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살길을 묻거든… GE를 보게 하라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5.10.16 03:09

    이멜트 회장 주도로 '글로벌 문어발'서 SW기업으로… 320억달러 금융부문, 웰스파고에 매각

    발빠른 사업 재편 힘입어 1500억달러 매출 꾸준히 유지
    제프리 이멜트 회장 "세계 10大 SW 기업으로"

    제프리 이멜트 회장 사진
    제프리 이멜트 회장

    미국을 대표하는 복합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이하 GE)이 무한 변신(變身)에 나서고 있다. 한때 금융·보험사에 영화사, 지상파방송국까지 거느려 '글로벌 문어발'로 불렸던 모습을 버리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채권보험 부문의 매각을 신호탄으로 최근 그룹 총매출의 28%를 차지하는 금융 부문 정리에 착수했다.

    '금융' 버리고 '세계 10대 SW 회사'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5일 "GE가 자산 가치 기준 320억달러(약37조원) 규모의 GE 캐피털 등 금융 부문을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은행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금융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한 이래 단일 자산 매각으로는 최대 규모다. 현재 GE 캐피털은 약 50억달러(약 5조7475억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금융 부문만 남겨두고 있는데, 이것도 올 연말까지 모두 정리할 방침이다. GE가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은 두 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비대한 금융 사업이 유동성(현금 흐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데다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로 부담이 커진 것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젝 웰치 회장 시절 황금알을 낳는 '알짜 사업'으로 꼽혔던 금융 부문을 정리하는 대신 GE는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사업 부문에 집중하기로 성장 전략을 수정했다. 제프리 이멜트(59) 회장은 지난달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내 콘퍼런스에서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체제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공장 설비에 센서(sensor)를 달아 기계 결함 등을 운영자에게 즉각 알려주는 '똑똑한 공장' 같은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변신 멈추면 죽는다"

    1990년대 말까지 내로라하던 '문어발형 사업'을 영위하던 GE는 2001년 제프리 이멜트 회장 취임을 계기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시작했다. 2006년 재(再)보험 사업 부문을 스위스 리(Swiss Re)에 넘겼고 수(水)처리, 가스엔진, 태양광, 바이오 사이언스 등 기술을 확보해 종합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주요 사업 부문이던 가전(家電)은 지난해 스웨덴 최대의 가전회사인 일렉트로룩스에 팔았다. 방송국 NBC 유니버설 지분도 2013년 미디어 회사인 컴캐스트에 두 차례에 나눠 전부 팔았다. GE는 발빠르게 사업 재편에 힘입어 글로벌 저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500억달러에 달하는 매출 규모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GE의 최근 주가 그래프
    글로벌 대기업들의 무한 변신은 생존을 위한 공통된 키워드가 됐다. 일본의 필름 제조 전문 기업이던 후지필름은 2000년 초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필름 부문에서 얻은 핵심 기술력을 다른 분야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LCD TV용 필름과 의약품, 화장품으로 사업 재편에 성공했다. 사진 색깔이 바래지 않도록 하는 항산화 기술은 노화방지 화장품으로 거듭나며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매출 규모가 높다고 핵심 사업 부문을 무조건 끌어안고 있어서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도태될 수 있다"며 "GE는 그런 의미에서 제조 기업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선구적(先驅的)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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