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1시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홍모(31)씨는 기저귀가 떨어지자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 홈페이지에서 기저귀를 주문했다. 홍씨의 주문 정보는 일산 근교에 있는 쿠팡 대형 물류센터 대신 일산 내 배송 거점지인 일명 '캠프'로 전송됐다. 캠프에는 지역 고객의 주문을 예측해 수량별 상자 포장이 끝난 기저귀가 준비돼 있었다. 캠프에서 출발한 배송 직원 '쿠팡맨'이 홍씨의 현관을 노크한 시각은 오후 2시 30분. 홍씨가 구매 버튼을 클릭한 지 1시간 반 만이었다.
올 상반기부터 쿠팡은 일산 지역에 한해 주문 후 2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로켓 배송'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쿠팡은 로켓 배송 실시 후 1년 만에 연매출액이 1464억원에서 3485억원으로 배 이상 뛰며 업계 1위를 굳혔다. 티몬·위메프 등 경쟁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액은 각각 쿠팡의 45%, 35%(작년 기준) 수준으로 뒤처졌다. 허준 쿠팡 홍보팀장은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주문 후 2시간 내 배달'을 장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축구장 74개 크기 물류센터
쿠팡이 만 하루 내에 배송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자체 물류센터에 미리 물품을 사놓는 '직매입' 방식에 있다. 업계의 기존 관행은 별도의 택배업체가 상품 판매자 창고에 가서 물건을 받아 택배업체의 물류센터·거점지를 거쳐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식이었다.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에서 캠프를 거쳐 고객에게 바로 향한다. 기저귀·분유·생수 등 빠른 배송이 중요한 일부 생필품은 캠프에 포장 완료된 물품을 미리 쌓아둬 소요 시간을 더 단축한다. 허 팀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량별로 주문을 예측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주문 정보는 보통 경기·대구 등 전국 14곳에 퍼져 있는 대형 물류센터로 전송되고, 이곳에서 매일 자정쯤까지 주문받은 물품들을 직원들이 새벽 내내 포장한다. 물류센터 크기는 평균 축구장 5.3개(약 3만 9190㎡)만 하다. 이곳에서 몇 시간 만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 주문이 많은 물건은 포장 작업장 가까이 이동시킨다. 업계 2위 티몬의 물류센터 총면적은 3만6400㎡로 쿠팡의 15분의 1 수준이다.
연봉 4000여만원 정규직 '쿠팡맨'이 배송
물류센터에서 배송 상자를 각각 1400여개씩 담고 출발한 대형트럭은 전국 수십군데에 퍼져 있는 캠프로 흩어진다. 캠프 소속 직원들은 대형트럭에서 상자를 꺼내 쿠팡맨이 탈 1t짜리 트럭에 100~120개씩 분배해 싣는다.
여기에는 약속된 기호체계가 있다. 예를 들어 물품 상자의 송장(送狀)에 알파벳 'A'가 인쇄돼 있으면 배송지 위치를 고려할 때 이 상자를 먼저 배송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A상자'들은 트럭 화물칸 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싣는다. 그다음 B, C, D 의 알파벳 순(順)으로 각각 맞춰 싣는다.
쿠팡맨은 연봉 4000여만원 정규직이다. 고객 평가가 좋으면 인센티브를 한 달에 수십만원씩 받는다. 인천 계양구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 최학용(32)씨는 "지입 계약을 해서 자기 차량으로 돈을 버는 일반 택배원과 다르게 쿠팡맨은 회사에서 차량을 주고 정비까지 책임져줘 오직 배송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고용이 안정돼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쟁 업체들은 쿠팡의 시도에 대해 "초기 투자 비용이 커 작년에만 1200억원 적자가 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물류센터를 21곳,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늘려서 시장 입지를 확실히 다질 것"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