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3만9000명 채용"… 쿠팡, 유통·물류 뒤흔들다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5.11.04 03:05

    [30대그룹 年 일자리 증가분 4배]

    1조5000억 투자, 직접 배송 강화
    물류센터 14곳서 21곳으로 늘리고 배송 24시간→2시간으로 앞당겨
    불법논란 '고용창출'로 정면 돌파

    모바일 상거래업체 쿠팡이 향후 2년간 직접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3만9000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그동안 불법 논란에 휩싸였던 배송 사업에 오히려 막대한 투자와 고용을 선언함으로써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쿠팡이 작년 수도권에서 시작한 '로켓배송'이란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택배업체를 거치지 않고 24시간 이내에 자체 직원이 직접 물건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완전히 새로운 유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유통업계는 '주문·판매는 백화점·대형마트·전자상거래 업체, 배송은 택배업체' 식으로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쿠팡은 직접 배송을 시작으로 유통업계의 모든 경계를 파괴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각자 다른 시장에서 경쟁해왔던 업체들은 쿠팡이라는 공통의 경쟁자와 맞서야 하는 것이다.

    직접 배송에 1조5000억원 투자

    김 대표는 "앞으로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3500명 수준인 쿠팡맨(배달 직원) 수를 1만5000명으로 늘려 어디서나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직원에 물류센터·고객센터 직원 채용까지 합하면 2017년까지 3만9000명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다.

    모바일 상거래 업체 쿠팡의 김범석 대표.
    모바일 상거래 업체 쿠팡의 김범석 대표. 김 대표는 3일 직접 배송 사업에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직원 3만9000명을 새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정 객원기자
    '3만9000명 신규 고용'은 30대 그룹 전체의 고용 증가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정보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국내 30대 그룹이 늘린 직원 수는 8261명이었다. 이 중 5479명의 순증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사내 하도급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늘어난 인력이 상당수여서, 30대 그룹 계열사에서 실질적으로 늘어난 일자리는 3000개 안팎에 불과하다.

    쿠팡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것은 현재 '24시간 이내 배달' 원칙을 '2시간 이내 배달'로 획기적으로 앞당기기 위해서다. 서비스 지역도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 현재 인천·대구 등 전국 14곳에 있는 물류센터도 같은 기간 2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필요한 자금 1조5000억원은 그동안 받았던 투자금과 자본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325억원)를 투자받았다. 작년에는 미국 유명 벤처투자 업체인 세콰이어캐피털 등으로부터 4억달러(4530억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직접 배송 통해 시장 확대 노려

    하지만 쿠팡의 직접 배송 서비스는 현재 불법 논란에 휩싸여 있다. 현행 운수사업법상 운송용으로 허가받은 차량만 배송할 수 있지만, 쿠팡은 일반 차량으로 배송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화물차 면허를 제한해 화물차 증차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화물 노조 등의 반발과 경쟁 과열을 우려해서다. 쿠팡은 허가 받기가 어렵고 자체서비스를 위해 일반 차량 직접 배송이라는 강공으로 나온 것이다.

    CJ대한통운·한진택배 등 주요 택배업체들은 지난달 13일 한국통합물류협회 명의로 "쿠팡의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직접 사들인 물건을 배달하고, 별도의 배송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택배업이 아니며 불법도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쿠팡이 직접 배송사업을 키우려는 이유는 쇼핑의 처음(선택·주문)부터 끝(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유통 수익을 모두 차지하고, 고객 정보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시험 서비스 중인 '2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해지면 취급하는 상품도 대폭 확장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선·채소 등 신선식품이다. 현재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은 배달 과정에서 변질·부패를 우려해 신선식품을 다루지 않는 곳이 많다. 하지만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배달받을 수 있다면 밖에 나갈 필요 없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의 기반도 뒤흔들 수 있는 파격적인 시도인 것이다.

    영역 파괴는 대세… 기술력 갖춘 벤처가 주도

    해외에서도 신생 기업에 의한 산업 간 경계 파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은 2017년부터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물건 배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일부 우량 고객에 대해 직접 무료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드론 배송도 시험 중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도 검색, 상거래 등 다양한 영역을 노크하고 있다. 자신들의 서비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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