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구글·아마존 집결…'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는 폴란드

입력 2015.12.16 12:12 | 수정 2015.12.16 16:26

수도 바르샤바에만 글로벌 기업 R&D센터 150개
“유럽의 정중앙 입지·값싼 인건비…폴란드 기회의 땅 될 것”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가에 건설 중인 고층건물 ‘바르샤바 스파이어’ 모습(빨간 동그라미). 이 건물이 완공되면 사진 중앙에 있는 문화과학궁전에 이어 바르샤바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된다. /바르샤바=장우정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가에 있는 바르샤바역에서 차로 5분을 가자 공사가 한창인 고층건물 ‘바르샤바 스파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220m 높이로 짓고 있는 이 건물이 내년 완공되면 문화과학궁전(237m)에 이어 바르샤바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된다. 삼성전자는 바르샤바 일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업무를 이곳으로 집결하기 위해 2640㎡(약 800평)에 달하는 이 건물 한 층을 통으로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차로 10분을 달리니 지난달 중순 문을 연 ‘구글 캠퍼스’가 나왔다. 구글 캠퍼스는 스타트업(신생기업)의 사무공간과 각종 교육·네트워킹 기회를 지원하는 곳이다.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서울, 스페인 마드리드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바르샤바에 자리를 잡았다. 중유럽과 동유럽 지역을 통틀어 구글 캠퍼스가 들어선 것은 이 곳이 처음이다. 바르샤바에는 구글의 R&D센터도 있다. 구글은 스위스 취리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던 연구인력 120명을 이곳에 배치했다.

최근 2~3년 사이 글로벌 IT 기업들의 폴란드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폴란드가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바르샤바에만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오라클, 에릭슨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크고 작은 R&D센터 150여개가 몰려있다.

아마존은 폴란드 북쪽에 있는 그단스크에서 기술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곳에서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우리 돈으로 520억원을 투자해 브로츠와프·포즈난 지역에 물류센터 3곳을 새로 열기도 했다. 관련 현지 인력만 9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내년 말까지 바르샤바에 이어 폴란드 2위 도시인 크라코우에 중유럽 허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잠부 팔라니아판 우버 매니저는 “폴란드는 우버의 글로벌 사업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폴란드로 집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유럽 지도를 펼치면 한복판에 폴란드가 있다. 동쪽 러시아, 서쪽 독일·프랑스·영국, 남쪽 헝가리·그리스, 북쪽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이 모두 2000㎞ 안팎에 있다.

유럽의 정중앙에 위치한 폴란드. /그래픽=김연수 디자이너
폴란드는 지난 5년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각종 철도·도로망을 정비하는 등 각종 인프라 투자에 돈을 쏟아부었다. 2020년까지 유럽연합(EU) 기금 829억유로(약 108조원)도 추가로 투입된다. 그만큼 이웃한 유럽국가와의 접근성이 편리해진다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인프라뿐 아니라 R&D 육성을 위해서도 지금까지 97억유로(약 12조5000억원)를 투입했다. 2020년까지 76억유로(약 10조원)의 추가 예산을 배정했다.

KT는 내년 3월부터 폴란드 주요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망 서비스를 시작한다. KT는 폴란드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유럽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오세광 KT 폴란드법인장은 “KT가 국내에서 하고 있는 클라우드서비스나 교통관제서비스, 전자정부서비스 등을 폴란드 뿐 아니라 독일이나 체코, 루마니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수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도 폴란드의 강점이다. 지난해 기준 폴란드의 평균 임금은 678유로(약 88만원)로 EU 국가 평균 임금(1489유로)의 절반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체코(701유로)나 에스토니아(841유로)보다도 싸다.

폴란드는 서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를 기록했다. 영국(2.8%)이나 독일(1.6%), 프랑스(1.4%) 등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을 웃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폴란드 경제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김연수 디자이너
스와보미르 마이만 폴란드 투자청장은 “최근 외국기업 동향을 보면, 폴란드에 특정 산업 관련 공장을 짓는 수준이 아니라 R&D센터를 설립하거나 신사업 진입을 검토하는 등 새로운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폴란드는 기업환경 면에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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