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 잡지 ‘월간 윤종신’ 구독자 33만명을 포함해, 소셜미디어 구독자 180만명을 확보한 가수 윤종신

“매달 곡을 발표하고 잡지를 발행하는 건 인생에 걸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음악 활동을 하니 점점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더군요. 최근 ‘월간 윤종신’을 알게 된 새로운 독자들도 첫 회부터 찾아 음악을 듣더라고요. 디지털 시대에는 온라인상에서 아카이빙(자료 보존)이 가능한 덕분입니다.”(가수 윤종신)

“이제는 콘텐츠의 생명 주기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출시하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이제는 댓글이 달리고 온라인에서 공유가 됩니다. 광고라도 재미 있으면 사용자들의 추천을 받고 널리 공유되죠. 저희는 편집자가 화두를 던지면 댓글을 달아 논의를 발전시키는, 집단지성을 확인하는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

디지털 시대, 콘텐츠의 생존 전략은 뭘까. 관련업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공담을 쏟아냈다. 지난 17~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콘텐츠콘퍼런스(DICON) 2015’.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콘텐츠, 연결과 확장’이었다.

글, 그림,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와 전문가들이 트렌드를 진단하고 전략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성공적인 미래 콘텐츠의 요건은 세 가지다. 브랜드를 구축하라.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라.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하라.

①‘꾸준한 창작’이 취향 맞는 소비자를 부른다

‘월간 윤종신’이라는 모바일 잡지를 발행하는 가수 윤종신은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그 결과물이 쌓이고 창작자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러면 대형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개성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10년 12집 앨범을 준비하던 그는 ‘2~3년에 한 번, 열 곡짜리 음반을 출시하는’ 음악계의 관행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한 달에 한 곡씩 발표하고 소셜미디어로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대형 포털과 음원 판매업체가 장악한 음악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앨범을 내기 2~3개월 전부터 거금을 들여 사전 영상을 만들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홍보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투자를 해도, 앨범을 출시하고 1시간 안에 음원 인기 순위에 오르지 못하면 끝이예요. 몇 달 지나면 대중의 관심도 사그라들죠. 그래서 한 달에 한 곡을 발표하되, 뮤직비디오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작하고 제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노래를 홍보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3년 전에는 모바일기기에 내려받아 구독하는 앱 형태의 잡지인 ‘월간 윤종신’을 창간했다. 사진 속 인물들이 움직이고, 페이지를 넘기면 노래가 나온다. IT 기기의 이점을 살렸다. 지난 5년 동안 윤종신은 트위터 팔로워 86만명,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48만번, 인스타그램 팔로워 7만명, 유튜브 구독자 5만명, 매거진앱 ‘월간 윤종신’ 구독자 33만명을 얻었다. 단순 합산으로 18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매달 곡을 발표하고 잡지를 발행하는 건 인생에 걸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음악 활동을 하니 점점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더군요. 최근 ‘월간 윤종신’을 알게 된 새로운 독자들도 첫 회부터 찾아 음악을 듣더라고요. 디지털 시대에는 온라인상에서 아카이빙(자료 보존)이 가능한 덕분입니다.

‘월간 윤종신’에는 곡 홍보성 글이 아니라 최근에 한 생각이나 곡에 대한 설명, 잡지를 만들면서 겪은 일화들을 담습니다.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제 성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구독하게 되죠. 단순한 팬의 관심은 언젠가 사그라들고, 그래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팬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자기 취향을 희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하지만 생각이나 취향, 성향이 맞아 (창작자에게) 관심을 가지면 오래갑니다.”

윤종신은 “꾸준히 곡을 내다보니 2년 전 발표한 노래에서 음원 수익이 생기거나 예전에 낸 곡이 리메이크되고, 뮤직비디오의 누적 시청 건수가 늘어났다”며 “그동안 쌓은 콘텐츠가 기반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②창작자의 ‘향(香)’이 나는 콘텐츠가 성공한다

복고 열풍을 불러온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오락 프로그램 '삼시세끼' '꽃할배'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킨 이명한 CJ E&M tvN본부장(사진)은 "콘텐츠 제작자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자의 이름만으로 대중이 '믿고 보는' 콘텐츠가 성공할 것이란 얘기다.

