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인기'에 삼성전자 수익성 흔들

입력 2016.01.08 11:21 | 수정 2016.01.08 18:21

삼성전자의 2015년 4분기 영업이익이 6조 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고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수요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모바일 D램 가격 하락으로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쳐온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추이(2015년 4분기는 잠정실적). /그래픽=김연수
삼성전자(005930)는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조1000억원으로 2014년 4분기보다 15.3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29개 증권사의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컨센서스)인 6조5717억원에는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0.51% 증가한 52조원을 기록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원을 저점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4분기에 상승세가 꺾였다”며 “한때 수익을 견인했던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반도체 부문에서도 D램 수요가 줄어들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저가폰 전성시대’ 삼성전자, 판매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하락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고가의 스마트폰 판매가 주춤하고 중저가폰의 판매가 늘어나는 시장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대수가 3억7000만대로 3분기보다 14% 증가했을 것”이라며 “다만 중저가폰 판매 비중의 증가로 수익성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가운데 중저가폰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4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가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 전망치’를 보면 2016년 240달러로 2015년 247달러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평균 판매단가인 334달러와 비교하면 28% 떨어진 수치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4분기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을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조4000억원에 비해 12.5% 감소한 실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저가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량은 늘지만, 수익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분기대비 18%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고,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률도 9%로 2014년 3분기 14.7%보다 5.7% 포인트 줄었다”고 말했다.

◆ D램 가격 추락…실적 떠받쳐온 반도체 부문도 ‘위축’ 가전은 ‘선전’

삼성전자의 고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대용량의 D램과 고화질의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며 “따라서 고가 제품의 판매가 줄면 자연스럽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실적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 475억달러에서 올해 386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D램 가격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지난해 말 1.87달러(4GB DDR3 평균가격 기준)로, 지난해 1월 대비 49% 하락했다.

D램 수요 부진·가격 하락이 겹쳐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015년 3분기에 비해 6000억원 감소한 3조1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산업 정체에 의한 수요 부족과 D램·낸드플래시 판가 하락이 겹치는 바람에 2016년 1분기까지는 메모리 분야 매출이 하락할 것”이라며 “18나노 D램 양산이나 바이오 프로세서 양산은 내년 하반기에나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A9’ 프로세서. /조선비즈 DB
시스템 LSI 부문에서는 애플 ‘아이폰6s’에 탑재되는 A9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수주해 실적 개선이 기대됐지만, 정작 아이폰6s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적 개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A9 효과가 작았던 것도 문제지만, 애플 아이폰7에 들어가는 A10칩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A9 효과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에는 시스템 LSI 부문의 실적도 하락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LCD 패널의 판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영업이익도 크게 축소됐다. 이세철 NH 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을 2015년 3분기 대비 5000억원 줄어든 43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가전(CE) 부문 영업이익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에 힘입어 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색가전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고, TV 판매량도 전 분기 대비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가격을 아낄 수 있어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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