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면세大戰]② "한국 면세점 규제 덫에 걸리나"

조선비즈
  • 박지환 기자
    입력 2015.11.10 07:30

    - 면세산업은 대표적 고위험군 산업… 글로벌 경쟁력이 절실
    -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관광 러쉬와 중국 관광 정책 변화 주목해야

    최근 몇 년간 한류 바람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벌어지는 대기업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천문학적인 상생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마치 특허를 손에 쥐면 앉은 자리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라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면세 시장에 대한 장밋빛 환상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규모는 다르지만 30여 년 전에도 면세 산업의 부흥기는 있었다. 88 서울올림픽 개최, 1989년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 영향으로 시내 면세점은 29개까지 증가했다. 면세 산업의 전망은 밝게 보였다. 황금기는 오래가지는 못했다.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한국 외환위기 발생으로 시장은 쪼그라 들었다. 18개 면세점이 폐점했다. 1999년년엔 11개까지 줄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내 공항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 조선일보DB
    순식간에 국내 면세 시장이 위축됐던 것은 환경 변화에 취약한 면세 산업 특성에 때문이다. 면세점은 매장 임대 중심의 백화점과는 달리 브랜드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로 반품이 불가하고 모든 재고 관리 부담을 면세사업자가 져야 한다. 막대한 자본력이나 운영경험이 없으면 급격한 외부환경 변화를 버텨내기 힘든 구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영업 환경 악화에 손을 털고 사업을 접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라도 위기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 한국 면세 기업들은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오래 지나지 않아 메르스 국면이 해결되면서 매출이 전년 수준을 회복하게 돼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거나 한다면 회생 불가능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커진 점도 업계 전체로 보면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2005년 70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방문객은 10년 동안 8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3년(2012년~2014년) 동안 130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내수 진작’을 명분으로 중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중국 특수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면세 한도를 5000위안(약 91만원)으로 제한하고, 공항 검색을 강화키로 했다.

    하이난에 초대형 면세점을 만들고, 구매 한도를 8000위안(약 150만원)으로 늘려 한국 면세 시장 견제에 나섰다. 일본으로 발 길을 돌리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도 걱정거리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 관광에 나선 중국인들은 334만명으로 2014년 같은 기간 대비 49.1%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대형화된 면세점들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세계 1위 면세기업 듀프리(Dufry)가 대표적인데,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세계 면세점 10위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37%에서 2014년 45%로 8%p 증가했다. “규모의 경제를 키운 대형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유치 능력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대형화를 통한 시장 수성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 기업 중 세계 시장에 이름을 내민 곳은 롯데 면세점과 신라 면세점 두 곳이다.

    롯데 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4조3000억원으로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라면세점은 2조5000억원의 매출로 세계 7위다. 두 회사 모두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경쟁국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 면세점 규제 발의 현황. / 롯데면세점 제공
    하지만 일부 정치권 내 독과점 규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이들 기업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면세점 시장이 독과점 형태로 변질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계에선 ‘독과점 주장’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르는 사람이 많지만, 면세업의 특성이나 역사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황금알’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 면세 산업이 규제 완화, 대형화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역행한다면 ‘황금알’이 아니라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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