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판(版) '응답하라 1978'이라고 할 만한 앨범이 복원됐다. 1978년 6월 서울 대한극장에서 5일간 열렸던 김추자의 라이브 공연 실황 앨범이 '78 김추자 리싸이틀'이란 이름으로 최근 발매됐다. 이 공연은 1975년 '대마초 가수' 파동에 연루돼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던 김추자가 3년 만에 연 재기(再起) 콘서트였다.
"노래 못 하는 동안 정말 미칠 뻔했다"고 말했던 김추자는 무대의상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한참 동안 춤과 노래에 몰입할 정도로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줬다. 당대 최고의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을 비롯, 조용필·최헌 등 스타가 게스트로 나왔고, 명 DJ인 고(故) 이종환씨가 사회를 봤다. 5일간 3만여명이 몰렸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빛나는 한 장면이었다.
이 공연 실황은 2년 뒤 앨범으로 나왔지만, 곧 시중에서 사라졌고 이후 음원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최근 음반사 비트볼뮤직이 당시 공연 기획자 등을 통해 음원을 발굴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무인도' '늦기 전에' '슬픈 노래는 싫어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공연에서 불렀던 히트곡 대부분이 수록됐다. 미국에서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치면서 김추자 특유의 비음(鼻音) 섞인 하늘하늘한 목소리의 느낌을 온전하게 되살렸다. 앨범의 백미는 '그 언제였나'와 '모를 일이야'. 게스트로 나온 신중현과 엽전들의 연주에 맞춰 김추자가 노래를 부른 것으로, 원래 실황 음반에는 빠졌던 곡이다. 당시 녹음 기술의 한계 때문에 복원된 음원에서도 김추자의 보컬이 연주에 묻혀버린 점은 안타깝지만, 신중현의 몽환적인 연주와 간간이 들리는 김추자의 목소리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느낄 수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씨는 "김추자와 신중현의 미공개 음원을 복원한 것만으로도 음악사적 가치가 충분한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 공연을 한 후 3년 뒤 결혼과 함께 사라졌던 김추자는 34년 만인 작년 새 앨범을 냈지만 두 차례 공연에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때 느꼈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음반이다. LP도 한정판으로 700장 발매된다. 구입 문의 (02)323-8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