폴라민’을 투여한 기억력 손상 쥐(유도군), 기억력이 손상된 쥐에 매일 1회씩 14일 간 FSJ를 먹인 쥐(실험군)로 3그룹으로 나눴다. 3개의 그룹을 대상으로 한 실험 방법으로는 ‘수중미로실험’과 ‘수동회피실험’이 활용됐다.
우선 실험용 쥐가 수조에서 숨겨진 섬을 찾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수중미로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 6일차에 유도군이 52.4초로 정상군의 20.8초에 비해 약 2.5배 늦어진 반면, 실험군은 26.6초 밖에 걸리지 않아 FSJ가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진 수동회피실험에서도 FSJ의 효능이 나타났다. 수동회피실험에서는 습관적으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려는 쥐의 습성을 이용했다. 먼저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전기자극을 받는다는 기억을 심어준 뒤 실험쥐가 밝은 방에서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이 실험은 밝은 방에 오래 머물수록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밝은 방과 어두운 방으로 나뉜 실험 공간에 머무른 총 180초 중에서 정상군은 161.1초, 유도군은 73.8초 동안 밝은 방에 머물렀다. 실험군은 167.7초 동안 머무른 것으로 나타나 FSJ가 손상된 기억력 회복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각 실험 그룹을 대상으로 ‘해마신경재생성(새로운 신경세포의 형성)’도 확인했다. 유도군에서 감소된 해마신경재생성이 FSJ 실험군에서 약 83% 회복됐음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마진열 한의기술응용센터장은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재를 기반으로 개발돼 기술 이전됐다”며 “기존 한약재에 발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효능을 밝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