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세이프 하버 전면 무효화...美 IT기업, 유럽 현지 데이터 센터 구축 열 올려

입력 2015.10.08 07:30 | 수정 2015.10.08 07:30

유럽 최고 사법부인 유럽사법재판소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맺은 개인 정보 공유에 관한 협정인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전면 무효화했다고 6일(현지시각)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은 유럽 이용자의 웹 이용 기록 등을 유럽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어 현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학자와 정책전문가들이 ‘해당 국가의 데이터는 해당 국가 영토에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데이터 주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유럽사법재판소의 세이버 하버 무효화가 국내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페이스북 데이터 센터/ 블룸버그 제공

◆ 세이프 하버에 올라탔던 美 IT기업

EU와 미국 사이에 세이프 하버 협정을 맺은 것은 2000년이다. 미국 IT기업들은 미 상무성의 세이프 하버에 등록하고 준수하면, EU에서 미국으로 전송하는 개인 신상정보도 유럽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IT기업들은 상호 통상을 촉진하는 이 조약 덕분에 개별 유럽 국가의 정책과 관계없이 유럽 이용자의 웹 기록 등을 유럽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었다.

세이프 하버에 올라탔던 구글과 페이스북은 현지 기업을 누르고 유럽 시장을 장악했다.
구글의 유럽 시장 검색 점유율은 90% 이상,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3억 명 이상일 정도로 유럽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가 15년이나 된 협정을 무효화한 것은 지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요원인 스노든은 미국 정보 당국이 구글 등 IT기업의 서버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를 무분별하게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유럽사법재판소의 6일(현지시각) 판결에 따라 이제 데이터를 수집, 전송하는 권한은 개별 국가에 넘어갔다. 자유롭게 정보를 이전하던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들은 EU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까다로워졌다.

◆ 현지 데이터 센터 구축 붐

미국 IT기업들은 새 ‘세이프 하버’ 협정을 마련하라며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등시에 유럽 현지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해 세이프 하버 무효화에 대응하고 있다.

IT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15년 유럽 내 클라우드 서비스에 82억달러(약9조5200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이는 2010년 투자금인 5억6000만달러(약6504억원)보다 약 15배 증가한 수치다. WSJ은 미국 IT 기업들이 “이미 무효화 판결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구글은 벨기에 데이터 센터에 2013년 3억유로(약3923억원)를 투자해 확장했고, 2014년엔 네덜란드 데이터 센터 설립에 나섰다. 유럽에 데이터 센터가 없었던 애플도 올 2월 20억달러(약2조3200억원)를 투자해 덴마크, 아일랜드 두 곳에 데이터 센터를 착공했다.

아마존 역시 작년 유럽에서는 최초로 프랑크푸르트에 데이터 센터를 열었다. 비즈니스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넷스위트(NetSuite)는 6일(현지시각)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두 곳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다며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사이버보안업체 트렌트 마이크로(Trend Micro)의 컨설턴트 바랏 미스트리는 “미국 기업이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현지 데이터 센터 구축을 고려해야만 한다”며 현지 데이터 센터 구축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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