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빅데이터 金鑛인데… 제대로 캐질 못해"

조선일보
  • 정철환 기자
    입력 2015.10.14 03:09

    ['빅데이터 경영' 세계적 권위, 美 데이븐포트 교수]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 1위, 이런 훌륭한 인프라 두고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韓國…
    공공기관 정보망 데이터 개방… 중소기업이 이용하도록 해야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에 있어 세계 1위 국가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망이 동네 식당까지 모두 깔려 있고, 전자정부와 같은 공공 인프라도 모두 전산화되어 있다. 이러한 IT(정보기술) 인프라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매일같이 막대한 양의 자료가 쏟아진다.

    최근 '빅데이터(Big Data) 경영'의 석학(碩學)으로 주목받고 있는 톰 데이븐포트(Davenport·61) 미국 밥슨칼리지 교수는 12일 방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빅데이터의 '금광(goldmine)'을 깔고 앉아 있는데도 그걸 제대로 캐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가 13일 성남시 판교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빅데이터 산업을 주제로 개최한 '빅 포럼(B.I.G.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빅데이터 경영 분야의 석학인 톰 데이븐포트 교수는“과거에는 경영자들이 주로 감(感)이나 통찰력을 믿었으나 요즘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경영 분야의 석학인 톰 데이븐포트 교수는“과거에는 경영자들이 주로 감(感)이나 통찰력을 믿었으나 요즘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데이븐포트 교수 제공
    그는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질 높은 빅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활용하는 데는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구슬이 서 말인데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LG전자는 스마트폰 산업을 주도하고, 현대차는 각종 센서가 장착된 자동차를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자동차 센서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산업화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동안 한국의 성과에 대해서는 별로 듣지 못했어요."

    물건을 고르는 고객의 속마음부터 대중의 소비 패턴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을 읽고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이터는 과거에도 널려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분석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고성능 컴퓨터와 인터넷,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과거에는 경험 많은 인간의 감(感)과 통찰력에 의존해 다양한 결정을 했는데, 이제는 명확한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결정하는 놀라운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가 둘러본 상품과 구매 내용 등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고, 구글이 내 이메일과 검색 자료에 바탕해 내가 관심이 있을 법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알아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오늘날 모든 비즈니스와 정부 행정이 이러한 기술을 통해 훨씬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됐다"면서 "빅데이터는 더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GE가 제조업과 농업 컨설팅 사업에 나선 것이 좋은 사례다. 그는 "기후와 농산물 시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작물을 언제 심고 어떻게 관리해 출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GE는 '빅데이터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인터넷 기업과 금융 업체들의 잦은 개인정보 유출사고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미국인들의 경우 구글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데이터가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는 것을 '공짜의 대가'로 인식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공감대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긴 해도 자본과 고급 인력을 갖춘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분석 기술이 속속 나오는 데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의미 있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공공기관 전산망에 쌓아둔 데이터를 일반에 개방하고 이를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톰 데이븐포트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 등과 더불어 세계적 경영 전략가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한 경향이나 의미 있는 내용을 뽑아내 경영 활동에 적용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세계적 경영학자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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