“인기를 얻은 방송 콘텐츠들을 보면, 한 방송국에 귀속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브랜드’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방송 제작자들의 경우에는 시청률이라는 정량적인 지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프로그램의 인지도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 등이 성공한 콘텐츠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겁니다.”

콘텐츠 제작자가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대중과 정서적으로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본부장은 주장했다. 제작자의 감성이나 정서, 가치관이 대중과 맞닿는 지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콘텐츠 제작자의 향(香), 정서, 감성, 가치관이 묻어있는 콘텐츠는 브랜드화하기 더 쉽습니다. 아이폰 애호가들은 애플 제품에 깃든 개발자 스티브 잡스의 정서에 열광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예요. ‘무한도전’에선 김태호 PD, ‘삼시세끼’에선 나영석 PD의 향이 느껴집니다.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기획회의대로라면 회의를 통과할 수 없는 소재예요. 그런데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어디 시골 같은 데 가서 가마솥 걸어놓고 밥이나 지어 먹고 싶다”고 생각한 나영석 PD의 정서가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된 거죠.”

③제작비 감안한 최적 규모로 개성 유지

독립음반제작사인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사진)는 "작은 수익(성공)을 전제로 위험을 줄이는(low return, low risk)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자의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비를 충당할 만큼 벌고, 그 수익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본과 대중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음악가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인디(독립) 음악’은 상업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인디 음악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밴드’ ‘장미여관’ 등도 출신은 인디음악계다. 유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의 인기까지 얻은, 극히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고 대표는 “음악가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맞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며 “대형 음반사나 방송사에게 휘둘리지 않고 음악적인 개성을 유지하려면 제작 비용을 최소화하고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붕가붕가레코드에 소속된 음악가들은 자취방을 스튜디오 삼아 음악을 녹음하고, 노래를 어쿠스틱 악기에 맞게 편곡하는가 하면 직접 악기까지 연주한다. 공장에 맡길 만큼 대량으로 음반을 제작하지 않고 주문을 받으면 CD를 한 장씩 컴퓨터로 ‘굽는다.’ 한번에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고, 재고가 쌓일 위험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수공업 제작 음반이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지인들과 공유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오프라인 광고는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광고는 5만, 10만원으로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공유돼도 현실에서 (음반을 구입하는) 행동으로 옮겨지기 쉽지 않습니다.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게 새로운 대세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죠. 그래서 음악가가 대중과 직접 만나는 공연을 하고, 디지털이 아닌 피지컬(물리적)로 보완하는 겁니다.”

④디지털 도구 가리지 말고 다 실험하라

나자렛 데일리모션 아시아 콘텐츠 총괄이사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문사나 방송국 같은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앙투앙 나자렛(Nazaret) 데일리모션 아시아 콘텐츠 총괄 이사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뉴스가 소비되는 방식과 학습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 범죄와 관련, 데일리모션에서 가장 많은 시청 건수를 기록한 동영상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었다”며 “대중은 분량이 짧고 가벼운 오락용 동영상뿐 아니라, 방송 시간이 더 길고 복잡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까지 온라인으로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모션은 유튜브에 이어 세계 2위인 동영상 공유 서비스업체다. 유튜브와 같은 해(2005년), 프랑스에서 설립됐다.

