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韓 서비스 시작한 '한달 공짜' 넷플릭스 써보니…"아직은 볼게 없다"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6.01.07 11:13 | 수정 2016.01.07 11:54

    ‘띠링~ 띠링~’

    7일 새벽 3시 31분. 스마트폰의 메일 도착 알림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무슨 메일이기에 이 시간에 보내는 걸까? 짜증 섞인 마음에 메일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 9일 한국 진출을 선언했던 넷플릭스(Netflix)가 한국 서비스를 드디어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읽는 순간 고민이 됐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 사용기를 제일 먼저 써보는 거야!”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세계 190여개 국가에서 7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가입자들이 하루동안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시간은 1억 2500만 시간 이상이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기라면 어디서든지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다. 월정액 멤버십에 가입하면 동영상을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어 회차가 많은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본다는 ‘폭식시청(Binge viewing)’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 초기 메뉴화면 /박성우 기자
    ◆ 넷플릭스, 5분이면 가입·결제 ‘끝’…한달 간 무료 서비스 제공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 넷플릭스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태였다. 일단 아이폰 앱스토어에 가서 한글로 ‘넷플릭스’를 찾았지만 앱이 검색되지 않았다. 영어로 ‘Netflix’라고 검색하자 앱이 나타났다. 하지만 설치를 누르자 “이 항목은 더 이상 구입할 수 없습니다”는 메시지가 떴다. 모바일에서는 앱을 설치해야만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대안으로 노트북을 통해 접속해 보기로 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예전과는 다른 화면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곧 대한민국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떴는데, “언제 어디서나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마음껏 즐기세요”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넷플릭스 가입전 초기화면 /박성우 기자
    반가운 소식은 넷플릭스가 한국 사용자를 위해 한달 간 무료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이용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자 멤버십 등급을 선택하는 화면이 등장했다. 멤버십 등급은 베이식(7.99달러), 스탠다드(9.99달러), 프리미엄(11.99달러) 등 세가지다.

    등급에 따라 가격과 서비스의 차이가 난다. 베이식은 HD화질과 초고화질(UHD)을 지원하지 않는다. 또 여러 기기에서 동시접속은 허용되지 않는다. 스탠다드는 HD화질을 지원하지만 UHD화질로는 볼 수 없다. 동시접속은 2곳에서 할 수 있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은 HD, UHD 화질로 시청할 수 있고 동시접속수도 최대 4개다.

    예를 들어 아빠는 스마트폰, 엄마는 스마트TV, 아들은 플레이스테이션4, 딸은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시청한다면 프리미엄 등급이 적합하다. 초고화질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취향에 따라 스탠다드나 베이식 등급도 좋다.

    멤버십을 선택했으면 다음은 결제다. 넷플릭스의 결제시스템은 공인인증서나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없다. 그냥 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다. 결제까지 10초가 채 안 걸렸다. 한국의 액티스X 방식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또한번 느꼈다. 주의사항은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딱 한 달만 맛보기로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는 자동결제 전 서비스 해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 멤버십 요금제 화면 /박성우 기자
    그 다음은 프로필을 입력하는 화면이 나왔다. 프로필은 윈도우의 사용자 계정과 비슷하다.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사람이 자신만의 환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프로필은 언어를 한국어로 하고 모든 연령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설정하고 B라는 프로필은 언어를 영어로 바꾸고 청소년, 어린이, 유아용을 선택하는 식으로 각자의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어떤 단말기에서 동영상을 시청할지 결정하면 된다.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플레이스테이션4, 애플TV 등 다양한 기기 중 중복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절차는 설문조사의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영화 포스터 여러 장이 나오면서 좋아하는 영화 3편을 고르라고 한다. 선택된 영화의 데이터는 넷플릭스가 사용자에게 영화를 추천할 때 활용된다.

    ◆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韓콘텐츠…최신 영화가 2014년 개봉한 ‘역린’

    넷플릭스를 시청하기 위한 준비는 다 끝났다. 넷플릭스 오른쪽 상단의 검색창에 ‘마르코폴로’를 쳐봤다. 미드(미국드라마) 마르코폴로에 대한 시청자 별점과 시청가능 나이, 작품설명, 주연배우, 장르, 프로그램 특징 등이 표시됐다. ‘+내 동영상목록’ 버튼을 눌러 좋아하는 영상을 담아 둘 수도 있다. 화면 하단에 ‘비슷한 동영상’을 누르면 마르코폴로를 보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이 추천된다.

    넷플릭스의 인기 콘텐츠 ‘마르코폴로’ /박성우 기자
    대체로 넷플릭스 홈페이지는 마치 스마트TV를 사용하는 것처럼 메뉴조정 등 반응 속도가 빨랐다. 기자 집의 인터넷환경이 500Mbps(초당 500메가비트) 속도를 제공하는 기가 인터넷이기 때문에 빠를 수도 있다. 인터넷 환경과 사람에 따라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

    마르코폴로를 재생해봤다. 드라마를 보다가 익스플로러를 끈 뒤 다시 접속할 경우 과거에 봤던 장면 이후부터 이어보기를 할 수 있었다. 멤버십을 베이식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HD급 이하의 화질로 동영상을 볼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좋은 화질에 놀랐다. 자막은 좀 아쉬웠다. 일반 동영상 플레이어의 경우 자막의 폰트를 바꿀 수 있지만, 넷플릭스의 한국어 자막은 고딕체 같이 각이 지고 두께가 얇아 읽기가 다소 불편했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 사각형이 3개 겹쳐진 아이콘을 누르면 마르코폴로 회차 목록이 나온다. 다른 회차를 보고 싶으면 클릭하면 된다. 회차 옆에는 마치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량 표시처럼 각 회차 영상을 얼마나 봤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이미지로 표시 해준다.

    음성은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등을 지원했다. 자막도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로 바꿀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영상을 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깔끔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빠른 반응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드라마를 보는데 광고가 없어 좋았다.

    넷플릭스 한국영화 및 TV프로그램 카테고리의 모습 /박성우 기자
    넷플릭스의 최대 경쟁력은 콘텐츠라고 들었지만 콘텐츠 부분에서 오히려 실망감이 컸다. 물론 마르코폴로나 하우스오브카드 등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는 볼만했다. 하지만 수준 높은 국내 시청자들이 일부 콘텐츠만을 보기 위해 돈을 지급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하우스오브카드는 올레TV에서 무료로 방송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 및 TV프로그램 카테고리에서 최신작 영화와 드라마는 2014년 개봉한 역린과 지난해 11월 방영된 2부작 드라마였다. 메뉴 첫 화면에 추천 동영상으로 등장하는 콘텐츠들은 오랜된 콘텐츠인 꽃보다남자, 아테나 전쟁의여신, 아이리스 등이었다. 2013년 방영된 드라마가 추천드라마에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1시간 동안 넷플릭스를 써보면서 다양한 디바이스로 쉽게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한국 시청자에게 맞는 킬러 콘텐츠는 아직 없었다. TV에서 방영되고 몇 시간이면 주문형비디오(VOD)가 등장하는 게 한국의 인터넷TV(IPTV), 케이블TV다. 더구나 최근에는 휴대폰과 IPTV 결합상품을 선택하면 한달에 5000원이면 IPTV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예상보다 별볼일 없는 콘텐츠에 컴퓨터 전원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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