나자렛 이사는 정보통신(IT)기술의 발달이 언론사와 교육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2005년부터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제약 때문에 분량이 긴 대용량 동영상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길이가 짧고 오락성이 높은 동영상이 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분, 20분짜리 동영상이나 고해상 방송 영상도 충분히 공유할 수 있죠. 뉴스나 다큐멘터리, 교육용 콘텐츠까지 무리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도 온라인의 강점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방송은 시간의 제약을 받죠.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하고 길이를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내용을 모두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신문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량이 많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어요. 더 많은 콘텐츠를 풍부하게 공유할 공간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이나 글을 공유하는 일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온라인에서 공부를 하는 데도 어색함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동영상 서비스로 공유되는 TED(기술, 오락, 디자인 관련 강연회) 강의가 대표적이죠. 인터넷을 이용하면 더 많은 교육용 자료를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30분짜리 동영상이라도 콘텐츠 내용이 좋으면 시청자가 늘어날 겁니다.”

그는 언론사들도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샷, 라인 같은 디지털 도구들을 가리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뉴스가 무료로 공급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내려는 독자층이 있어요. (언론사나 콘텐츠 제작사들은)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선별해 유료로 제공하는 방식을 개발하면 됩니다. 무료 뉴스와 유료 뉴스를 섞는 거죠.”

나자렛 이사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하면 전략을 조금씩 수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⑤댓글도 콘텐츠...좋은 콘텐츠는 생명주기가 없다

피키캐스트의 장윤석 대표(사진)는 '모바일 환경 맞춤형'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강조했다.

“피키캐스트 앱(모바일기기용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 제공 형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카드 형태로 편집해, 옆으로 넘겨보는 방식으로 구성했어요. 적으면 카드 10장, 어떤 내용은 100장, 200장으로 편집합니다.

사용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콘텐츠에 1분 30초에서 2분을 소비합니다. 2분짜리 동영상을 보는 것과 비슷하죠. 카드 배열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영상 제작과 달리, 온라인 지면을 넘겨보는 방식으로 만드는 데에는 많은 자원이 들지도 않습니다. 편집자 한 명이 포토샵을 하고 간단한 동영상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피키캐스트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큐레이팅) 서비스를 운영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기반으로 지난 2014년 3월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150만명이 방문하고, 게시물당 평균 조회수는 24만9000건에 달한다. 댓글도 평균 1200개씩 달린다. 10대와 20대가 주로 이용한다. 그 덕분에 젊은층에게 광고하고 싶은 기업이나 연예기획사들의 협업 제의가 잇따른다.

온라인 공간의 특징인 ‘상호작용’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이제는 콘텐츠의 생명 주기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출시하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이제는 댓글이 달리고 온라인에서 공유가 됩니다. 광고라도 재미 있으면 사용자들의 추천을 받고 널리 공유되죠. 저희는 편집자가 화두를 던지면 댓글을 달아 논의를 발전시키는, 집단지성을 확인하는 실험도 하고 있어요.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1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 같은가’라고 합니다. 저는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라는 게 본질적으로 맞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콘텐츠,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욕망은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테니까요. 모바일기기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 이어 등장한 도구일 뿐입니다.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는 도전정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뭘까,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가 좋아하는 게 뭘까를 고민합니다.”

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맨 왼쪽), 이명한 CJ E&M tvN 본부장,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가수 윤종신

⑥처음부터 세계 시장 겨냥해라

앙투앙 나자렛 데일리모션 아시아 콘텐츠 총괄 이사는 “인터넷 접속률이나 스마트폰 보급률 등을 보면 한국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텐츠 유통 인프라(기반시설)를 잘 갖추고 있지만, 세계화 면에선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번역, 자막 등을 통해 영어권 이용자들도 접근하기 쉽게 콘텐츠를 유통해야 하고, 콘텐츠 제작 인력도 세계화해야 한다”며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콘텐츠업계가 문화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한 CJ E&M tvN본부장은 “인터넷 방송 ‘신서유기’가 본편과 부가 영상을 합쳐 시청 건수 5000만건을 기록해 당초 목표치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한국판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렛츠고 시간 탐험대’라는 방송의 중국판은 8억명이 시청했다”며 “좁은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는 “피키캐스트가 대만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10~20대, 그중에서도 대도시 거주자들의 생활양식이나 특성은 서울의 젊은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